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인류학
[바다 인류](2) 다중심성, 아시아 해양 세계의 역동성 추동
다중심성, 아시아 해양 세계의 역동성 추동
전 세계 해양의 27퍼센트를 차지하는 인도양은 인도를 비롯해 중동, 동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국, 유럽과 연결되어 거의 모든 문명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던 세계사의 중심 무대였다. 인도양은 규칙적인 몬순 계절풍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원거리 항해가 개발되어 다인종, 다문화의 상인과 선원, 여행자, 종교인 등이 서로 물품을 교환하며 역사 발전을 추동하는 모터 역할을 해온 다중심적(polycentric) 공간이었다. 인도양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해양 세계는 다문화, 다인종이 복잡하게 얽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도 바다 전체를 지배하려는 강력한 세력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지중해 세계 전체를 지배하려 한 로마제국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다를 ‘오이쿠메네(oicumene, 하나의 세계)’로 만들지 않고, 종교와 언어,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 역동적인 문화를 발전시켜온 아시아의 다중심적 해양 네트워크 세계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바다 인류』의 저자 주경철에 의하면 인도양의 원거리 교역은 지역 단위에서 만들어진 교류 네트워크들이 중개 무역 형태로 연결되고 중첩되어 종교와 언어, 문화 차이를 넘어 확장했다. 특히 로마제국이 아시아 방면으로 교역을 확대하면서 지중해 세계와 인도양 서부, 중국과 동남아시아 간의 동서 간 원거리 교역의 발전과 아프리카 동해안의 항해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며 아시아 해양 세계의 연결성이 강화되었다. 하지만 로마가 인도양 지역을 군사, 정치적, 교역 면에서 모두 지배할 수 없었다. 서기 1세기부터 해양 실크로드는 중국에서 페르시아만, 홍해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범위에 걸쳐 연결되었지만, 이는 해상 교역의 중심지와 부분적인 교역로들의 연쇄를 통한 교류를 통한 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다중심적 해양 세계는 오랫동안 끊임없이 행해진 다문화공동체들의 개방적 상업 활동과 해상 교역의 중심지의 이동과 성장, 쇠퇴, 재구조화를 통해 확장된 역동적 교역 네트워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