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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인류학


[이븐 바투타 여행기] (2) 순례자에게 물의 의미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5-06-09 17:44
조회
27

 

다마스쿠스에서 성 메디나를 순례하는 길에는 지형상 강과 바다가 인접해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이븐 바투타의 시선에 우물, 샘물이 더 자주 보이는 것 같다. 물이 있는 곳으로 순례길이 난 것인지 순례길 중간에 우물을 만들어 놓은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븐 바투타가 여행하는 내내 물은 중요한 자원이었다. 형제애로 엮인 이슬람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타부크 계곡에서 어느 순례자들이 독풍(毒風)을 만나 고생하던 중에 물이 동나자 물 한모금에 천냥까지 받았다는 일화를 미루어 보면 순례자에게 물은 곧 생명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메디나에 아리쓰 우물은 원래 짠물이었는데 무함마드가 침을 뱉자 단물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역시 메디나에 루마 우물은 3대 칼리파 오스만이 거금을 주고 절반(?)을 사들였다고 한다. 메카의 잠잠샘은 황량하고 물이 전혀 없던 지역에서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이 울자, 엄마 하갈이 절박한 마음으로 뛰어다니니 천사에 의해 물이 솟아난 일을 기원으로 한다. 사람들에게 잠잠샘은 기적이자 신의 은혜로 여겨진다. 그래서 잠잠샘의 물을 마시는 행위도 순례 과정중 하나라고 본다. 메카에서 탄임으로 가는 길에는 자히르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봉사자들이 순례자들이 씻고 마시고 부분세정을 하기에 편리하도록 우물물을 가득 채워놓는다.

나는 순례자에게 물이 어떤 의미를 지녔을지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다. 갈증을 해소하는 물은 신체적으로는 생명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 그들에게 마시는 물 이상으로 중요하게 쓰이는 순간은 세정 할 때다. 순례자의 세정은 물리적인 씻김을 넘어서는 것 같다. 순례자들이 메카에 들어가기 전, 그 외곽에서 반드시 수계의식을 치르는데, 의식은 깨끗하게 몸을 씻는 것으로 시작한다. 순례를 뿐만 아니라 매일하는 기도에서도 절차에 따른 부분 세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들은 신체를 청결한 상태로 만들고, 신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영적인 정화 행위를 위해 물을 사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의 부름을 따라 길을 떠나는 순례 자체가 정화적 행위라고도 보여졌다.

성당 입구에 성수, 불교 사찰 입구에 물 공급대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종교마다 그 의미는 조금씩 다를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메카 대모스크(마스지드 알하람) 건물 내부 _ 1299년 설치한 구리 양동이


잠잠 식수대




전체 1

  • 2025-06-09 21:56

    아주. 좋네요. ‘물의 의미’ . . 순례자에게, 요리사에게, 사냥꾼에게, 엄마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