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인류학
[지중해(1)] 도시의 흥망과 쇠퇴
해양인류학 / 지중해(1) / 2025.9.8. / 손유나
도시의 흥망과 쇠퇴
도시는 시장과 도로망을 갖춘 경제활동의 중심지였다. 식료품, 귀중품, 노예 시장이 열리고, 물건을 싣고 항구로 들어오는 상선들,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온갖 상품과 사람이 모여드는 분주한 도시는 도시민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가장 기본인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16세기 도시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고, 이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은 주변 농촌 지역에 의존했다. 하지만 지중해 지역은 대체로 척박한 토양으로 인해 수확이 충분하지 못했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운송 속도가 느려서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하는 일은 어려웠다. 피렌체 지역은 1375년에서 1791년 사이에 111번의 기근과 16번의 풍년을 기록했다고 한다. 피렌체가 특별히 식량 수급이 어려운 지역은 아니었으니 다른 도시의 사정도 비슷했을 것이다. 농촌은 자급자족 하며 필요할 때만 도시의 물건을 구매하는 반면 도시는 생존을 주변 지역과 해상 무역을 통해 들어오는 곡물에 의존했다.
16세기는 자본주의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한 때이다. 자본주의를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는 분업이 손꼽힌다. 상품생산의 전 과정을 한 사람이 수행하지 않고 과정을 작은 단위로 쪼개어 한 사람이 일정 부분만 담당하게끔 하였는데, 도시의 발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보인다. 도시는 공장과 물류센터로서의 기능을 특화하여 수행했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도시의 기능이 더 세분화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제노바는 금융업이 발달한 도시였다. 1607년 1월 5현인 회의 보고서에는 “모든 소위 ‘자본주의적인’활동은 피렌체인들과 제노바인들의 손아귀에 었다.(426)”고 할 정도이다. 하지만 부의 원천인 금융업의 발달로 인해 다른 직물업이나 조선업 같은 다른 공업이 발전하지 못하였고, 이후 도시가 쇠퇴하는 요인이 된다. 어떤 도시는 무역을 어떤 도시는 공업을 특화하여 수행하며 경제의 흐름에 맞추어 흥하거나 쇠퇴했다. 장원제 하의 농촌 지역은 변화가 느렸다. 하지만 특정 영역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킨 도시는 상대적으로 빠른 변화 주기를 가진 걸 보면, 한 가지 기능을 특화해서 수행하는 분업화 혹은 전문화는 변화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고, 순환의 주기가 가속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자본주의에서 도시의 어떤 존재였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