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쿠노 카츠미] 벽과 연결통로—애니미즘을 둘러싼 두 가지 태도(2/3)
일본어 강독팀에서 읽은 오쿠노 카츠미의 『モノも石も死者も生きている世界の民から人類學者が敎わったこと』(『물건도 돌도 죽은 자도 살아 있는 세계의 사람들로부터 인류학자가 배운 것』)을 연재합니다. 이한정 선생님의 지도 아래 오선민 선생님, 김미향 선생님, 조혜영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애니미즘 양식으로서의 곰보내기
아이누 사람들은 사람들이 사용했던 밥그릇이나 도구, 사냥한 곰이나 여우와 같은 동물의 혼을 신(카무이)의 세계로 보내는 의례를 행해왔다. 그릇이나 돗자리 등의 물건은 긴 시간의 노고를 위로받고 푹 쉴 수 있도록 감사의 말을 들은 후에 제단으로 옮겨져 신의 세계로 보내졌다(후지무라藤村 1995: 213-4). 그러한 ‘보내기’의 의례 중에서도 특히 잘 알려진 것이 곰보내기이다.
아이누에게 있어서 곰은 사람의 세계에 고기와 모피라는 ‘선물’을 가지고 오는 신의 화신이라고 생각되었다. 신은 곰의 모피에 살을 채워 사람의 세계를 방문하고 사람에 의해 살해된다. 그것은 아이누어로는 ‘마라푸토 네(귀한 손님이 되다)’로 표현된다. 신은 모피나 고기를 사람에게 주는 대신에 노래나 춤으로 환대받고 많은 선물을 손에 들고 다시 신의 세계로 돌아간다. 그리고 신의 세계에서 선물을 나눠주면서 환영을 포함하여 사람들의 멋진 세계의 모습을 이야기해 들려준다.
이러한 존재론―인간에게 있어서 매우 편리한 사고방식으로, 곰이 듣는다면 그런 바보 같은(웃음)이라고 말할 것이 틀림없다(우메하라梅原 1995: 38)―의 토대 위에서 행해지는 것이 곰보내기였다. 그것은 곰의 혼을 보내는 의례이다. 새끼곰을 잡아 사육한 후에 곰을 죽여서 제사를 드리고 향연을 베푸는 곰보내기는 아이누, 니브프, 윌타, 울리치, 오로치 등 홋카이도, 사할린, 아무르 하구 유역에서 행해졌다(이케다池田 2013: 84).
실제로 아이누 사람들은 새끼를 데리고 있는 곰을 잡으면 어미곰을 먹고 그 혼을 보낸 후 새끼곰은 사람의 자식과 똑같이 애지중지하고 식사도 좋은 부위를 먼저 먹여 키웠다고 한다. 새끼곰이 한두 살이 되면 곰보내기를 행했다. 며칠 전부터 정성들여 준비한 후 많은 손님을 초대하여 제사를 지내고 연회를 베풀었다.
의례 당일, 우리 안에서 새끼곰에 줄을 매달아 끌어내어 꽃화살(花矢)을 맞혀서 흥분시킨 후 본화살(本矢)을 쏘아 조름틀로 목을 졸라 숨통을 끊는다. 혼이 신체를 떠나면 곰의 몸체를 제단 앞에 두고 고기를 모두 함께 먹은 후 혼을 신의 세계로 보낸다. 그 후 두개골 가죽을 벗겨 머리 장식을 붙여 장식하고, 연어 등의 선물과 함께 제단에 바쳐 신의 세계로 무사히 돌아가도록 기도한다. 문화인류학 교과서에서는 곰보내기를 ‘자연현상과 사물을 인간과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존재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인 애니미즘의 예로 들고 있다(마츠오카松岡 1993: 154).
아이누에게 있어 신의 세계란 인간 세계로부터 초월한 다른 세계가 아니다. 양자 사이에는 늘 연결과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한 사태를 애니미즘이라고 말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중요한 것은 애니미스트들의 정신 안에서 어떤 과정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고 나카자와 신이치(中沢新一)는 말한다.
이 세계와 동일한 장소에 있지만, 실재 차원의 다른 영역에 아이누의 ‘영혼의 세계’는 있습니다. 신들이 사는 그 영적인 세계는 인간 세계를 감싸며, 그곳에 에너지를 보내려고 합니다. 더욱이 그 에너지는 선한 힘으로 가득 차서 넘치며 인간의 생명과 정신을 키워주는 것 같은, 고마운 것입니다…(중략)…신들이 인간에게 선한 에너지를 발산하려고 할 때에는 그 에너지는 영적인 고차원체가 인간 세계에 닿는 경계면 상에서 육체를 가진 동물의 생명으로 형태를 바꿉니다. 즉, 그 경계면 위에서 신들의 에너지는 ‘동물의 가면’을 몸에 걸치고 인간 세계에 등장하게 됩니다. (나카자와 1991: 301-2)
나카자와에 의하면 인간 세계와 실재 차원이 다른 영역에 사는 신들은 경계상의 어딘가에서 곰으로 ‘변신’하여 인간 세계에 찾아온다. 신들이 걸치는 것이 곰의 ‘가면’이고, 또 신들은 생명과 정신을 키워주는 성스러운 에너지를 인간에게 가져다준다.
그러나 곰(신)이 사람의 세계와 신의 세계 사이를 왕래하는 것은 한 번만이 아니다. 곰(신)은 수도 없이 사람과 신들의 세계를 잇는 연결통로를 왕래한다. 여기에서는 위상기하학의 모델(제3장 참조)을 이용하여 곰(신)이 인간 세계와 신들의 세계를 왔다 갔다 하는 고리 형상의 왕환(往還)과정을 살펴보자.
곰보내기를 제재로 하여 썼던 이케자와 나츠키(池澤夏樹)의 창작 신화 『곰이 된 소년』 (이케자와 2009)이 그것을 위한 안성맞춤의 소재이다. 그 이야기의 축은 아이누의 곰보내기를 거꾸로 뒤집어 곰을 사람으로 바꿔서 사람이 곰의 세계에 가고 다시 사람의 세계로 돌아온다는 스토리이다. 「어둠의 장벽」에서 셔베인이 장벽 맞은편으로 갔다 되돌아왔던 것처럼 사람이 곰의 세계로 갔다 되돌아온다.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39 |
[오쿠노 카츠미] 벽과 연결통로—애니미즘을 둘러싼 두 가지 태도(3/3)
덕후
|
2025.06.28
|
추천 0
|
조회 14
|
덕후 | 2025.06.28 | 0 | 14 |
38 |
[오쿠노 카츠미] 벽과 연결통로—애니미즘을 둘러싼 두 가지 태도(2/3)
덕후
|
2025.06.21
|
추천 0
|
조회 21
|
덕후 | 2025.06.21 | 0 | 21 |
37 |
[오쿠노 카츠미] 벽과 연결통로—애니미즘을 둘러싼 두 가지 태도(1/3)
덕후
|
2025.06.14
|
추천 0
|
조회 32
|
덕후 | 2025.06.14 | 0 | 32 |
36 |
[오쿠노 카츠미] 가와카미 히로미와 <뫼비우스의 띠>(2/2)
덕후
|
2025.06.07
|
추천 0
|
조회 23
|
덕후 | 2025.06.07 | 0 | 23 |
35 |
[오쿠노 카츠미] 가와카미 히로미와 <뫼비우스의 띠>(1/2) (2)
덕후
|
2025.06.01
|
추천 1
|
조회 35
|
덕후 | 2025.06.01 | 1 | 35 |
34 |
[오쿠노 카츠미] 바람 계곡의 애니미즘(2/2)
덕후
|
2025.05.24
|
추천 0
|
조회 45
|
덕후 | 2025.05.24 | 0 | 45 |
33 |
[오쿠노 카츠미] 바람 계곡의 애니미즘(1/2)
덕후
|
2025.05.17
|
추천 0
|
조회 49
|
덕후 | 2025.05.17 | 0 | 49 |
32 |
[오쿠노 카츠미] 곤마리는 정리 계곡의 나우시카인가?(2/2)
덕후
|
2025.05.10
|
추천 0
|
조회 45
|
덕후 | 2025.05.10 | 0 | 45 |
31 |
[오쿠노 카츠미] 곤마리는 정리 계곡의 나우시카인가?(1/2) (1)
덕후
|
2025.05.03
|
추천 0
|
조회 70
|
덕후 | 2025.05.03 | 0 | 70 |
30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10장 인디언들의 기도(2/2) (1)
덕후
|
2025.01.06
|
추천 0
|
조회 103
|
덕후 | 2025.01.06 | 0 | 103 |
29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10장 인디언들의 기도(1/2)
덕후
|
2024.12.30
|
추천 0
|
조회 82
|
덕후 | 2024.12.30 | 0 | 82 |
28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9장 백 년 후의 풍경(2/2)
덕후
|
2024.12.23
|
추천 0
|
조회 82
|
덕후 | 2024.12.23 | 0 | 82 |
27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9장 백 년 후의 풍경(1/2)
덕후
|
2024.12.16
|
추천 0
|
조회 104
|
덕후 | 2024.12.16 | 0 | 104 |
26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8장 두 개의 시간, 두 개의 자연(3/3)
덕후
|
2024.12.09
|
추천 0
|
조회 93
|
덕후 | 2024.12.09 | 0 | 93 |
25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8장 두 개의 시간, 두 개의 자연(2/3)
덕후
|
2024.12.02
|
추천 0
|
조회 80
|
덕후 | 2024.12.02 | 0 | 80 |
24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8장 두 개의 시간, 두 개의 자연(1/3)
덕후
|
2024.11.25
|
추천 0
|
조회 90
|
덕후 | 2024.11.25 | 0 | 90 |
23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7장 아무도 없는 숲에서(3/3)
덕후
|
2024.11.18
|
추천 0
|
조회 87
|
덕후 | 2024.11.18 | 0 | 87 |
22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7장 아무도 없는 숲에서(2/3)
덕후
|
2024.11.11
|
추천 0
|
조회 118
|
덕후 | 2024.11.11 | 0 | 118 |
21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7장 아무도 없는 숲에서(1/3)
덕후
|
2024.11.04
|
추천 0
|
조회 139
|
덕후 | 2024.11.04 | 0 | 139 |
20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6장 남동 알래스카와 혹등고래(2/2)
덕후
|
2024.10.28
|
추천 0
|
조회 174
|
덕후 | 2024.10.28 | 0 | 174 |
19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6장 남동 알래스카와 혹등고래(1/2)
덕후
|
2024.10.21
|
추천 0
|
조회 143
|
덕후 | 2024.10.21 | 0 | 143 |
18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5장 오로라 아래에서(4/4)
덕후
|
2024.10.14
|
추천 0
|
조회 116
|
덕후 | 2024.10.14 | 0 | 116 |
17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5장 오로라 아래에서(3/4)
덕후
|
2024.10.07
|
추천 0
|
조회 120
|
덕후 | 2024.10.07 | 0 | 120 |
16 |
[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5장 오로라 아래에서(2/4) (1)
덕후
|
2024.09.30
|
추천 0
|
조회 140
|
덕후 | 2024.09.30 | 0 | 140 |
15 |
[모집ON 일본어 강독(월)] 오쿠노 카츠미 / 개강 10/28 (5)
덕후
|
2024.09.24
|
추천 0
|
조회 603
|
덕후 | 2024.09.24 | 0 | 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