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5부 11-12장 발제, 단어들의 나열
동화인류학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3』 11장,12장 /25.4.15/오켜니
단어들의 나열
11장과 12장을 발제하면서 언어에는 문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은 말이 발화되는 상황과 맥락과 발화자의 어조에 따라서 얼마든지 그 장소에서 소통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리노프스키는 나열된 단어를 비교급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앞의 것은 주어로 뒤의 것은 동사로 해석하기도 한다. 키리위나어는 노인이라는 단어를 삼중 배열하여 늙었다는 의미를 강조하기도 한다.
키리위나어의 문법 체계에서 ‘소유’와 ‘개인적 소비’를 다른 소유격으로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분배’에 관한 전문용어가 풍부하고 ‘수확물 선물’과 관련된 표현도 많다. 어떤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분배’라는 단어는 세금과 연관되어 아주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
말리노프스키는 트로브리안드 언어를 영어로 번역하며 생기는 빈 여백을 트로브리안드 사회에 대한 문화적, 경제적 관찰로 메꾸고 있다. 여기서 빈 여백이라 함은 트로브리안드 언어에 없는 단어와 문구일 수도 있고, 영어에 없는 단어와 문구일 수도 있다. 이 책의 ‘경작지’라는 표현은 트로브리안드 단어에 없는 표현이고, 영어의 garden과도 다른 개념이다. 우리는 말리노프스키가 번역한 ‘경작지’를 번역 당하는 출발지의 언어도, 번역되는 도착지의 언어도 아닌 제3의 단어로 읽어야 한다.
*** ( )안에 숫자가 있으면 의역, ( )안에 그리스어가 있으면 원문 번역입니다 ***
제11장 경작지 주술과 관련된 몇 가지 원문들
<원문78> (의역 1권 p283)
펠라카우크와 의식–타로 경작지를 덤불돼지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짐
주술에 걸린 돌을 보고 덤불돼지들이 테필라 또는 루쿠브와쿠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대신에 네 개의 귀와 두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는 돼지인 울타리 말뚝 돼지들이 와서 경작지의 울타리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8) 그놈들(돼지들)은 그놈들의 마을에서 정말로 살고 있으며, 그 점은 아주 오래전부터 노인들이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입니다
원문에서 ‘노인’이란 단어가 삼중으로 되풀이되는데 삼중 반복은 지속 기간의 길이를 표현한다. ‘늙은, 늙은, 늙은 남자들이 기억하듯이’라고 표현된 것인데 아주 예전의 노인들(조상들이?)이 기억한다는 의미 같다.
<원문 79> (의역 1권 p284~285)
(ⅳ) 사람들은 질문할 것이다. ‘왜 돼지들이 날마다 여기로 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그들은 경작지 길에 앉는다.’
경작지 길에 앉는다(이–시카이–세 토케다) = 그들은 경작지 안에서 혹은 근처에서 성교한다
<원문 80> 경작지 주술사인 나바빌레의 말
(ⅰ) 내가 덤불이나 마을에서 (지금) 주술을 읊는다면, 타이투는 자라지 않을 것이다.
농작물이 여무는 시기 동안 경작지 바깥에서 경작지 주술을 읊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터부가 있다고 나바빌레는 말하는데, 말리노프스키는 자신에게 주술을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일까라는 의심한다.
(ⅱ) ‘우리가 얌 창고를 채우고 나면 나는 주술을 읊을 것이고, 이것은 가벼운 (즉 좋은) 일이다. 그때는 어떠한 터부도 없다.’
가가빌레(가볍다)는 터부의 부재를 의미한다. 금기가 없으면 가볍다.
<원문 81> (의역 1권 p177)
p177 “선교사들은 ‘우리가 신성한 예배를 드렸기 때문에 경작지가 무성해진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거짓말입니다.” (중략) 토착민들은 선교사들을 속임수 때문에 비난하지 않는다. 일종의 어리석음 때문에, 혹은 경작 주술의 경우에는 선교사들이 가지고 있는–레비브뢸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전논리적 심성 때문에 비난한다.
사소파 – 순전히 우연한 실수나 진정한 상상의 비약에서부터 가장 노골적인 거짓말에 이르는 어떤 것도 의미할 수 있다
토착민들은 선교사들이 그들의 나라에서 식물에 주술을 하지 않는 것을 아주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레비브뢸 교수는 토착민들이 전논리적 심성(신비적 세계관)을 가졌다고 평가했는데 토착민들은 주술을 시행하지 않는 선교사들의 비이성적인 면을 비난한다.
민요(카툴로구사) <원문 82> (의역 1권 p358), 설화의 효능 <원문 83> (의역 1권 p359)
트로브리안드인들은 설화(쿠크와네부)의 암송도 주술적인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설화의 암송 후에 민요(카툴로구사)로 마무리되는데, 이 민요에는 거기 참석한 사람들의 이름이 들어간다. 12월-3월 북서쪽에서 계절풍이 불어오는 기간에 설화가 이야기된다. 이 무렵 토착민들은 나쁜 날씨 때문에 집 안에 있거나 집 근처에 머무른다. 그때 그들은 잘 알려진, 끝없이 긴, 주로 음란한 이야기들을 서로에게 들려준다.
토착민들은 신화가 식물에 대해 주술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제12장 경작의 법적, 경제적 측면과 관련된 전문용어
소유권이라는 추상적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유와 개인 소비를 나타내는 소유격이 다르다는 것이 특이하다.
○ 관계의 인접성 혹은 친밀함의 차이를 나타내는 네 가지 유형의 소유격이 존재한다.
① 가장 가까운 소유 혹은 의존을 나타내는 소유격(인간 신체의 일부, 친족 용어, 인간 개성의 일정한 자질 혹은 부분과 관련됨), 단어의 끝에 붙는 대명사로 표현된다.
야마–구(내 손), 타마–구(내 아버지), 나노–구(내 마음), 마기–구(내 욕망)
야비–구(남자의 치골 잎), 다바–구(섬유 치마) – 이 두 가지 의복에만 가장 가까운 소유접미사가 붙는다
② 약간 더 먼 관계(의복의 소품이나 마음의 상태)-아구, 캄, 칼라
아구 다굴라(나의 춤추기용 깃털), 아구 와칼라(나의 띠)
아구 라비야(나의 분노), 아구 시불라(나의 냉정한 기분), 아구 코콜라(나의 두려움)
소비 대상이 아닌 소유의 대상이 되는 식량에,
아구 쿠비(나의 얌), 아구 타이투(내 소유로 쌓아놓은 타이투), 아구 카바일루아(나의 과일),
나의 통나무방은 ‘내 통나무방의 내용물’을 가리키는데, 얌 창고의 다른 부분들은 가장 먼 소유대명사가 결합된다.
③ 소비되는 식량을 나타내는 소유격–카구, 캄
카구가 사용된 ‘나의 얌 식량’이란 단어는 쌓여 있는 저장물이 생명 유지의 수단임을 강조한다.
갈라 캄(가장 모욕적인 욕) – 당신의 얌 식량은 없다, 네게는 먹을 것이 전혀 없지, 너는 배고픈 거지야
카구 카바일루아(내가 먹으려고 하는 열매들), 아구 카바일루아(내가 소유한 열매들)은 구별된다.
④ 가장 먼 소유 관계, 혹은 실제적인 경제적 소유를 가리킴
울로(나의), 움(당신의), 라(그의),
마(우리의, 양수兩數일 경우), 마–시(우리들의)
다(우리의, 양수兩數일 경우), 다–시(우리들의)
미(너의), 시(그들의)
복수형일 때 접미사 –시가 붙는다.
○ 소유권 권리주장할 때 가장 중요한 접두사는 톨리–
톨리-: 주인, 소유자, 조직자, 관리자, 예식의 주인
울로(소유대명사)와 등가적으로 사용된다.
소유권을 주장하는 단어들이 법적인 것인지 명목상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인지는 맥락을 통해서 파악된다.
○ 자본, 노동, 작업, 생산량, 수확량, 노동 시간, 작업 횟수 등을 가리키는 표현이나 용어는 없다. 분배에 관한 전문용어는 풍부하고 수확물 선물과 관련된 표현도 많다.
<원문 85> (의역 1권 p464) 카야사와 크로켓 경기
(ⅶ) 카야사의 방식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한 남자가 또 다른 남자보다 더 강한지, 그의 주술이 더 예리한지의 여부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굵은 고딕체로 표기된 구절은 키리위나어에는 없는 표현이다. 토착민들은 맥락에 따라 단어들을 나열해서 접속사 및 비교급과 같은 의미를 표현한다. 위 문장은 경작의 실제적인 힘이 주술에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원문 85의 뒷부분은 싸움 장면이라 계속 주어가 바뀌는데 상황과 맥락과 말하는 사람의 어조에 따라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주어를 추측하는 것이 가능했다.
<원문 86> (의역 1권 p470) 카야사 기간에 일어난 릴루타와 크와이브와 사람들간의 다툼
돼지가 그것의 덩치나 식량으로 사용될 운명이 강조될 때 가장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불변화사인 ‘크와이’와 함께 사용된다. 보통은 ‘나’가 사용됨. 동물이 고기로 바뀔 때인 것 같다.
<원문 87> (의역 1권 p471) 카야사 기간 중의 크와이브와가 우두머리와 조수의 대화
<원문 88> (의역 1권 p412) 브리틸라울로(경쟁적인 식량 교환을 통해 마을 간의 오해를 조정하는 행사)
갈라 캄(너의 식량은 없다)이라는 표현은 항상 단수형으로 사용되는데, 여기서는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에게 주는 모욕으로 사용되었다.
<원문 89><원문 90> (의역 1권 p420) 빈랑나무 열매를 다른 마을에서 얻어 온 와카이세 사람들에 대한 비난
<원문 92> (의역 1권 p430) 리쿨라 브와이마(‘얌 창고 풀어놓기’ 관습), 타투넬라 워야이(‘줄 끊기’ 관습)
처남의 창고가 가득 찼을 때 매부가 분배를 요구하는 관습으로 ‘풀어놓기’와 ‘줄 끊기’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얌 창고에는 줄이나 잠금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원문 93> (의역 1권 p397-398)
(2) 아니요, 나는 얌 식량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누구도 나를 위해 경작지를 일구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 토울루와를 위하여 식량을 생산하느라 바쁩니다.
평민인 화자는 겸손하게 말하면서 최고 족장의 풍부한 얌이 화자의 빈곤의 대가로 주어진 것이라고 단언한다.
<원문 94> (의역 2권 p213)
‘밭의 주인, 마을의 주인’처럼 그저 단어들을 나란히 늘어놓음으로써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트로브리안드식 어법이다. ‘밭의 주인은 마을의 주인이다’라는 뜻.
<원문 96> (의역 1권 p192) 투다바 신화
당신은 남고, 나는 떠날 것이다 – 토착어의 인사말(우리나라의 ‘나 간다’)
크와수(의례적으로 뱉다)는 풀루, 풀루풀루와 동의어
기우(평범하게 뱉다)는 크와수의 대조어
<원문 97> (의역 1권 p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