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 답사
아시아 Asia
[오리엔테이션] 신화적 상상력
우리는 곧 신석기 조몬 문화를 만나러 간다. 이번 답사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몇 번의 박물관 답사를 통해 알지 못했던 문화를 배우고, 정보를 얻기는 하지만 막상 유물 앞에서 뭐가 잘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특별히 유물에 접속이 잘되는 사람이 있다던데 나는 아니다. 봐도 봐도 아리송한 먼 세계의 물건들은 의미를 꽁꽁 감추고 있는 것 같다. 달님도 유물 앞에서는 좀처럼 뭐가 안보인다고 하셨는데, 무언가를 느끼려면 계속 보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나카자와 신이치의 『곰에서 왕으로』를 읽다보니 그 미지의 세계로 접속하는 통로가 조금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초의 의식은 시를 감상하듯이 세계를 이해했습니다. 유용성을 중시하기 시작하면 그런 점은 순식간에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세계를 응시해보면 (루소는 이것을 ‘명상’이라고 부릅니다), 표면적으로는 분리되고 고립되어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을 현실의 심층에서 서로 이어주는 연결기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걸 감지할 수 있게 되겠지요. 그리고 세계가 하나의 전체로서 호흡하고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보들레르의 말처럼, 그야말로 세계는 ‘상징의 숲’인 셈입니다.(나카자와 신이치, 김옥희 옮김, 『곰에서 왕으로』(동아시아), 99쪽)
현생인류는 시를 감상하듯 세계를 ‘의미’로서 이해했다. 유동적 지성, 즉 뉴런 조직이 뇌에 기능이나 카테고리가 다른 영역들 사이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는 포도알처럼 주렁주렁 단어마다 의미를 함축하여 완성된 한 송이를 보여준다. ‘모든 것이 본래의 전체성을 유지한 채 서로 노래를 주고받는 듯한 상태를 언어로 표현’한다.(98) 신화적 사고도 시처럼 비유 능력을 활용한다. 사람들은 현실에 신화적 사고를 중첩시켜서 동물을 인간의 형제나, 동료로 보려고 했다. ‘곰의 넋 보내기’ 제의에서 곰을 죽이고, 남겨진 곰의 몸은 곰이 남겨준 선물이기 때문에 소중히 다루어 해체한다. 이때, 신화적 사고의 눈으로 보면 곰은 털가죽 옷을 벗고 순수한 영혼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곰 사냥이라는 행위 전체가 현실의 행위 레벨과 ‘시적인 층’과의 합주로 연주되고 있다’(112). 그렇다면 인류는 왜 신화를 만들고 다른 차원에서 세상을 바라보아야 했을까?
나카자와 신이치는 오래전 인류가 ‘인간도 동물도 모두 잡아먹힐 수밖에 없는 먹이사슬의 세계를 살고 있음’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신화나 제의를 통해서 인간과 동물의 대칭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을 거듭했다는 의미이다.
202 인디언은 자신이 다른 생물의 생명을 빼앗고 있다는 걸 확실히 자각하면서 연어잡이를 했습니다. 여름은 인간이 동물을 죽이는 계절인 셈입니다. [중략] 어쩌다가 대뇌를 특수하게 발달시켜서 기술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더라도, 단지 기술력 때문에 우주 안에서 인간의 위치를 변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인디언들은 생각했습니다
213 ‘왕의 등장은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대칭성의 원리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수장과 ’식인‘을 엄격하게 분리시켜 위험한 합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