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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학


 

[종교의 풍경들] 세 개의 탑

작성자
이달팽
작성일
2025-06-15 01:46
조회
39

오늘은 세 개의 탑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첫 번째 탑은 한국의 절, 정확히는 통일 신라의 절 앞에 세워진 탑이고요. 두 번째 탑은 인도 부다가야에 세워진 탑, 세 번째 탑은 남인도의 티벳 절에 티벳식으로 지어진 탑입니다. 세 개의 탑 모두 종교적인 이유로 세워져 그 이외의 쓰임을 갖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때로 관광에 이용될 때도 있겠지만요.




역사적으로 불탑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 실제 사리를 모셨던 몇 개의 탑이 있었을 것이고, 이후에는 그 형식만 널리 퍼지며 사원/절마다 탑을 세웠던 것 같습니다. 탑 안에 사리 대신 경전 등을 모시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 통일신라의 절 앞에 지어진 석탑은 인도식 스투파가 중국에 오며 누각의 형태로 변형을 거친 이후의 모양을 보여줍니다. 불탑이라는 것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일종의 건축 예술이라, 지역과 시대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각 지역과 시대의 불상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얼굴이 다르신 것도 당연한 일인 것이겠지요(간다라 양식의 부처님은 정말 그리스 조각과 닮았습니다). 


부다가야의 석탑은 부처님이 깨달으셨다고 여겨지는 장소에 세워졌습니다. 세 개의 탑 중에 가장 높고 화려합니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장소이니까 힘써 지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탑 안 1층에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실 불상이 모셔져있고요. 세계의 불자들이 이곳에 들러 부처님께 인사를 하고 갑니다. 이 탑은 2-3세기의 것을 5-6세기 즈음 재건축했으리라고 여겨지는데요, 당시 이 대단한 높이의 탑을 실제로 만든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수행하는 스님도 있었을 테고, 공덕을 쌓고자 하는 불자도 있었을 테고, 누군가 시켜서 온 사람도 있었겠지요. 각자 제멋대로인 마음들이 모여 한 뜻으로 이런 건축물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돈으로 지을 수 있는 건물과 마음으로 지을 수 있는 건물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면 기독교인이 불탑을 세울 수는 없을 테니까요. 


티벳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몸을 형상화한 것은 불상, 말씀을 나타내는 것은 경전, 마음을 나타내는 것은 탑이라고 말합니다. 티벳식 불탑에는 크게 8가지 모양이 있는데, 각각 부처님의 일생의 한 장면을 상징합니다. 태어남부터 반열반까지. 해서 깨달음으로 가는 여정을 상징한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탑의 아래쪽 단에는 설사자가 탑을 받히고 있는 모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절 앞에 많게는 8개의 탑이 모두 세워져있고, 한 개나 두 개의 탑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티벳 사람들이 아침 저녁으로 이 탑들을 돌며 만트라를 외는 의식을 수행합니다. 탑을 돌며 세상 모든 생명들의 평안을 비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끝이 납니다. 그것이 곧 나의 이로움으로 돌아오고요.


한국에서는 이런 탑을 많이 볼 기회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의 탑을 돌 수 없다면, 다른 의식을 발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직 그 의식에 쓰이는 것으로만 존재하는 물질을 하나 두고 말이지요.

전체 2

  • 2025-06-15 12:35

    불교에서는 탑이 중요하군요. 아침 저녁으로 탑을 돌며 모든 생명들의 평안을 빌면서 자신의 에고를 줄여가면 그것이 나의 이로움으로 돌아온다. 티벳 일상의 의례가 아름답습니다. 탑돌이를 대신할 의례를 찾아야겠네요.


  • 2025-06-16 14:24

    탑에 얽힌 불교 이야기 재밌게 읽었습니다. 같은 교리나 신을 믿는 하나의 종교도 시대나 지역에 따라 형식은 달라지게 마련인가 봅니다. 그렇게 된 연유, 이야기 속에서 종교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