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류학
수요종교인류학 글바다(6), 지고신과 내방신
지고신과 내방신
우리는 신을 인간으로부터 그리고 다른 신들로부터 초월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감각을 통해 파악하고, 사고를 통해 인식하고, 행위를 통해 만드는 세계의 모든 것으로부터 초월해 있으며, 그 세계를 창조하고 거기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신이다. 이러한 유일신 개념은 문명국가와 더불어 발생하였고 기원전 5,000~4,000년 즈음에 생겨났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 뇌의 유동적 지성을 몇십만 년 동안 만들고 있었으며 그러는 동안 인류는 신의 모습을 대표적인 두 가지로 상상했다. 다신교적 우주는 유일신과 비슷한 모습을 한 지고신과 물질적이고 감각적이며 비언어적인 모습의 내방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고신의 예는 일본 오키나와 섬의 우타키 신이다. 이 신은 이 마을에 일 년내내 상주하면서 세상의 질서를 유지시킨다. 우타키의 신은 지극히 높은 곳에 존재하는 수직형의 신이며 밝은 이미지이지만 구체적인 이미지를 가지지 않는다. 우타키의 신은 유일신이 아니지만, 이 신이 문제 삼는 것은 오직 ‘이 세상’의 질서이기 때문에 대칭적 사고의 발현물은 아니다.
내방신은 이 세상과 저 세상에 명확한 구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 신이다. 마을에 항상 존재하지 않고 일 년 중 특별한 날에만 출현한다. 내방신은 순환이나 반복과 같은 질서를 만드는 신이 아니며 증식하고 풍요를 주는 신이다. 아주 구체적인 풍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주로 기괴한 이미지를 선호한다. 더러움이나 죽음과 관련이 있으며 이 신이 나타나면 이 세상과 저 세상은 연결된다.
나의 지고신은 내 에고의 확장이었다.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고 직장을 가지고 가정을 이루면 내가 원하는 것을 갖을 줄 알았다. 내가 원했던 것은 능력 있는 직장인이 되는 것, 공부 잘하는 자식과 값나가는 아파트를 갖는 것이었다. 희망 사항은 이런 것들이었지만 몸은 한없이 무기력하였다. 이 중에 무엇 하나 얻을 수 없게 되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분노가 가득 차서 스스로 조절이 안 되는 몸이 되었고 너무 힘들어서 인문학 공부 등 다른 것을 기웃거리게 되었다.
이때 즈음 나의 시어머니는 내방신의 모습으로 내게 나타났다. 일본 미야코지마 지역의 내방신 판투의 모습은 이러하다. 온몸에 빈랑 나뭇잎를 두르고 흑색 얼굴의 가면을 쓰고 연못에서 진흙을 덕지덕지 몸에 바르고 나타나 사람들의 얼굴이나 몸에 더러운 진흙을 묻히면서 좋아라한다. 판투는 더럽고 냄새나는 이질성의 극단에 있다. 이런 모습의 판투는 세상의 안정과 평화와 깨끗함을 조롱한다. ‘너의 눈에는 빛만 보이니? 내 모습이 너가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세상이란다’라고 말한다.
그 당시 나는 내 삶에 가장 이질적인 것으로 어머니를 꼽았다. 게으름과 부지런함의 두 극단에 나와 어머니는 위치했고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어머니의 종교였다. 나는 어머니가 안 좋은 꿈을 꿀 때마다 아파트 복도에 뿌려놓는 소금이 부끄러웠다.
어머니의 세계관 안에서는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누군가의 죽음이 발생하는 시점이다. 『신의 발명』에서 고대부족들은 삶과 죽음이 연결되는 곳을 구체적인 장소로 상상하는데 그곳은 증식이 일어나거나 순식간에 나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어머니는 누군가의 죽음이 발생 시점에 삶과 죽음을 구분하던 경계막이 열리고 동시에 위험한 일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나는 어머니의 종교를 ‘미신(迷信)’이라고 불렀는데 인류학을 공부해보니 인류의 기본적인 사고 구조였다.
샘 판투-어머니 에피소드 너무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