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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학


 

[신의 발명] 후기와 에세이 주제문

작성자
coolyule
작성일
2025-04-01 17:56
조회
12

종교인류 『신의 발명』 후기 2025-4-1 김유리

 

 

사냥꾼, 무늬 짜기, 더러운 신

 

 

이번 세미나에서 기억에 남는 키워드는 사냥꾼, 대칭적 사회 구성, 내방하는 신이다.

 

1. 사냥꾼이 되어라

 

달님은 직업군별로 대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한다. 그중 사냥꾼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사냥꾼이 된다는 것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정신 능력을 훈련하는 것이다. 최고의 사냥꾼은 사냥감이 되는 능력을 연마한 사람이다. 그는 자기가 죽이려고 하는 대상이 자기의 형제라는 것을 알게 된 자다. 그는 대상이 나와 다르지 않으며, 그의 죽음으로 내가 살아간다는 통찰이 가져오는 ‘아찔한 기분’ 속에서 작업한다. 사냥꾼은 만물과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는 압력 속에 있는 인류의 대표 위치에 선다.

그런데 사냥꾼의 진정한 능력은 대상과 다르지 않음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가진다는 데 있다. 훌륭한 사냥꾼은 사냥감이 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사냥감과 섞이지 않는다. 그는 사냥꾼으로서 결단하고 실행한다. 사냥꾼은 샤먼과 함께, 대칭적 사고 속에서 생사에 관여하는 인간 유형이다. 사냥꾼의 딸, 달님은 우리에게 사냥꾼이 되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2. 공동체 무늬 짜기

 

대칭적 사고는 왕이나 국가가 출현하기 전에 공동체를 구성하는 원리였다. 그러한 공동체에서는 만물과의 관계를 보고 자타가 다르지 않음을 알아 가는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이 사회 현실을 짜나간다. 이런 사회가 지속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종종 치우치거나 착오를 일으키면서도 대칭적으로 사고하기를 멈추지 않는 일이다. 대칭적 사고는 훈련이나 연습, 또는 실험 같은 것이다. 힘이 떨어지면 대칭적 구성이 부서지고 비대칭성이 올라온다. 비대칭적 사고에서는 척도가 중심으로 들어온다. 기원과 목적에 치우치는 사태가 벌어진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대칭적 사고를 하지만 수장은 있는 사회라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한다. 수장이 아예 없거나, (이를테면) 사냥하지 않는 것을 대칭적이라고 오인하기 쉽다.

 

3. 내방신론: 냄새 나는 신

 

일본 민속학은 남서제도의 신 연구에서 상주하는 신과 가끔 내방하는 신이라는 두 가지 신의 유형을 발견했다. 우타키 숲 밝은 빈터에 강림하여 상주하는 지고신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질서를 지키는 신이다. 상주신이 수호하는 질서는 세상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순조롭게 잘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 지고신은 지극히 높고 위대한 영으로서 세상 모든 것에 두루 존재하며 차별 없이 전부 살리려고 하는 힘이다. 이에 비해 내방신은 평소에는 없다가 때가 되면 요란하게 찾아오는 신이다. 드물게 오는 사람이라는 일본 고어인 ‘마레비토’에 해당하는 이 신은 이상하면서 왠지 끌리는 신이다.

마레비토의 방문은 환상적인 요소를 띠고 있다. 내방신은 가면을 쓴다. 가면은 그 자체로 “이게 다가 아님”의 기호라고 한다. 가면을 쓰는 것만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있음을 표시하니, 가면을 쓴다는 것은 복수의 면모들의 관계를 대칭적으로 사고하는 행위다. 내방신은 굉음 속에서 몸을 떨면서 등장한다. 언어 이전의 감각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존재를 드러낸다. 내방신은 일상 생활의 리듬을 교란하며 등장해서 사람들을 놀래키고 건드리고 여자들을 때리며 접촉하려고 한다. 아쿠세키섬의 몽둥이를 들고 격렬하게 춤추는 포쉐 가면신, 야에야마 제도의 섬뜩한 소리를 내는 나빈두 동굴의 신, 미야코섬의 판투신 등 개성 있는 모습들이다. 이 신들은 가면을 쓰고 식물로 전신을 뒤덮고 있다. 왜 식물인가? 저자는 식물이란 인간이 사는 영역과 외부 세계의 경계에서 자라는 것으로 ‘중간적 대상’이라고 설명한다.

내방신에게 부여된 모든 특징은 중간을 차지하는 것들이다. 판투신은 연못에 빠졌다가 기어나오며 온몸에서 진흙물 뚝뚝 흘리고 냄새를 풍긴다. 몸을 흔들어 사람들에게 진흙물을 뿌리고 신혼집에 들어가서 방바닥을 구른다. 오물과 악취는 안과 밖, 생과 사를 가르는 경계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내방신은 경계를 세우느라 분리된 차원들 사이에 난 틈을 메운다. 내방신은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중간적 존재’라고 한다. 내방신은 분리된 세계의 통로 역할을 수행한다. 그의 방문으로 인해서 타계로의 연결이 이루어진다.

머나먼 거리를 여행해온 내방신들은 매력적이다. 괴물 같은 모습으로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사람들을 기겁하게 하는 이런 존재들이 있다는 것은 잃어버린 대칭성을 회복시키는 작용이다. 타계와의 접촉은 이 세계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목적과 권력으로 굳힌 세계의 모습을 유연하게 풀어준다. 내방신은 축제와 연희의 형태로, 환타지 양식으로 반복 체험되고 있다.


종교인류 에세이 주제 잡기 2025-4-1 김유리

 

 

주제문 : 가면을 쓰고 오는 신의 매력을 파헤친다.

취지 : 내가 몰랐던 신성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린다.

 

 

신이라고 하면 유일신이나 지고신밖에 몰랐다. 그런 신은 마치 권력이나 법처럼 추상적이고 초월적 힘이라고 여겼다. 감시하고 심판하는 존재이자, 인간을 곤경에서 구해줄 능력을 지닌 존재, 이런 것이 내가 신에 대해 가진 관념이다. 그러니까 신 앞에서 나는 죄인이거나 덫에 걸린 무력한 짐승이 된다. 왜 이런 관념이 형성된 것일까? 어렸을 때 다녔던 교회에서 배운 것이 아닐까? 그러던 중에 가면 쓰고 등장하는 신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다.

 신도 여러 얼굴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가면을 쓰고 엄청난 거리를 여행해 마을을 찾아오는 신이 있다고 하는 나카자와 신이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당연히 내방신 출현 의식은 가면극처럼 마을 사람이 탈을 쓰고 신인 척 행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탈을 쓰는 순간, 그 사람은 다른 것이 된다. 전혀 다르게 행동하고 다르게 작용한다. 아무리 화가 나 있어도 웃는 탈을 쓰면 주변 사람들도 웃을 것이다. 아무리 아는 사람이라도 신의 탈을 쓰면 낯선 존재가 된다. 평소 고지식한 사람이 탈을 쓰고 춤 출지 모른다. 가면은 정말 이상하다.

가면 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표정을 짓는다. 사람의 마음은 변화무쌍하다. 그러니 사람의 마음이 드러나는 얼굴 표정도 하나일 리 없다. 머리는 한 개지만 얼굴은 여러 개인 것이다. 나는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다. 사진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때 내 얼굴이 이랬나? 찡그린 표정, 냉정한 얼굴, 얼이 나간 표정, 딴 데 정신이 팔린 표정, 몰입할 때의 얼굴이 모두 다르다. 표정 관리 좀 해, 하는 말이 떠오른다. 표정은 내가 짓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표정을 만드는 것은 나의 감각을 넘어선 차원의 일임에 틀림없다. 스피리트들이 드나들며 얼굴 표면에 접촉할 때마다 표정들을 만드는 것 같다. 변화하는 얼굴을 보면 인간이 영적 존재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얼굴마저 스피리트가 출현하는 장소인 것인가? 생각해보니 얼굴은 내 몸의 바깥 면이다. 몸 외부와 닿아 있는 경계면이다. 마음이 그 경계면에서 표현되면서 외부와의 통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찡그린 표정을 지으면 상대는 움찔한다. 냉정한 표정 앞에 서면 막막해진다. 몰입한 표정은 그가 특정한 외부 환경에 강렬하게 접속해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다.

코로나 때 마스크를 쓰는 불편을 겪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막상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니 마음이 편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자기 표정을 읽히지 않을 수 있고, 외모를 통한 평가에서 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얼마나 평가가 지나치고 수치심이 자라는 사회에서 생활했는지를 알게 된다. 마스크는 정체를 가리는 역할도 한다. 연예인과 범죄자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이 그 예다. 사람들은 얼굴로 알려질수록 구속받는다. 얼굴이 알려진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이라는 권력에 종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얼굴이 여러 개라면? 가발을 바꿔 쓰듯이 가면을 바꿔 쓰며 생활할 수 있다면? 연예인, 범죄자, 그리고 권력자들의 얼굴(성형, 표정)을 두고 왈가왈부할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관심이 치중되어 있는 그 얼굴들로부터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 보자.

모두의 시선이 권력자, 그리고 무형의 질서 유지에 쏠려 있는 것을 요란한 등장과 함께 흩뜨려버리는 자들이 있다. 바로 가면을 쓰고 오는 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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