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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학


 

[기말에세이수정]_행방된 스피리트

작성자
윤정임
작성일
2025-04-14 20:24
조회
31

해방된 스피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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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사고의 발생은 자연사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유일신 교도로 살다가 대학교에서 해방신학을 만나면서 성경이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믿음의 기록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부터 교회에서 말해주는 신이 아니라 스스로 신에 대해 생각하면서 인격신에서 벗어났다. 무신론자가 되는 과정에서 신과 종교는 주류 지배계급의 도구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처음 종교적 사고가 발생되는 과정을 모르고 외부적인 환경만을 주목하는 편향된 시각이었다.

인지 고고학자 스티븐 미슨은 인지 유동성이 호모사피엔스에게 생겨나면서 종교적 사고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네안데르탈인은 영역 특이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일적(hollistica)이고 다중적이고(multi-modal) 조작적이고(manipulative) 음악적(musical)일 뿐 아니라 미메시스적(mimesis)”(스티븐 미슨,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뿌리와 이파리, 247)Hmmmmm 의사소통체계통해 전일한 감각을 향유 할 수 있었다.

반면 호모사피엔스는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하던 인지영역(자연사 지능, 사회사 지능, 기술사 지능, 언어지능)들이 상호작용하고 연결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면서 인지의 영역을 가로지르는 유동성이 생겼다. 그 대신 분절언어를 사용하고 부분적 사고를 하고 타자를 인식하게 되고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되면서 분리가 일어나면서 전일성을 상실했다.

호모사피엔스는 이러한 분리된 감각에서 초월을 통해서 통합하고 연결하려는 운동성이 계속 일어난다. 그러한 운동 중에 하나가 종교이다. ‘초자연적인 존재와 소통하는 행위는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모든 인류 사회의 보편적인 특징(같은 책, 389)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사고가 미치지 않는 영역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해 알고자 하는 원초적 구조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신성과 영성을 찾아가는 초월성은 호모사피엔스의 내재적 본성이라 할 수 있다.

스피리트에너지의 유동체

초월성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일어난다. 하나는 위를 향해 일어나고 다른 하나는 마음의 밑바닥을 향한다. 일본의 종교학자인 나카자와 신이치가 말하는 두 가지 신() GOD(유일신)과 스피리트의 방향성이다. 두 가지 방향성 중에 마음의 밑바닥을 향하는 스피리트들의 세계를 알아보자. 호모사피엔스의 뇌에서 생겨난 인지 유동성은 마음 활동의 밑바닥과 물질적인 과정이 만나는 경계에서 기묘한 물질성과 함께 초월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 물질성이 에너지의 유동체인 스피리트가 아닐까?

대칭성이 높다라는 의미는, 에너지의 유동체인 스피리트 세계 내부에서 스피리트나 그레이트 스피리트가 자유로운 방향으로 운동이 가능하고, 자유자재로 변형이 일어나, 고정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나카자와 신이치, 신의 발명, 동아시아, 122)

 

이런 에너지의 유동체인 스피리트를 보기 위해서는 특별한 훈련과 영성이 필요하다. 호주의 원주민 에보리진은 마음에서 이루어지는 내재적인 체험과 물질로 이루어진 외적세계의 체험이 하나로 연결된 것으로서 끊임없이 짜여가고 다이내믹하게 창조해가는 과정을 드림타임(같은 책, 73)이라 했다. 이들은 내부와 외부의 에너지장 즉 에너지의 유동체를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스피리트를 보기 위해서는 이런 고차원의 동시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는 다양한 종교와 책과 영화와 에니메이션에서 스피리트를 접해서 알고는 있지만 그들과 접촉하기는 어렵다. 특별한 훈련도 할 수 없고 영성도 없는 우리가 볼 수 없고 접촉할 수 없는 존재를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이들의 활동 행태를 통해 접근해 보자.

자유로운 방향으로 운동이 가능하고, 변형이 일어나, 고정이 불가능한 것은 어떤 상태인가? 이것은 유일신의 척도, 균질화, 추상성처럼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의 유동체이기 때문에 경계가 흐물흐물하여 어떤 것으로든 변화가 가능하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은 오로지 변화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대칭성이 높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일신의 발명

위로 향하는 초월성은 유일신을 탄생시키는데 그 시작은 스피리트들과 함께 고차원의 대칭성을 이루던 그레이트 스피리트이다. ‘그것은 두루 존재하며 유동하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서, 절대로 인간의 모습을 하지 않음으로써 품격 있는 특별한 이미지를 풍(같은책, 92) . 그레이트 스피리트는 고차원의 대칭성이 깨지고 저차원의 대칭성이 생길 때 지고신으로 변한다. ‘지고신은 인간이 거주하는 장소에서 멀리 떨어져 지극히 높은 곳에 머물며 변화를 일으키기 힘든 순수한 빛으로 그곳에 계속 머문 채 인간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려(같은책, 123)하는 비대칭성을 특징으로 한다. 나카자와 신이치는 그레이트 스피리트에서 지고신이 출현하는 과정을 자연사로 설명한다.

아브라함의 신 야훼는 우르를 떠나 정착한 땅 가나안의 지고신 이었을 가능성이 높다.”(카렌암스트롱, 신의 역사, 재인용, 같은책 179) 이때의 일반사람들은 풍요의 신 바알도 섬기며 대칭성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다신교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다 600~700년 후 모세의 신 야훼는 출애굽을 경험하면서 인류의 사고 안에 처음으로 절대적으로 비대칭적인 유일신으로 출현했다. 모세는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은 이후 다른 다신교 신들에 대한 신앙을 철저히 금지시켰다. 저자는 지고신에서 유일신이 출현하는 과정을 자연사가 아닌 혁명이라고 표현한다. 그 이유는 유일신이 강력한 하나의 척도와 기준을 내세우고 그 척도 안에 들어가지 않는 스피리트들의 다양한 차이는 억압시키면서 출현했기 때문이다.

내가 교회에서 만난 신은 이 유일신이었다. 대칭성이 깨진 세계에서 하나의 고정된 척도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깎아 낸 우리는 비슷비슷한 생각과 비슷비슷한 욕망으로 비슷비슷한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 다른 길

20대에 유일신의 억압에서 벗어나면서 신성과 영성도 버리고 살아왔지만 지금 돌아보니 자본주의의 억압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이 감이당과 연결시켰고, 올해는 예상치 못한 종교 인류학으로 연결되었다. 1학기 종교 인류학 수업을 통해 영적인 이야기들이 우글거리는 세계에 접속했던 과정이 나에게는 신성과 다시 만나는 순례였다.

이 순례길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마음의 밑바닥에서 스피리트들이 들썩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업의 강도가 높아서 제쳐두었던 수요대중지성이 다시 내 앞에 왔을 때 용감하게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나던 OK!’라는 속삭임 때문이었다. 그 속삭임이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다. 신성과 영성을 향하는 마음의 구조가 내 안에 있고 그것을 억압시켰을 때 하나의 척도를 따르게 된다는 것을. 스피리트들의 속삭임이 신성이고 영성이었다. 그동안 억압시켰던 것은 그 속삭임이다. 이제 스피리트들을 해방시켜 신나고 이상할 또 다른 길 위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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