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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인류학


[환동해 문명사(1)] 영토국가와 지중해, 그리고 환동해

작성자
진진
작성일
2025-09-15 17:59
조회
15

 

영토국가와 지중해, 그리고 환동해

 

페르낭 브로델은 지중해 Ⅰ』에서 16세기 영토국가의 수도로 상징되는 콘스탄티노플을 괴물에 비유하며, 영토국가를 강하게 비판했다. 영토국가에는 중심에서 공인하는 하나의 질서만이 존재하며, 그 가운데에는 주변의 모든 것들(, 자원, 사람 등)을 흡입하는 강력한 수도가 있다. 영토국가의 모든 길은 수도를 향해 나 있으며 그 연결망은 직선적이고 중심적이다. 수도는 이를 통해 주변 도시들을 흡수하고 기생하며 스스로를 불려간다. 들어온 것으로 자신을 끝없이 확장하고,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토국가의 경계는 닫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지중해는 영토국가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하나의 힘이나 질서가 지배할 수 없는 곳이다. 지중해의 힘은 여러 도시들로 분산되고, 다양한 질서가 존재한다. “여러 바다들의 복합체인 지중해는 주변의 육지(반도, , 산지)들에 의해 분리된 복잡한 바다이다. 지중해는 항해는 연안을 통해 이어진다. 여러 도시들을 연결하는 지중해의 다양한 바다길은 수많은 육로로 이어지며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복잡한 길의 연결을 통해 각 대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대성양을 통해 아메리카까지)과 연결되는 지중해는 열려 있는 바다다. 복잡한 네트워크와 열려 있는 틈을 통해 때에 따라 돈, 자원, 사람이 들고 나며, 지중해의 경계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확장한다. 저마다의 특징을 가진 각각의 바다들이 연결되고, 육로와 해로의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이 이동하고 섞인다. 그렇기에 지중해의 삶은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주경철 선생님은 환동해 문명사에서 액체의 문명사라는 이름으로 환동해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육지의 관점에서 바다를 보면 그 들고 남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깊고 거대한 호수 같은 바다라고 표현하는 환동해 또한 막혀 있는 것 같지만, 여러 해협을 통해 오호츠크해, 태평양, 아메리카 대륙으로 열려 있다는 점에서 지중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환동해의 여러 바다길도 수많은 육로로 이어지며, 주변 국가들과 다양한 소사회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런 점에서 환동해의 역사는 거대 역사와 작은 역사들의 융합이며, 그렇기에 기록되지 않은 소종족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환동해가 지중해와 다른 점은 군더더기가 없고, 순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껏 환동해는 세계사에서 변방으로만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어떤 시기에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는 중심이 되기도 했던 역동적이기도 한 바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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