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10회 후기 -거리의 문제로서 소유
거리의 문제로서 소유
동화인류학 10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토론은 바로 소유에 대한 주제였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가진다’라는 개념은 트로브리안드인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고이다. ‘소유권이라는 추상적 개념, 곧 인간이 사물을 이용하고 처분할 권리를 나타내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3』, 401쪽) 그들의 소유는 주인이라는 종속적 관계가 아니라 인간, 사물, 환경이 모두 어우러지는 맥락적인 관계이다.
맥락적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거리’이다. 소유격 또한 4가지 단계를 거리에 따라 나눠진다. ‘가장 가까운 소유 혹은 의존을 나타내는 소유격은 인간 신체의 일부, 친족 용어, 추상적 의미에서 인간 개성의 일정한 자질’(같은 책, 402쪽)에서 사용된다. 가장 먼 소유관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경제적 소유를 가리키는 것들이다.
소유를 이야기하면서 ‘말’ ‘물건’ ‘감정’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술의 요소는 말, 행위, 물건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말’이다. 말은 누구의 것인가? 우리는 말하는 사람이 그 말의 주인이라고 여긴다.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엄격한 도덕적 규율에 익숙하지만, 동시에 SNS가 발달함에 따라 말이 기술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여기에는 엄청난 자의식도 포함되어 진다.
‘물건’을 소유한다는 개념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물건을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사면 내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트로브리안드인은 소유권이 아니라 토-카비 ‘~을 휘두르는 자’ (같은 책, 405쪽)로서 기술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는 물건을 사면서 휘두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막상 우리는 광고와 돈에 끌려다니면 물건에 휘둘려지고 있다. 물건은 여기저기 쌓아두며 만족하지 못해 매일매일 또 사기만 한다. 기술적으로 물건을 휘두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마지막은 바로 감정이다. 어떤 사람을 감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을 굉장히 비이성적이고,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동시에 ‘내 감정은 소중해’라면서 자신의 감정을 알고, 존중해야 한다는 담론도 많다. 행복하고, 기분 좋고, 긍정적인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고, 이는 결국 감정은 내 것이고, 소유되어야 한다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어떠한 감정은 가까이 왔다는 ‘거리’의 문제라는 논의로 보면 어떤 감정도 내 것이 아니다.
우리와 다른 소유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트로브리안드인들은 분배에 대한 전문용어가 훨씬 풍부하더고 한다. (같은 책, 408쪽) n/1, 더치페이처럼 똑같이 주고받는 관계가 공평하고, 덜 피곤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똑같이 주고받으면 결국 그 관계는 깨지고 만다고 달님은 말했다.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에서 나온 개념으로 주는 것이 엄청난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주기 위해서는 엄청난 계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유권에서 출발한 이번 세미나는 점점 많은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