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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인류학


[이븐 바투타 여행기(3)] 후기_ 이븐 바투타가 보는 타자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5-06-19 14:56
조회
20

이븐 바투타 여행기(3) 후기

2025.06.18.

 

이번 시간에는 바그다드에서 출발한 이븐 바투타가 아라비아 남단을 돌아 배를 타고 인도양으로 나선다. 해안에 접한 소말리아의 모가디슈를 지나 탄자니아의 쿨와까지 방문하고 다시 아라비아 반도로 돌아온 그는 소아시아, 동유럽, 중앙아시아까지 순례를 이어간다. 담대하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그의 광폭 행보가 계속되었다.

오선민 선생님은 이븐 바투타가 타자에 대해 어떻게 인식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고 하셨다. 그의 시선에 수많은 타자가 포착되는 이유는 단지 시공간의 사이즈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마트든 시장이든 사람 많은 곳을 지난다고 해도 그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닌 것처럼. 이븐 바투타는 정말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듯하다. 술탄, 샤이흐, 법학자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종교, 문화를 불문한 지역 주민들, 특히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나, 낯선 모습을 보여주는 특이한 사람들에 눈길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억척스런 장사꾼들, 문신을 한 흑인들, 이방인에게 친절하고 의협심이 강한 공동체 사람들, 또한 금기시되어야 할 대마초를 자연스럽게 피는 사람들이나 태연하게 하녀와 목욕탕에 들어가며 부정을 보이는 사람들까지 마을을 물들이는 다채로운 사람들이 그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타자란 나 이외의 존재, ‘라는 경계 바깥의 존재다. 여기서 말하는 경계란 나이기까지 한(?) 지점일 것이다. 그러니 나라는 존재가 분명하면 타자도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나와 너가 확고해지는데, 이븐 바투타는 별로 그렇게 안보이는 건 왜일까? 가치판단을 하는 모습도 자주 안 보이고, 자기를 강화하는 모습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글에서 느껴지는 그가 뚜렷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튀르키예 지역에 들어갈 때를 생각해보자. 이곳은 고대 룸인들이 살았던 땅으로, 그리스인들이 차지하여 통치하다 11세기경 무슬림들에 의해 점령 당한 지역이다. 이븐 바투타가 여행한 시기에는 무슬림의 보호를 받는 기독교인들과 유대교인, 중앙아시아에서 내려온 유목 민족, 무슬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문득 오선민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가 어디까지냐는 질문이 떠오른다. 나와 너 사이에 그 경계, 나라는 끝 지점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이 경계의 위치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자주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산다는 말하는 것처럼 다문화, 다종교, 다인종의 세계에서 그 경계가 움직이는(? 흐릿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유연한 사고 방식 속에서 가능한 일 같고, 그러면 상황을 좀 위트있고 재미있게 넘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이븐 바투타의 타자 인식을 생각하면서 그가 수없이 마주하는 낯설고 다양한 풍경들이 함께 떠올랐다. 타자 앞에서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게 된다. (타자)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이븐 바투타)을 만난다. 나는 지난 후기에서 누가 이븐 바투타를 이끄는지에 대해 질문했고, 세상 곳곳에 알라가 있어 그를 이끄는 것 같다고 했었는데 이번 세미나를 정리하고보니 그의 순례를 이끄는 것은 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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