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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노 카츠미] 가와카미 히로미와 <뫼비우스의 띠>(2/2)

작성자
덕후
작성일
2025-06-07 11:25
조회
12

일본어 강독팀에서 읽은 오쿠노 카츠미의 モノも死者きている世界から人類學者わったこと(물건도 돌도 죽은 자도 살아 있는 세계의 사람들로부터 인류학자가 배운 것)을 연재합니다. 이한정 선생님의 지도 아래 오선민 선생님, 김미향 선생님, 조혜영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뫼비우스의 띠>

 

  문학연구가 사토 이즈미(佐藤泉)에 의하면 이 있음이야말로 이야기를 가능하게 해서 뱀을 밟다에서 사람과 뱀은 사람이 사람과 대화할 때처럼 벽을 사이에 둔 먼 느낌이 없는, 언어에 의한 세계의 분절(分節) 이전, 사회적 차원의 개입 이전의 세계를 살고 있다(사토 2003: 123). 사람과 뱀 사이에서 나타나는 자타미분(自他未分)의 감각. 여기에서는 그것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에 하나의 유효한 모델을 들겠다. 그것은 하나의 면과 하나의 모서리밖에 없는 <뫼비우스의 띠>라고 불리는 위상기하학의 도형이다.

긴 종이 띠의 한 쪽을 다른 쪽의 끝에 대하여 180도 비틀어 양쪽의 끝을 붙이면 <뫼비우스의 띠>가 완성된다. <뫼비우스의 띠>의 특징은 하나의 면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종이 띠의 끝을 비틀지 않고 붙이면 이나 과 같은 것이 된다. 그 통에는 두 개의 면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면은 빨강으로, 또 다른 하나의 면은 초록으로 나누어 칠할 수 있다. 그런데 <뫼비우스의 띠>에는 하나의 면밖에 없기 때문에 면마다 색을 나누어 칠할 수 없다.

  사람과 뱀, 진짜와 가짜, 자와 타, 생과 사 등의 이항으로 이루어지는 세계. <뫼비우스의 띠>를 하나의 비유로서 사용하는 것은 그들 이항의 분절 이전, 이항의 미분(未分) 감각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뫼비우스와 같은 형태로 된 이차원의 세계를 상정할 경우, 거기에 사는 평면인<뫼비우스의 띠>를 일주하고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면 장기(臟器) 등은 반대쪽으로 붙거나 해서 원래 자기의 거울상이 된다(픽오버 2007: 158-63; 세야마瀬山 2018: 216-26). <뫼비우스의 띠>에는 방향불가능성[비가향성]’이라고 불리는 수학 상의 과제가 있지만, 앞으로는 그 점을 거론하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나카자와 신이치(中沢新一)는 하나의 면밖에 없는, 겉과 속의 구별이 없는이 위상기하학의 모델을 이용하여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을 고대인마음 본연의 상태에 접근하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의 하나의 면 위에 개미를 한 마리 놓고 중심선을 따라 걷게 하면 개미는 겉면을 걷는 동안에 어느샌가 안쪽 면으로 나와 버린다. 개미가 다시 한번 겉면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그대로 타박타박 계속 걷는 수밖에 없다.

 

산 자의 세계가 보이지 않는 유동체를 통해 죽은 자의 세계로 연속해 가는 모습을 이 도형은 멋들어지게 표현해서 보여줄 수 있다 (나카자와 2003: 97)

 

  나카자와에 의하면 생과 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던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정신성의 중요한 측면을 보여주는 사물이 있다. 죽은 자를 매장한 묘지를 둘러싸듯이 만들어진, 죽음과 이웃해서 생이 영위되고 있었던 조몬시대 중기의 환상(環狀) 취락이나 죽음의 영역에 속하는 개구리의 등으로부터 신생아탄생의 순간이 그려진, 마찬가지로 조몬 중기에 만들어진 사람 얼굴이 그려진 심발(深鉢)’(지금으로부터 약 4500년 전의 조몬 토기)이다(나카자와 2003: 98-103). 그들의 묘지와 토기는 <뫼비우스의 띠>적인 사고, 즉 애니미즘 사고의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조몬 후기가 되면, 예컨대 산나이마루야마(三内丸山)유적에서 묘지는 취락과 바깥세계를 연결하는 도로의 양편에 배치되었듯이 죽은 자의 세계가 산 자의 세계로부터 공간적으로 분리되게 된다. <뫼비우스의 띠>에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나카자와는 그 변화를 <뫼비우스의 띠>의 중심선을 따라 가위로 한가운데를 잘라 가르는 <뫼비우스 띠의 갈라짐>의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나카자와 2003: 103-5). 그로 인해 <뫼비우스의 띠>로부터 통 내지는 링으로 형상의 변화가 생긴다. <뫼비우스의 띠>를 가르면 겉과 속의 구별이 가능하다. 즉 세계가 산 자가 사는 세계와 죽은 자가 사는 세계, 이편과 저편이라는 두 개의 면으로 뚜렷이 구별된다.

  <뫼비우스 띠의 갈라짐>이란 생과 사, ‘진짜가짜등을 확연하게 나누는 이항대립의 세계의 출현을 시각화해서 제시하는 모델이다. 다른 한편, <뫼비우스의 띠>라는 위상기하학은 여기에서 사람과 뱀, 자와 타 등을 쉽게 분리할 수 없어서 하나로 연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인간과 짐승이나 자아와 타자가 나뉘지 않는 뱀을 밟다세계의 비유이다. 사람과 뱀은 색을 나누어 칠할 수 없는 하나로 연결된 면 위에서 즉 <뫼비우스의 띠> 위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환상회향(還相回向)론 쪽으로

 

  『뱀을 밟다의 토대에는 사람과 뱀은 각각 다른 종이라고 생각되는 현실이 있다. 그러나 뱀은 종과 종 사이를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하는 존재자로서 나타난다. 히와코가 사는 현실세계에서는 사람과 뱀 사이에서 느슨하게 공유되는 인간성이 그려진다. 독자는 거기서 애니미즘이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느낄 것이다.

  사람과 뱀은 또, 마치 정토 쪽으로의 극락왕생과 정토로부터의 환상회향의 왕래를 포함하는 정토사상의 중생인 것 같기도 하다. 신란(親鸞)환상회향론에서는 아미타불의 본원(本願)에 의해 정토(淨土)’에서 극락왕생한 중생이 이승으로 다시 돌아와 반전해서 중생을 구제한다. 그 왕환(往還)과정은 평론가 요시모토 다카아키(吉本隆明)에 의하면 이승, 즉 이쪽 미혹의 세계에서 정토, 즉 저쪽 세계의 자비의 시점을 불러들여 그 양쪽을 포괄함으로써 풍부한 지혜를 연마하기 위한 원천이 된다(요시모토 1983: 2012).

  ‘환상회향론이 요시모토 다카아키가 말하듯 우리의 사유 안에 보편적으로 내재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요시모토 1983: 354)고 한다면 그것은 동시에 애니미즘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람이 뱀의 세계로 가서 뱀이 되고, 뱀이 사람의 세계로 와서 사람이 된다. 그것은 종을 구분하여 이해하는 방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포괄적인 하나의 지혜를 나타내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가와카미 문학은 애니미즘을 궁구하려는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뫼비우스의 띠> 면 위를 걷듯이 사람은 뱀의 세계로 이끌려가서 뱀이 되기도 하고, 거꾸로 어느샌가 뱀이 사람이 되기도 하는 상태가 연속적으로 나타난다. 사람이 동물이고 동물이 사람이며, ()가 타()이고 타()가 자()이기도 한 극락왕생과 환상회향의 끊임없는 과정의 내측에 애니미즘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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