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

Bronislaw Kasper Malinowski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6장 후기 “아버지의 살”

작성자
coolyule
작성일
2025-03-25 18:01
조회
21

동화인류학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6장 후기 김유리 2025-3-25

 

아버지의 살

 

 

주제문 : 트로브리안드의 아버지 장례

취지 : 살을 먹으면 초자연의 세계에 다가가게 되니 조심하자.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들이 대부분의 수고를 담당한다. 그들은 시신을 씻고 단장해야 하며, 시신을 묻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죽은 남자의 살을 맛보고, 뼈의 어떤 조각들은 석회 주걱으로, 두개골은 석회 단지로 사용하는 등의 다소 혐오감을 일으키는 장례 의무들을 수행해야 한다.”(『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①』, 유기쁨 옮김, 455쪽, 굵은 표시는 필자)

 

보답 의무

트로브리안드 섬에서 아버지의 장례 일은 아들들이 맡아 한다. 아버지의 은혜에 대한 보답이다. 그럼 아버지는 왜 아들에게 은혜를 베풀게 되었는가? 그것은 아내가 베푼 성적 선물에 대한 답례로서이다. 부부는 남편의 마을에서 새로 가구를 형성하고 공동의 경제를 꾸려간다. 결혼은 단지 성적 교섭이 아니라 두 집단 간의 호혜 의무 계약이다.

마르셀 모스는 “교환하고 계약을 맺으면서 상호 의무를 지는 것은 개인들이 아니라 집단들”이라고 했다.(『증여론』, 박세진 옮김, 파이돈, 25쪽) 트로브리안드 섬의 부부는 두 하위 씨족 간의 결혼 계약의 규칙에 따른다. 부거제 결혼의 원칙에 따라, 남편은 아내를 마을로 맞이한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매해 아내의 씨족 마을 친족에게 식량 선물을 보내서 답례하는 우리구부 의무를 진다. 한편, 모계 혈통의 원칙에 따라 부부 사이에서 생긴 아이들은 어머니의 신체 일부로 간주된다. 그래서 아들이 아버지의 장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어머니 쪽 집단이 아버지 쪽 집단에 행하는 답례 행위다.

선물과 답례 관계에서, 개인 사이에 상거래 행위로 물자를 간단히 교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같은 책, 25쪽) 결혼 집단 간의 호혜 의무는 당사자가 죽어야 끝난다. 집단 구성원들의 결혼이 계속 생기는 한, 양쪽 집단 간에는 항구적으로 보답의 의무가 이어진다.

 

식인

아들은 아버지의 주검을 치장하고 영들의 세계로 돌려보낸다. 이것은 산 사람들의 공동체가 영들의 공동체로부터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 장례식에서 우리는 산 자들과 죽은 자들의 집단 사이에도 증여의 교환 관계가 맺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아들은 왜 장례 때 아버지의 살을 맛보는 행위를 할까? 이러한 행위는 “토착민들에게도 혐오감을 일으키며, 구역질나거나 귀찮고 힘든 의무로 여겨진다.”(『산호섬의 경작지와주술①』, 455쪽) 아들의 감정적 반응과 관련해서 역자 유기쁨 선생님은 말리노프스키가 『주술, 과학, 그리고 종교』에서 “시신을 맛보는 관습이 사랑과 갈망, 그리고 두려움과 공포와 같은 이중적인 감정 상태를 반영한다고” 보았다고 각주에 소개하고 있다.

우리 세미나를 이끄는 달님(오선민) 선생님은 아버지의 살을 맛보는 것이 족내 식인(endocannibalisme)이라며 로베르 에르츠의 “죽음과 이중 장례식”이라는 글을 소개했다. 족내 식인 관습은 “친척들이 죽은 자의 살을 의례적으로 먹는”(『죽음과 오른손』, 26쪽) 행위다. 그것은 특정인만 참석하는 “성스러운 식사”(26)다. “이 관습을 통해 사람들은 죽은 자의 살에 남아 있는 생명력과 특성을 자기 몸 안에 통합한다. 만약 살을 부패하도록 내버려두면 공동체는 응당 자기에게 귀속될 힘을 잃고 만다.”(26) 그러니까 이 행위는 일차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죽은 자의 입장에서도 엔도카니발리즘은 도움이 된다. “살은 부패하기 쉬운 불순한 것으로 뼈와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26)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죽은 자는 덕분에 “느리고 역겨운 부패 과정에서 벗어나며” 마치 화장을 하듯이 “그의 뼈는 거의 즉시 살이 다 떼어진 상태에 이르게 된다.”(26) 뿐만 아니라, “그의 살은 ‘산 자들의 몸에 묻히는’ 가장 명예로운 매장을 보장받는다.”(26) 족내 식인은 죽음에서 최종 장례 사이의 기간에 죽은 자의 뼈를 노출하는 다양한 관습 중 하나라고 한다.

아들들은 아버지의 ‘정화’시키는 수고를 하면서 그 자신의 ‘오염’ 위험에 노출된다. 아들들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물들고, 시체와 접촉하면서 죽음에 물든다. 삶을 위협하는 죽음의 징후인 부패에 대해 역겨운 감정 반응이 자동으로 올라온다. 삶과 반대되는 영역에 지나치게 근접하기 때문이다. 장례의 임무를 수행하는 아들들이 아버지와 다른 씨족 집단에 속했다는 것은 죽음의 전염력으로부터 자기를 지키기 위한 거리 유지 장치가 되어줄 지도 모른다.

 

식사

타인의 살을 먹는다는 것은 영들의 세계와 가까워지는 행위다. 남김없이 살을 발라 먹는 것은 “선사의 식습관”이다.(달님) 이것을 잘 하는 까마귀는 빠르게 정화하는 위대한 능력으로 추앙받는 새라고 한다.(달님) 우리가 통닭의 살을 남김없이 빨라먹고 뼈만 남기는 행위는, 생명을 보내준 영들의 세계에 대한 보답 행위이자, 닭의 육체를 파괴함으로써 영혼을 풀어주는 행위다. 굉장히 부담스러워진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