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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인류학


[인류의 대항해(3)] 배 위에서 영위하는 일상

작성자
유나
작성일
2025-03-31 14:33
조회
13

2025.3.31/해양인류학/인류의 대항해(3)/손유나

 

배 위에서 영위하는 일상

 

1852년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 개척자 제임스 스완은 오늘날 워싱턴이 위치한 곳에 살던 퀴노족 인디언들에게서 배를 구입했다. 인디언 선원들이 빠르게 노를 저어 바다를 건널 것이라 기대했지만 인디언들은 노를 젓다가도 어느 바위, 어느 해양 동물, 어느 바다를 만나면 노 젓기를 멈추고 그들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했다. “물 위에 뜬 카누 위에서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영위했고 그들의 배는 땅 위의 집만큼이나 삶의 일부였(409)”기 때문이다. 우리가 길을 걷다 매력적인 가게를 발견하거나 슈퍼의 특가 세일 홍보지를 보면 가게에 들어가 둘러보는 것처럼, 선원들에게는 눈길을 끄는 것이 있으면 잠시 멈추고 잡담을 나누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다. 인디언들은, 배란 단지 한 목적지에서 다른 목적지로 이동하는 수단이며 그 여정은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했을 개척자의 속 터지는 마음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으리라.

그보다 더 먼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면 정말로 남녀노소가 함께 가족 단위로 배 위에서 살며 일상을 영위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에는 목재가 흔하지 않았기에 동물의 뼈로 틀을 잡고 바다표범이나 바다사자의 가죽을 덮은 초보적인 형태의 배였을 것이다. 저자는 알류샨 열도 서쪽 끝에 있는 애투섬의 구전 민담을 소개한다. 민담에서 과거 사람들은 배를 집으로 삼아 식량을 찾아 해안에 바싹 붙어 노를 저어 이동했다고 한다. 그러다 이웃 무리와 분쟁이 생기자 족장이 여성과 아이가 탈 수 있는 배에 제약을 걸고, 남성이 전용으로 타는 작은 배의 구조가 변하게 된다. 노를 젓는 사람이 중심으로 이동하고, 갑판이 조정석까지 확장되고, 선폭이 좁아져 빠른 노 젓기가 가능하여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그 이전에는 배는 이동 효율성이 좀 낮더라도 가족 중심으로 생활하기 편한 형태의 배였을 것이다. 삼촌이 노를 젓고 있으면, 다른 한편에서 아버지가 물고기를 잡고, 어머니가 아이를 배 한가운데 눕혀 재우고, 식재료를 손질하고 있는, 커다란 단칸방과 같았을 배를 상상해 본다.

서태평양의 항해에서도 여성이 카누를 타고 항해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접하지 못했고, 가까운 과거에 지역을 막론하고 여자를 배에 태우면 재수가 없다는 풍습이 있었다. 과거의 언젠가는 가족의 생활공간이었던 배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떤 인식의 변화로 인해서 여성들이 배제되고 남성들의 전유물이 되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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