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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인류학


[환동해 문명사](1) 환동해, 문명의 회랑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5-09-15 16:59
조회
19

해양 인류학, 환동해 문명사1, 250915, 보나

환동해, 문명의 회랑

환동해 문명사에서 주강현은 기존의 유럽을 중심으로 평가된 지중해의 왜곡된 국민국가적 세계관의 편협함을 벗어나기를 촉구하는 페르낭 브로델의 주장을 언급하며 환동해의 역사 또한 하나의 중심점을 갖지 않는 해양 중심 사관으로 보자고 말한다. 지중해가 자기충족적인 하나의 바다가 아니라 지중해를 둘러싼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16세기 아메리카까지 포괄하는 바다들의 복합체인 것처럼 환동해 또한 한반도와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바닷길을 통해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장기 지속적 문명의 교류로 아메리카까지 연결되어 하나의 문명권을 이룩한 문명의 회랑인 까닭이다.

주강현에 따르면 페르낭 브로델은 지중해를 바다들의 복합체로 인식하며 거대 역사를 고찰했다. 하지만 브로델은 여전히 유럽 중심의 사관에 기초했다는 한계를 가진다고 말하며 중심변방을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기 위한 일환인 순환성을 강조한다. 바다가 국경 안에 갇혀 영토의 범주나 국가의 바다로 인식되면 국가를 형성했던 집단들에 비해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삶의 방식은 잊혀지고, 소외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삶의 방식을 살펴보며 흔히 단선적, 단일함, 정지 등과 구분되어 보이는 순환의 의미를 좀 더 고찰해보고 싶다.

 

러시아의 식민 팽창주의와 퉁쿠스족의 샤머니즘

1장에서는 포르투갈, 스페인, 네델란드, 영국등의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로의 대대적인 침략을 뜻하는 대항에서 그동안 별개 현상으로 간주되었던 차르 러시아의 동방 침략을 설명한다. 러시아 제국의 동방정책 또한 다양한 민족과 언어들을 차르 제국의 통치체제에 복속시켜 부를 늘리기 위한 자기충족적 수단으로 삼은 식민 팽창주의였기 때문이다. 이는 차르 제국이 수렵과 어로, 농업 대가족 공동체 문화속에서 자연과 어울려 공생하며 살아왔던 고대 시베리아권 문화체계의 다양성과 질서를 미개하다고 파괴하며 국가 중심의 획일성을 강제한 것이다. 다만 서방의 대항해 시대가 함포를 앞세운 폭력적인 방식이라면, 차르의 군대는 무장 코사크를 앞세우고 모피 상인이 뒤따르는 방식이라는 차이를 가진다.

이러한 제국의 폭력적 강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대항해 자신들의 문화 정체성을 지켜온 퉁구스족의 예가 인상적이다. 주강현은 이러한 시베리아인의 정체성을 지탱시켜준 요체를 샤머니즘이라고 말한다. 샤머니즘은 겨울과 여름의 온도 차가 100도에 이르는 척박한 시베리아의 자연적, 지리적 환경조건 속에서 인간의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고심해온 인간 활동의 결과물이다. 퉁구스족은 나무와 동물을 죽이는 것은 오직 인간 생존을 위하거나 필요할 때만 자연이 허락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불필요하게 고통을 주거나 파괴하는 것을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 사냥한 동물에 대해서도 존경심을 표시했으며 사냥한 동물의 신체 일부나 그 뼈를 묻어주는 등 속죄의식을 행했다. 극심한 추위와 무서운 눈폭풍 등의 혹독한 환경과 전염병 등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기이한 현상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고 누구나 홀로 존재할 수 없음을 매 순간 깨닫게 해주었을 것이다.

저자는 극심한 추위로 인한 영양분이 척박한 타이가(냉대림)와 지하에 일년내내 녹지 않는 영구 동토층이 존재하는 툰드라 지방의 숲속 오두막집에는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누군가에 마련된 장작과 성냥, 음식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타자의 희생이 나의 생존과 결부됨을 잊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하는 샤머니즘을 행동의 규범으로 삼아 살아왔던 퉁그스족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배를 불리는 획일적 팽창주의가 얼마나 괴기스럽게 보였을까? 시베리아 퉁구스족의 샤머니즘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필요한 만큼 다른 생명을 파괴하는 절제의 방식이 순환의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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