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아니아 Oceania
[마나 모아나 답사 후기] 눈앞의 과거
<마나 모아나> 전시에서 가장 많이 보인 것은 얼굴이었다. 의식용 가면은 물론 의식용 노와 부적, 카누의 뱃머리 장식과 무기에도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마나’는 모든 존재에 깃든 신성한 힘을, ‘모아나’는 경계 없는 거대한 바다를 뜻한다고 한다. 바다에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오세아니아 사람들은 물건에 ‘마나’를 담아 바다와 연결되고자 했다. 폭풍과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자연 현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다와도 공동체를 이루어야 했기 때문이다. 부적과 카누 뱃머리 장식에 ‘마나’를 담기 위해 주로 얼굴을 그려 넣었다. 얼굴은 죽은 조상들과 연결지음으로써 자신들을 지켜주리라는 믿음을 나타내는 것 같다. 죽음을 애도하는 의식에 사용되던 가면은 “바다 밑 사후 세계에서 돌아온 족장”을 상징한다. “죽은 자의 영혼이 몸을 떠나면 그 영혼은 조상이 되어 살아 있는 세상과 반대되는 바다 밑에서 살아간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조상은 자신들의 삶을 인도하며 여전히 곳곳에서 연결되어 있는 존재였다. ‘과거는 눈앞에 있다’는 것은 바다에서 자신들을 이끌어주는 조상의 이야기를 의미하는 것 같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족장이 사용하던 곤봉 ‘우우’다. 불빛 아래서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쇠로 만들어진 것이라 예상했는데 소나무로 만들어졌다. 적에게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를 날카로운 쇠가 아니라 썩는 나무로 만들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얼굴이 많이 그려진 것도 놀라웠다. 머리는 ‘마나’가 머무는 공간이고 많으면 많을수록 힘이 세진다고 한다. 맨 위에는 조상 ‘티키’의 머리를 새겼는데 티키는 최초의 인간이자 신성한 존재다. 그 아래 눈, 코, 입 모두 각각이 얼굴을 연상시킨다. 가운데 커다란 두 눈은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시선이라고 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주술에 걸린 듯 빠져드는 것 같다. 그가 꿰뚫어 보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 눈앞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더 많은 ‘마나’를 담고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면서 뱃머리 장식을 단 카누를 띄웠을 사람들은 또 더 많은 머리를 모아 오기 위해 다른 부족과 전쟁을 벌이고 머리사냥에 나섰다. 그것은 단순한 부의 축적이나 살육이 아니라 모든 것을 공동체로 여기는 연결과 순환의 과정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 항해지도를 물려주고, 서로 전쟁을 벌여 연결되고, 쿨라를 통해 물건에 ‘마나’인 신성함을 담아 순환시키는 방법을 잊었다. 그 모든 단절은 우리가 우리 등 뒤에 있는 미래만을 보느라 눈앞의 과거를, 이야기를 잃어버린 것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