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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학


 

[세계종교사상사2] 21장 후기 “종말론”, 몸이 찢기는 고통에서 정화된 아름다운 세상으로!

작성자
이성근
작성일
2025-08-28 20:07
조회
23

저자 엘리아데는 말한다. 세계의 종말은 우주 창조론의 필수적인 부분을 형성한다고. 즉 종말이 있어야 창조가 생긴다. 왜 그럴까? 그저 부드럽고 편안하게 고통 없는 창조를 이룰 수는 없는 걸까. 꼭 죽음을 동반한 종말이 필요한 걸까.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문명과 제국은 전쟁과 죽음의 고통에서 새롭게 창조되었다. 200만 년 전 구석기부터 인류는 더 좋은 먹거리를 위해, 동물과 전투를 치렀다. 서로 먹고 먹히면서 인류는 강한 동물의 습성을 익혀야 했고, 동물과 영혼을 공유하며 하나가 되고자 했다. 동물은 인류의 경쟁자이자 협력자였다.

이러한 경쟁과 협력은 인류의 생존력을 더욱 높여주었다. 인구는 점점 증가하며, 비옥한 영토를 두고 싸우게 되었다. 그러려면 잘 뭉치는 종족과 문명이 승리한다. 뭉치려면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어떻게? ‘종교의 틀을 가진 신화라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여기서 종말론이 등장한다. ‘종말이라는 단어는 인간에게 두려움과 종말 이후 희망을 준다. 게르만족은 종말론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하늘지하 세계를 연결하는 우주목(이그드라실)은 등장 그 자체로 미래의 쇠락과 최후의 파멸을 예고한다. 나무뿌리 및 지하의 샘 속에 우주의 운명이 숨겨져 있다. 모든 존재(, 생명, 인간)는 소멸하지만, 새로운 우주의 순환으로 재생한다.

스칸디나비아식 이본에는 우주목 붕괴 이후가 다음과 같이 전해졌다. 그 내용에 살짝 현장감을 부여하면, 아래와 같이 표현되지 않았을까.

위대한 게르만의 후예들이여, 이그드라실 붕괴가 곧 다가온다. 종말이 된다고 두려워 말라. 끝까지 우리의 소명을 위해 죽음을 극복하라. 우주가 파괴되고, 먼지만 남았을 때, 푸르고 아름다운 세상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의 고통으로부터 모든 것이 정화되어 풍요롭고 비옥한 땅이 솟아오르리라.”

! 이럴 수가. 그들은 죽음과 종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의 창조 신화는 이를 잘 반영한다. 아마도 할머니들은 손자·손녀들에게 다음과 같이 전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것이다. “옛날 옛적, 춥고 안갯속의 북쪽 나라 니플헤임과 불을 대표하는 남쪽 나라 무스펠이 있었지. 그때 얼음과 불이 만난 중간지역에서 거인 이미르가 태어났단다. (중략). 이미르는 아우둠발라라고 불리는 소의 젖을 먹고 자랐지. 하루는 아우둠발라가 짭짤한 얼음을 핥아서 인간의 형태를 만들고 부리라고 이름을 붙였지. 부리는 거인의 딸과 결혼하여 세 형제를 낳았단다. 그리고 거인 이미르를 절단해서 죽였지! (으악! 할머니 무서워요) 그래. 아가들아. 할머니도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듣고 참 소름 끼쳤지. 그래도 재밌지? 이미르를 죽인 삼 형제는 이미르의 몸으로 세상을 만든 거야. 이미르의 육체는 땅이 되었고, 뼈는 바위가 되었지. 피는 바다가 되고, 머리뼈로 하늘을 만들었지.”

이렇게 그들은 어렸을 적부터 죽음과 존재의 해체로 새로운 세상이 태어남을 배우고 전승했다. 그들에게 죽음과 소멸은 현대인이 느끼는 두려움이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우주 순환의 과정이었다. 이러한 게르만의 이야기는 나중에 기독교의 탄압 속에서도 공존과 대립의 상태로 그 창조성은 오래도록 살아남았다.

인류에게 죽음과 종말을 통한 우주의 순환은 참으로 중요했다. 그 순환을 신화라는 이야기를 통해 후손들에게 자연의 원리와 지혜를 전수하며, 점차 문명이 생겼고, 제국이 발생했다. 나는 필리핀에 거의 1년을 살면서, 여름가을겨울의 순환의 중요성에 대해 몸으로 느끼고 있다. 여기는 오직 여름뿐이다. 물론 건기와 우기로 나누지만, 언제나 온도가 30도 안팎으로 일정하다. 그래서 일 년 4모작이 가능하고, 열대과일과 생선이 매우 풍부하다. 참으로 풍족하고 살기 좋다. 그래서 그런지 몸이 늘어지고 높은 습도로 축 처지는 경우가 많다.

지나친 풍족함은 게으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욕심이 많은 국가에 약탈을 당할 수 있다. 필리핀은 400년간 스페인, 미국,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4계절의 뚜렷한 강대국의 기술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 결과 그들의 토속문화는 거의 사라졌고, 서양의 시스템으로 거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참고로 필리핀의 연교차는 약 4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서울, 베이징, 모스크바는 무려 약 30도이다. 극단적인 추위와 더위 속에 살아남으려면, 당연히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특히 인간의 체온이 36.5도이므로 추운 데서 살아남는 것이 더욱 힘들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 북한, 북유럽, 동유럽 국가들이 수학을 잘한다. 물론 음양오행의 지혜를 가장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바둑도 한··일을 제외하고, 동유럽과 러시아가 잘한다.

독일의 베를린도 연교차가 20도로 상당히 높고, 날씨가 좋지 않다. 그래서 어둠의 형이상적인 철학과 사상이 발달했다. 이는 독일인의 선조인 게르만족의 창조적인 신화와 종교에서 이어져 온 것이다. 혹독한 추위와 어두침침한 날씨 속에 그들은 죽음재창조로 승화시켰다. 우리도 살다 보면 매우 힘들 때가 있다. 마음이 찢어지는 사랑, 군대에서 살이 에이는 추위 속의 생존 훈련, 취업과 승진 실패 등등. 그러나 고대의 게르만족처럼 오히려 죽음과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위대한 실패 속에서 견디고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면, 우리 인생도 더욱 충만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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