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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인류학


[이븐 바투타 여행기] 12-13 생각거리

작성자
coolyule
작성일
2025-06-30 16:14
조회
17

이븐 바투타 여행기생각거리 2025630일 김유리

 

마할 제도의 붙임성 좋은 사람들

 

 

2천 개의 섬으로 구성된 지바툴 마할 제도 사람들이 관계를 엮는 솜씨에 혀를 내두른다. 제도의 관계 맺기는 직조와 닮았다.

붙임성 좋은 여성들이 사는 마할 제도에서 여성들은 야자섬유 깐바르를 짜거나 결혼을 한다. 야자섬유를 두드려 부드럽게 만든 다음 노끈을 짜는데, 못 대신 야자 끈으로 선박을 꿰맨다. 이렇게 만든 배를 승선이라고 한다. 이곳에 도착한 외래 승객들은 섬의 여성들의 집에 투숙하고 결혼도 할 수 있다. , 이곳 여성들은 섬을 떠나지 않기 때문에 나갈 때는 이혼한다. 여기서 이븐 바투타는 여러 명과 결혼한다.

마할 제도에 이슬람교가 퍼진 유래가 전승된다. 수염 없는 무슬림 여행자가 여자 옷을 입고 희생 제물 대신 바쳐져 마귀를 물리치고 영웅이 된다는 전승담이다. 섬사람들은 외래의 종교인 이슬람을 받아들여, 매달 처녀를 희생시켜온 인신 공양 풍습을 뽑아냈다. 이슬람의 확산은 무력을 통해서도 이루어지지만, ‘여성 되기를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마할 제도와 엮이면서 이슬람의 여성적비폭력적 잠재성이 표현되었다.

섬사람들은 스스로를 가엾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이븐 바투타에 의하면 그들의 육체는 연약한 편이고 싸움질을 할 체질이 못된다고 한다. 끔찍한 것을 보면 기절하여 쓰러진다. 그렇다면 해적의 노략질과 이교도든 무슬림이든 육지의 침략에 맞서 본인들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첫째는 인근에 퍼진 미신이다. 이곳 사람들에게 나쁜 짓을 하면 저주를 받아 죽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결혼이다. 아까 말했듯이 이곳에 오는 외지인과의 결혼을 통해 인척 관계를 형성한다.

정치도 무두질한 야자섬유처럼 유들유들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재상과 이븐바투타가 맺는 관계는 연애 싸움하는 브로맨스관계 같다. 재상은 이븐 바투타를 섬에 붙잡아두고 자기 뜻을 관철시키려고 할 때 권위, 무력, 강제를 사용할 줄을 모른다. 그가 쓴 방법들은 시치미 뚝 떼고 신부를 바꿔치기 한다거나, 그동안 선물한 것을 다 내놓으라고 우기거나, 주변 상인들에게 이븐 바투타와의 거래를 못하게 몰래 막거나 등이다. 재상은 화도 내보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지 호소하기도 하지만, 이븐 바투타의 변심을 막을 수는 없다. 말 싸움, 감정 싸움, 전략 싸움에도 불구하고 폭력성이 개입되지는 않았다. 나는 이븐 바투타가 퉁명스럽게 대꾸하면 재상이 격노할까봐 조마조마했고, 폭력을 피해 결국 이븐 바투타가 야반 도주 할 것 같다고 예상했는데, 떠나는 날 작별인사를 하러 재상을 찾아가는 걸 보고 놀랐다. 재상은 그를 껴안고 눈물로 발등을 적신다. 하지만, 재상이 이븐 바투타에게 아내 한 사람을 딸려 보내서 되돌아오도록 손을 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어떻든 간에 재상은 적대 관계를 만들지 않는 정치를 하는 것 같다. 그는 법과 무력보다는 술수와 결혼을 통해서 정치한다. 유배 보냈던 이전 재상 압둘라도 이븐 바투타와 사위 관계를 맺게 해 귀환시킨다. 현 재상 자말룻 사후, 전 재상 압둘라는 자말룻의 아내였던 여술퇀과 결혼한다.

마할 제도는 천의 섬이다. 섬의 예법에 따르면 천 끝을 존경하는 사람 발치에 던진다. 결혼하고 신랑 신부가 서로의 집을 방문할 때 대문에서 방문까지 천을 깔아, 그 천을 밟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천이란 엮어 짜는 공예품이다. 섬의 여성들이 천을 짜는 방식을 따라서, 인간 관계도 여성들이 사람과 집 사이를 베틀북처럼 들고 나며 엮인다.

이곳 여성들은 엮기도 잘 하지만 풀기도 잘 한다. 이혼이 쉽고, 처녀 때 하는 가정부 활동도 집을 바꿔가며 한다.

이곳 여성들은 훌륭한 가정부, 아내, 하숙집 주인이지만, 종속적이지는 않다. 법관 이븐 바투타가 몸을 가리라고 아무리 지시해도, 허리 아래만 옷을 입는 여성들의 패션 스타일을 바꿀 수는 없었다. 아내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마할 제도의 여성들은 붙임성은 세계 제일인데 지시에는 좀처럼 따르지 않는다. 그들은 남편, 손님, 고용자, 법관 등, 타인의 지시가 미치지 않는 영역을 고수하고 있다.

이 제도에서 인간이 된다는 것은 관계를 잘 맺고 잘 풀며 자유로운 사람, 즉 여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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