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2권 마지막, 자신의 연구에 대한 고발장

동화인류학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12장부터~/25.3.25/최옥현

자신의 연구에 대한 무시무시한 고발장

주술은 인간이 일정한 자연 과정이나 몇몇 인간 활동에, 혹은 다른 인간들에 대해 발휘하는, 전통적으로 확립된 힘이다.(p353)

주술은 경험적 지식과 정신적 성취의 영역을 침해하는 기술이 전혀 아니다. 유능한 실제적 작업은 지식에 토대를 둔 고유한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주술은 결코 그 영역을 침입하지 않는다. 주술은 인간이 대처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힘, 우연, 사고, 마름병과 해충으로 인한 손해의 영역에서 작동한다.(p400)

○ 주술이 있는 활동(우연의 요소가 존재하는 일, 위험과 불운의 요소들이 포함된 일, 건강과 신체적 안녕, 삶과 죽음의 문제)

(특히 주술 중요) 수확물을 쌓아올리고 저장할 때, 코코넛이 의례적으로 금지된 계절(카이투부타부)

새로운 얌 창고는 발리말리아 주술로 치료된다

공동 고기잡이를 위해 사용되는 큰 어선은 고기잡이의 주술로 마법에 걸린다

가장 큰 해외 항해용 카누들을 위해서는 그것들이 건조되는 동안 안전, 속도, 성능의 주술이 정교하게 격식에 따라 수행된다

카누 항해 주술, 조난 사고를 당했을 때의 보호 주술

초호에서 후릿그물로 하는 고기잡이

예술적인 조각을 위해 영감을 구할 때

바람과 날씨의 주술

덫을 놓거나 사냥하는 것(사적인 주술 시행)

○ 주술이 없는 활동

독을 풀어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사용할 때(물고기 생산량은 제일 많음)

집이나 창고를 지을 때

제조업 과정(귀중품의 생산이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생산)

해안 후미의 항해에는 자잘한 술수가 사용되고, 초호 항해를 위해서는 어떠한 주술도 행해지지 않는다

주술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자질이나 속성으로 여겨진다. 주술은 어떤 대상 속에 존재해서 거기서부터 또 다른 대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힘으로 여겨지지 않는다.(p354) 공감적 물질(특정 허브, 덤불암탉의 둥지에서 가져온 흙, 둥근 산호석에서 긁어낸 가루 등) 자체에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공감적 물질이 홀로 작용하는 경우는 없고, 주문을 읊음으로써 효력이 강화된다. 주문이야말로 트로브리안드의 주술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이다.

목구멍에 인간의 마음 혹은 지성이 위치한다.(p355)

주술과 작업은 하나의 목적을 지향하며, 서로 의존하는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 속에서 진행된다.(p358) 주술은 여기에 더해서 땅의 비옥함을 불러내고, 어떠한 실제적인 장치로도 막을 수 없는 해충과 마름병을 을러서 내쫓고, 덤불돼지들에게 겁을 줘서 쫓아내며, 보호하는 동물들을 불러내고, 주술적으로 땅 밑 식물들의 성장을 돕고 무성한 잎이 생겨나도록 자극하며, 마침내 빌라말리아에서 인간의 식욕을 감소시키고 얌 창고의 영적인 토대를 강화한다.

멜라네시아의 이 지역에서 주술은 매우 분명한 조직화의 기능을 지닌다는 점을 입증한다.(p365) 주술이 실제적 활동을 개시하고, 다양한 예식들이 작업을 선도하고, 경작지에 리듬을 부여한다.

트로브리안드인에게 쿨라는 문화적 활동이며, 주로 머리 사냥과 전쟁의 대용물이라는 점을 밝히려고 시도할 것이다.(p381) 귀중품의 비–실리적 교환을 통해서 매우 중요한 실리적 교역 체계를 위한 추동력과 예식적인 근간이 마련된다는 점이야말로 쿨라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사실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서태평양의 항해자들』과 『미개인의 성생활』에서 방법론적 철저함을 고수하기 위해서, 이 주제를 다룬 현지조사 기록에서는 이러한 견해들(이론적 분석 혹은 종합의 마지막 단계) 가운데 어떤 것도 제시하지 않았다.(p381-382)

종교적·주술적 믿음과 경제적 활동의 관계는, 말할 나위도 없이, 이 책을 관통하는 지배적 동기이다.(p383)

타이투 덩이줄기를 따라가면 보이는 것들(p384)

정치 생활에서 농경이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트로브리안드의 정치 생활은 수많은 우리구부 선물과, 일부다처제가 신분과 권력의 주요 특권들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에 기초한다. ‘우리구부’ 단어의 의미는 타이투 덩이줄기가 흙을 떠나서 마침내 경작자의 매부의 창고 안에 놓이게 될 때까지 타이투 덩이줄기의 일대기를 좇아가본 후에야 비로소 명백해졌다. 창고에서 소비자의 위장에 이르는 타이투의 역사.

주술은 농작물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현재는 타이투가 타로보다 경제적으로 중요하지만, 타로 주술을 살펴보면 타로가 한때 경제적으로 더 중요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p387)

말리노프스키의 후회들(p387)

타로 경작을 타이투 경작만큼 연구했더라면,

전형적인 얌 한 바구니의 무게를 재보고 세어볼 수 있는 것을 세어봤더라면,

열대에서 경작되는 식물에 대해서 약간만 더 알았더라면,

창고 건축 기술에 대한 지식이 있었더라면.

나는 사진을 부차적인 일로 취급했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증거 수집 방식이라고 여겼다.(p390)

무슨 일이 있어도 사진으로 기록해야 하는 예식의 목록을 작성한 후에 이러한 사진들을 찍는 대신에, 나는 특이한 수집품을 모으는 것과 같은 수준에서–거의 현지조사의 보조적인 오락처럼–사진을 찍었다.(p391)

(사진 자료를 위해) 토착민들에게 어떤 예식의 동일한 동작과 자세를 취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p392)

토착민들의 단조로운 일상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

사진이든 언어적인 것이든 혹은 서술과 관련된 것이든, 내 자료에서 나타나는 모든 미흡함의 일반적인 원인은 다른 모든 민족지학자처럼 나 역시 극적이고, 예외적이며, 선정적인 것들에만 매혹되었다는 사실에 있다.(p392) 열두 명의 남자가 우연히 만나서 수다를 떨려고 어떤 집 앞의 깔개에 둘러 않아 있는 것은 동일한 열두 명이 중요한 경작지 안건을 위해 모인 것과 똑같은 ‘형식’을 띠고 있다.(p393) 내가 트로브리안드인의 생활을 연구하면서 일상적이고, 두드러지지 않으며, 단조로운, 그리고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많은 일들을 무시했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항상 발생 중인 신화(p396)

신화는 단순한 서사도 아니고 과학의 한 형태도 아니며, 예술이나 역사의 한 지류도 아니고, 설명해주는 이야기도 아니다.

신화는 (1) 전통이 더 높고, 더 나은, 더 초자연적인 실재인 최초의 사건들에서 유래한다고 밝힘으로써 전통에 더 큰 가치와 특권을 부여한 것이다, (2) 끊임없이 무언가를 증명하는 일련의 야기들을 수반한다, (3) 살아서 되풀이되고 갱신된다.

영들의 방문(p402)

영들은 세 가지 구별되는 경우에 등장하며, 세 가지 구별되는 역할을 담당한다.

(1) 밀라말라 때 영들의 방문

이때 온 마을의 영들이 참석한다. 영들은 해마다 자기들의 공동체로 정기적으로 되돌아온다. 영들이 임재한다는 믿음은 분명하고 구체적이다. 마을 사람들은 영적인 손님들을 기리고 영들과 친교를 나누기 위해서 춤을 추며, 또 다른 축제 활동들을 한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영들은, 탁자 두드리기, 영기(靈氣), 강령 등을 비롯한 영적인 매개의 징표를 믿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을 아마도 만족시킬 만한 방식으로, 물질적 징표를 통해 그들의 임재를 드러낸다.

(2) 조상의 영들은 주문에 나타난다.

(a) 이름들의 목록은 단지 주술 문구에서만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문구들은 실제적인 임재를 전혀 암시하지 않는 언어적 주술의 사례이다.

(b) 영들에게 공물이 바쳐지는 예식이 존재한다.

(3) 몇몇 주문에서 불러내는 죽은 자들의 영들, 즉 신화적 영웅들의 영들은 가장 덜 실제적이고 영향력도 가장 작다.

유럽의 영향 아래 관습의 쇠퇴(p423)

이 당시에 유럽의 문화가 토착민의 믿음과 관습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말리노프스키는 이것을 세세히 책에서 적고 있다. 트로브리안드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족장의 권력이 실추됨으로 생겨났다. 그리고 유럽의 도구들(철, 유럽의 농작물과 과일 나무들, 정부의 지원 등)은 그들의 사고방식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말리노프스키는 ‘토착민’이라는 전형적인 골동품을 찾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유럽에 의해 변화되고 있는 멜라네시아인을 그리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