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인류학
[ON 퇴근 후 인류학 _ 데루스 우잘라] 후기 _ 너를 느끼는 것과 너와 대화를 하는 것
무엇과 무엇의 연결
이번에 시작하는 [ON퇴근 후 인류학]세미나의 큰 주제는 ‘연결’이다. 선민 선생님은 [데르수 우잘라]책에서의 연결은 사람과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 사람은 책을 쓴 작가 아르세니에프와 데르수 우잘라다. 데르수 우잘라는 사냥군이고 아르세니에프는 탐험가이면서 박물학자다. 다른 두 사람이 러시아 극동지방 시호테알린산맥을 탐험하면서 서로 연결된다. 선민 선생님은 이 두 사람의 연결은 ‘길항관계’이고 끈끈한 ‘우정’으로 맺어 있고 ‘우정’에 대한 개념도 생각해 볼게 많다고 말씀 하셨다.
타이가(밀림)를 보는 방식
데르수가 보는 방식은 자연 그대로 본다. 아르세니에프가 데르수 우잘라에게 묻는다. 별이 뭘까? 데르수는 ‘저기 별 떴다. 보면 된다.’라고 말한다. 아르세니에프가 데르수 우잘라에게 묻는다. 달이 대체 뭘까? 데르수는 ‘눈 있는 사람. 달 본다. 저게 달이다.’라고 말한다. 데르수 우잘라가 보는 방식은 꾸밈이 없고 실체적이다. 그와 다르게 아르세니에프가 보는 방식은 선민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시간 순서대로 개체의 형태적으로 본다. 이 둘의 차이 중 하나는 아르세니에프가 보는 방식은 과거는 예측할 수 있지만 미래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르세니에프가 산을 덮고 있는 석퇴(石堆)에 대한 보는 방식이다.
p 72
어째서 이런 석퇴가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마도 지진으로 거대한 바윗덩이가 부서지면서 촉발된 것으로 짐작된다. 석퇴의 형성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눈으로는 식별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바위 층에 금이 가면서 점차 확산된다. 금이 간 바위는 중력을 이기지 못해 응집력이 약해지고, 이는 곧 낙석으로 진행된다.
수달을 느끼는 것과 호랑이와 대화하는 것
선민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아르세니에프의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느낀다’다. 그 예로 아르세니에프가 강변에서 수달과 서로 눈이 마주친 장면이 있다. 그때 선민선생님은 아르세니에프가 수달과 대화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한다. 하지만 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르세니에프는 본 것에 대해 ‘고개를 내민 녀석과 내 눈이 마주쳤다. 물에 젖은 털이 햇빛에 반짝였다.’라고 느낌을 적었다. 이 부분만 읽었을 때 나는 오히려 수달과 마주친 순간을 잘 포착하여 글로 잘 옮겼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으로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비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데르수 우잘라다. 우잘라는 탐사대원이 있는 주위로 호랑이가 근처에 있다고 감지한다. 그리고는 호랑이와 대화한다. 한 병사가 데르수 우잘라에게 ‘대체 누구랑 애기하는 거야?’묻는다. 우잘라는 ‘호랑이한테 말해…. 호랑이 근처에 있다. 호랑이 여기 군인 많은 거 몰라. 군인들 호랑이한테 총 쏴도 내 잘못 아냐…’ 그러면서 데르수는 호랑이에게 소리 지른다 ‘아. 타. 타. 아이, 아. 타. 타. 아이! ’ 적고 보니 데르수가 호랑이에게 오지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세미나 소감
혼자 책을 읽었을 때는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서 읽었다. 하지만 세미나에 참가한 후 세미나가 주는 큰 선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선민 선생님이 세미나 때 말씀해 주신 데르수 우잘라와 아르세니에프의 다른 점과 다른 방식이 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호테알린 탐사를 하면서 연결된 서로에 대한 우정에 대해 언급하셨다. 세미나를 통해 나 말고 타인과의 연결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