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인류학
[인류의 대항해](3) 우리는 바다와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을까?
우리는 바다와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을까?
우리는 바다의 산물인 소금을 비롯하여 생선과 해조류 등의 먹거리를 식탁 위에서 자주 접하면서도 바다를 가깝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삶 속에서 바다는 일상과 거리가 먼 비인격적 존재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대항해』의 브라이언 페이건에 의하면 이러한 관계의 변화는 산업화와 도시의 성장, 항공 시대의 도래 등 사회적 환경의 변화와 함께 바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인간의 창의력, 변화무쌍한 환경에 대한 적응력, 인류 역사의 많은 부분을 추진해 온 억누를 수 없는 활동성을 축소 시켰다. 우리는 바다와 계속 이렇게 먼 관계로 지낼 수밖에 없는 것일까? 만약 관계의 변화가 가능하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바다와 접촉할 수 있을까?
물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바다가 인간의 삶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고대 마야인의 사회는 우리에게 바다와 어떻게 관계 맺고 살아가야 할지 단초를 제공한다. 마야인들 대부분은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살았지만, 바다는 그들의 뇌리를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마야인들은 자신들의 세계가 무한한 대양의 바다 위에 거북처럼 떠 있다고 믿었다. 대양으로 둘러싸인 여러 고대 사회처럼 마야인들은 바다, 강, 구름, 물의 온갖 원천들을 하나의 것으로 여겼고, 바다는 허리케인과 격렬한 폭풍우를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힘들이 자리한 영역, 태양의 탄생지, 구름과 바람의 창조자였다.
마야인들은 대양의 비밀을 해독하기 위해 바다의 산물인 소라고둥과 가시국화조개를 지하 세계와의 연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성스럽게 여기며 사용했다. 그들에게 소라고둥 나팔 소리는 재생과 영원한 지혜를 상징했기 때문에 소라고둥 나팔은 대규모 공공 의례에서 방문객이 오고 있음을 알리거나 사냥과 전쟁에서 인간세계와 초자연적 세계를 잇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가치있고 정신적으로 중요한 물건들은 육상과 해상에 미로처럼 얽힌 길을 따라 멀리 내륙의 도시까지 전달했다. 고대 중앙아메리카 세계에서 이러한 해상 무역 네트워크의 교류는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지역들의 예술 양식과 각종 상징물을 통일시켜 느슨하게나마 정신적으로 연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