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8-9장 후기 “트로브리안드 주술이란”
동화인류학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8-9장 후기 김유리 2025-3-18
세미나 후기
트로브리안드 주술이란?
트로브리안드 주술 일반에 대한 이야기들은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제2권 부록1의 A. “트로브리안드 주술의 몇 가지 일반적인 특징들”에서 찾을 수 있다.(351~56쪽) 수정샘의 발제문을 재료로, 달님이 세미나에서 발표하신 주술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다.
일과 주술
주술이란 “인간이 일정한 자연 과정이나 몇몇 인간 활동에, 혹은 다른 인간들에 대해 발휘하는, 전통적으로 확립된 힘”이다.(353)
*그래서 트로브리안드 농경에서 주술이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1)자연과 관계 맺으려면 (2)일이 되려면 (3)사람이 움직이려면, 그 모든 것을 활성화시킬 힘이 요구된다. 그 힘을 불러오는 것이 주술이 하는 역할이다. 트로브리안드에서는 주술이 “전통적으로 확립”되어 있다. 트로브리안드에서 농사 일의 본질적인 요소는 주술이다.
사물과 주술
주술은 주문과 의례, 주술용 재료로 구성된다. 이 구성요소들은 주술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물이나 자연 과정과 처음부터 공존한다.(353)
*주술은 “땅”과 맺는 관계의 형식이다. 사람과 땅을 맺어주는 요소들로서 주문의 말들, 의례라는 형식, 공감적 물질(유사성을 속성으로 하는, 자연에서 온 것들)이 기능한다.
*인간이 땅과 관계맺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기술과 주술이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땅이 감추고 있는 가치를 어떻게 인간에게로 흘러나오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적 태도에는 차이가 있다.(하이데거의 기술론) 기술은 ‘탈은폐’의 방식으로 땅을 다그쳐서 자원을 빼낸다. 주술은 ‘비은폐’의 방식으로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관계하여 땅이 자발적으로 자원을 내주도록 한다. *땅이 감추고 있는 가치란 ‘증식’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떠오름. 영감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반한 도깨비의 보답으로, 혹을 증식시키거나 재산을 증식시키거나 함.)
말의 힘
주술은 주술사의 주문과 몸짓으로 구성된다.(353)
*주문은 말이다. 몸짓은 적절한 장소에 가서 적절한 대상을 마주하는 것이 기본이다. 대상에 대고 주문을 읊거나, 공물을 바치며 “영의 임재를 기원”하기도 한다. 요컨대, 사람의 말과 형식에 힘이 있어서 사물에 작용하는 것이다.
인간에 귀속된 힘인 주술
트로브리안드에서 주술은 인간의 자질 또는 속성이다. 주술은 대상 속에 존재하거나 이동하는 힘이 아니다. 공감적 물질인 주술 재료들의 역할은 간접적이고 대리적이다. 물질 홀로 작용하지 않다. 주술의 본질은 인간의 말과 행동, 즉 주문 읊기이다.
주술의 자격
주문에는 비밀스러운 것도 있고 모두에게 잘 알려진 것도 있지만, 주문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주술사뿐이다. 특히 공적인 주술일 경우, 주술의 수행은 주술사의 독점적인 특권이다. 주술사는 전통으로 결정되고 사회적으로 인가된 공적인 존재다. 경작지 주술사의 경우, 그는 일정한 하위씨족에 속해야 하고, 그 하위씨족의 우두머리이거나 대리인이어야 한다. 주술사의 신체가 주술을 효과적으로 만든다. 또한, 공인 주술사라 할지라도 주어진 터부, 행위 규정, 적합한 신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주술사의 터부는 금식, 그리고 성적 금기일 것이다. 성적 금기라 함은, 성욕의 제어라기 보다는, 주술을 행할 때 그가 한 남자가 아닌 관념적 존재(그러므로 무성적인, 성적인 터부가 걸린)로 취급된다는 의미인 것 같다. 주술사는 자기 신체에서 자연의 증식력과 관계하는 입구들을 통제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마을, 또는 부족의 인간 대표로서 증식력 있는 자연과, 오직 공적으로 교섭한다.
주문 거는 법
주술의 힘은 주문을 익힘으로써 획득된다. 완벽하게 암기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거나 피해를 입는다. “주문을 암송하면, 인간의 마음 혹은 지성이 위치한 목구멍의 움직임에 따라 주문의 효능이 암송자의 숨결을 타고 전해진다.” 주문의 효능은 암송 행위를 통해서 마법에 걸리는 대상에게, 혹은 나중에 마법을 걸 대상에게 사용하게 될 재료에게로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주문 걸기는, 신체적이고 물질적인 작용이다. 인간의 마음과 지성이 있는 자리가 목구멍이라는 것이 트로브리안드식 마음의 관념이다. 발성이 숨결을 타고 대상에 전달된다. 이렇게 전달된 마음(주문의 의도, 의미)은 천이나 잎으로 잘 감싸두면 효력이 보존된다. 이렇게 ‘녹음’(달님)된 주문은, 수일 후에도 적절한 장소로 이동해서 덮개를 열면 흘러나와 작용하게 된다.
주술의 재료들
공감적 물질이 주술의 재료가 된다. 그런데 재료 속에 어떤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재료 선정은 형태적 유사성에 의해 이루어진다. 형태를 본질로 보는 것이 트로브리안드 주술의 특징이다. 주술은 대상의 형태를 보고, 관념화한다. 차이나지만 형상에서 유사성을 찾아내어 주술을 걸 대상에 인접시키면서 인접 항들을 늘려가는 과정으로 주술이 행해진다.
형태에서 본질을 본다는 것은 “환유”를 세계 이해의 틀로 가져간다는 뜻이다. 환유란, 밀접한 관계에 있거나 유사한 것에 빗대어 설명하는 수사법이다. 환유는 똑같지는 있지만 유사한 것을 가져와 인접시키는 결합의 방법이다. 원리상, 환유에서는 더 맞는 것, 더 옳은 것, 더 정합적인 것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 계속해서 유사한 것들을 인접시키면서 세상을 이해해간다. 인접항들을 늘려가는 환유의 과정 속에 유사한 모든 것이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똑같지 않은 것들로 설명하는 것이기에 설명은 영영 완결되지 않는다.
형상에서 본질을 찾을 때, 세계는 비의를 숨긴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이 된다. 형태는 누구에게나 이해되므로, 앎에 소외가 없게 된다. 소외 없는 앎에 대해, 달님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그래, 이것이 봄이지. 이런 것이 여름이지. 이게 사는 맛이지.”
형태가 본질이 되면, 우주적 비의는 일상 속에 녹아든다. 중요한 주술이 행해지는 동안 늙은 남자들은 그물을 꿰매고 여자들은 바나나 잎 치마를 손질한다. 이들은 심드렁한 채로 깊이 이해하고 있다.
요약
트로브리안드에서 주술이란 인간에게 속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 개인으로부터 그의 주술의 후계자들에게 계승된다. 인간의 “후두”와 인간의 “목소리”를 사용해서 생성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주술사는 일정한 터부들을 지켜야 하며, 일정한 행위 규정들을 따라야 하고, 주술 수행에 적합한 신체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어진다.(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