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 스웨덴 특파원이 들려주는 슬기로운 외국살이
[슬기로운 tOkyO살이] 뭐 먹고 살아요? -일본 체인점 편-
“도쿄 맛집 좀 알려줘.”
“에이, 내보다 니가 더 잘 알걸. 이번에 오면 조사한 맛집 좀 내한테 풀어놓고 가라.”
친구들은 내가 도쿄에 오래 살고 있으니, 숨겨진 맛집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도쿄 여행 전에 꼭 이런 질문을 한다.
도쿄에 온 아주 초기. 내 일본 생활의 르네상스, 찐친과 함께 살던 시절에는 매주 도장깨기 식으로 맛집을 찾아다닌 적도 아주 잠깐 있긴 했지만, 거주자 모드로 바뀐 이후로는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가는, 흔히 말해 ‘체인 레스토랑’만 주구장창 다니게 되었다. 주차장도 넓은 편이고, 아이들과 가기에 부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자주 가는 일본 음식점(체인점) 리스트’를 풀어 볼까 한다. 대부분 전국적으로 체인점이 있고, 가격도 적당한 편이라 일본 사람들이 편하게 가는 곳이다.
-마츠야(소고기 덮밥)
주로 후다다닥 한끼 먹어야 하는데, 편의점 삼각김밥은 싫고, 햄버거도 싫을 때 가는 곳이다. 요시노야, 스키야 등 다른 규동(소고기 덮밥) 체인점이 있지만 마츠야는 규동을 시키면 공짜로 미소시루가 나온다. 다른 곳은 미소시루도 따로 시켜야 하거나 규동의 소스가 너무 달거나 짜서, 나는 주로 마츠야를 이용하는 편이다. 규동, 카레 정식으로 나눠져서 그 안에도 아주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보통은 규동, 혹은 김치규동 두 가지 메뉴 중에서 선택을 한다. 식당 입구에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어, 말하기도 귀찮을 때는 딱 좋다. 그런데 일본 친구에서 마츠야에서 규동을 먹고 왔다 했더니 여자들은 혼자 거의 잘 안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로는 괜히 들어갈 때 주변을 한 번씩 의식하게 되었다
출처 : 마츠야 홈페이지
– 텐야 (튀김덮밥)
한국에서는 튀김이 저렴한 길거리 음식이지만, 일본에서는 저렴한 음식은 아니다. 맛있다는 가게는 튀김정식이 최저 5만원 이상부터 시작하는 곳도 있다. 자주 갈 수는 없으니, 바삭바삭한 튀김이 먹고 싶을 때는 텐야로 간다. 이 가게는 정식메뉴도 있고 덮밥 메뉴도 있다. 달달한 타래소스를 부어주는 덴동을 주로 먹지만. 그 소스가 싫을 때는 정식을 시켜 먹는다. 그리고 이 가게의 장점은, 세트메뉴를 시키면 우동이나 소바를 선택할 수 있다. 텐동만으로는 2% 부족할 때 딱 좋다. 한 가지 단점은 식사를 하고 나오면 온 몸에서 튀김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이다.
출처: 텐야 홈페이지
-오토야(일본식 정식)
적당하게 시간도 있고, 마음의 여유도 있으면서 집밥이 생각날 때 가는 곳이다. 메인 요리를 선택하면 밥, 미소시루, 단무지 같은 츠케모노가 함께 나온다. 한국으로 치면 백반집이라고 해야 하나? 백반집의 정감은 조금 떨어지지만 일본식 백반집에 가고 싶을 때는 가성비 좋은 곳이다. 당일치기 여행 갔다 오면서 가족들 메뉴 통일이 어려울 때는 오토야로 가면 된다.
출처: 오토야 홈페이지
– 와코(돈카츠)
애들한테 뭐 먹으러 갈까? 라고 물어보면 거의 80% 와코에 가자고 대답한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많이 들어가 있고, 지점에 따라서는 솥밥이 나오는 곳도 있다. 양배추, 미소시루, 밥을 무제한으로 리필해 줘서 가끔 애들과 함께 가기 부끄러울 때가 있다. 애들이 세 번 이상 리필하려고 하면 돈카츠도 따로 하나 더 시키라고 이야기한다. 양과 맛은 다 평균 이상이므로 가성비로는 최고의 음식점이라고 생각한다. 고기 부위를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로스(등심)를 더 좋아한다. 안심은 부드럽지만 퍽퍽하게 느껴져서 주로 로스를 주문한다.
출처 : 와코 홈페이지
– 쿠라스시(회전스시)
저렴한 회전스시를 먹으러 갈 때는 쿠라스시를 많이 간다. 스시로, 하마스시라고 하는 체인점도 있지만 집 근처 지점이 주차장이 넓기 때문에 쿠라스시로 가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 예약 없이 가면 2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예약이 필수다. 물가상승으로 회전스시 가격도 조금 인상되었지만, 스시의 크기도 줄어 든 느낌이라, 애들은 기본 30접시는 먹는 것 같다. 이 집은 스시를 먹고 접시를 테이블 옆에 투입구로 넣으면 접시 5장당 뽑기 한 번을 할 수 있다. 뽑기에 당첨되면 작은 장난감을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은 만족하지만, 나는 항상 양 적고 맛있는 집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 나오는 곳이다.
출처: 쿠라스시 홈페이지
-민게이(일본식 정식)
위의 오토야 보다는 조금 더 일본적인 집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체인점인데, 여기에 나의 소울푸드가 있기 때문에다. 비싼 프렌치 레스토랑에 갈래? 민게 갈래? 라고 하면 나는 당연히 민게를 고를 것이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지점이 작년에 문을 닫았다. 내가 자주 가자고 하니 애들은 문을 닫아 진짜 다행이라고 했지만, 나는 상실감이 컸다. 이제 다른 지점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차를 타고 20분은 가야 한다. 이 음식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메뉴는 딱 하나가 있다. 이름이 좀 긴데 대략 번역을 해 보면 ‘간장맛 닭튀김 흑초 중식식(매콤새콤) 우동(鶏竜田の黒酢酸辣うどん)’이 된다. 먹어보기 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맛인데, 바삭바삭한 닭튀김과 토마토, 계란, 식초가 이렇게 궁합이 좋게 느껴질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메뉴를 시키는 건 항상 나밖에 없고, 남편이나 애들은 덴푸라 우동 세트, 돈카츠 세트 등을 시킨다. 내 입맛에만 맛있나보다.
출처: 민게이 홈페이지
여행의 큰 즐거움 중에 하나는 현지 맛집을 방문해 보는 것인데, 막상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매번 맛집을 검색해서 가지는 않는다. 가끔 지인과 식사할 일이 있다거나, 가족의 기념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동네에 있는 체인 레스토랑을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체인 레스토랑은 ‘싸고 빠른’ 식당이지만, 그것은 일본 사람들의 일상의 생활, 시간, 맛이 담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일본을 맛보고 싶다면, 미쉐린보다 마츠야로. 오토야로 들어가 보시라. 거기에 일본의 일상의 맛이 있다.
그렇죠. 막상 현지인은 맛집에서 줄 서지 않는다는..^^;;
현지인이 편하게 방문하는 프랜차이즈 체인 레스토랑 정보! 느므 실용적인 정보네요.
일본 여행에 찐도움이 될 것 같아요. 꺄~~ ><
체인점과 함께하는 우리의 따뜻한 일상이네요. ‘민게이’에 가서 간장맛 닭튀김 흑초 중식식 우동을 먹어보고 싶습니다.
기본 30접시 쿠라스시로!! 저는 늘 스시를 동경하여!!
그런데, 이번 연재글은 정말 참신하네요. 이런 코너 설정 너모 좋다능!! 아. . . 상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