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류학
[기말에세이 수정] 틈새를 메우는 내방신
종교인류학 시즌1 에세이(수정)/25.4.15/오켜니
틈새를 메우는 내방신
주제문 : 지고신이 지키고 있는 현세의 질서를 한 번씩 깨뜨리러 등장하는 내방신(來訪神)의 모습을 통해 끊어진 자연과의 연결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생각해본다
인류 마음의 구조 변경은 세상을 다르게 보게 만든다. 『신의 발명』에서 나카자와 신이치는 인간 마음의 구조와 ‘초월과 신’에 대한 사유는 함께 변화되었다고 말한다. 마음의 밑바닥에서 초월로 가는 통로를 발견한 고대 인류는 인간과 동물의 표면적 다름만을 보지 않았고, 여러 생명체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유동적인 에너지 흐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시야를 장착하고 있었다. 동시시각을 장착한 이들은 비인간과의 연결에 조심성을 갖춘다. 그런데 고대 인류의 동시시각은 깨지고 인류는 다신교의 우주를 그린다.
다신교의 우주는 현재의 질서를 지키는 지고신과 한 번씩 인간 세상에 방문하여 혼돈을 선물하는 내방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신교의 우주는 내방신의 활동을 통해 지고신에게 힘이 쏠리지 않게 구성되었다. 하지만 자연 내부에 있던 권력이 인간 사회로 들어오고 유일신이 생겨나면서 균형적인 힘의 분산은 완전히 깨지고 만다.
지고신이 지키고 있는 현세의 질서를 한 번씩 깨뜨리러 등장하는 내방신(來訪神)의 모습을 통해 끊어진 자연과의 연결과 조심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사유해보려고 한다. 요즘의 현실은 유일신이라는 균질한 일자적 가치가 거대한 흐름을 이루고, 그에 반하는 다양한 모습들은 혐오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다.
내방신은 신을 모시는 성소에 거주하는 신이 아니라 일 년 중 특별한 날에 먼 곳으로부터 인간세계를 방문하는 신이다. 지고신이 특별한 이미지를 갖지 않는 신이라면 내방신은 기괴한 이미지의 가면을 쓰고 전신을 종려나무와 같은 식물의 잎으로 뒤덮고 나타난다. 게다가 돌풍처럼 달려가 버리고,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며 몸을 살짝 떨기도 하며, 음악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 도카라 열도의 ‘포쉐’라고 불리는 신은 이상한 가면을 쓰고 마라봉이라는 몽둥이를 들고 춤을 추면서 여성들을 때리려고 한다. 다른 지역의 ‘아카마타·구로마타’라는 가면신은 남근 형태의 몽둥이를 들고 있다. 그리고 미야코지마의 ‘판투’는 온몸에 질퍽한 진흙을 잔뜩 묻힌 채로 나타나 집안으로 들어가 춤을 추고 방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기도 한다.
내방신은 한곳에 머무르는 지고신과 다르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저 먼 곳에서 온다. 동굴이나 숲속에서 으스스하고 섬뜩한 소리와 함께 출현한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가 끊겨 사람들이 이 세상의 질서가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갈 때 내방신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몰라서 무섭다고 생각한 지역에서 신비스럽게 나온다. 신성한 빛의 모습이 아닌 기괴하고 더럽고 독특한 리듬으로 몽둥이를 통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도깨비도 몽둥이를 들었는데 몽둥이는 증식의 표식이자 죽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내방신은 이 세상과 저 세상, 이승과 저승의 끊어진 빈틈을 메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