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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화 답사

북아메리카 North America

 

[국중박 후기] 둥그런 원의 질서

작성자
오켜니
작성일
2024-07-24 17:41
조회
89

국중박 답사, 인디언/24.07.24/최옥현

 

둥그런 원의 질서

 

아래 사진은 미국 남서부에 사는 산일데폰소족의 아와 치레(추수 기념 의식)를 그린 그림(알폰소 로이발, 1930)이다. 가운데에는 수확한 곡식이 깔개 위에 놓여 있고 사방에는 제물을 담은 바구니가 놓여 있다. 제단이 상이 아니라 깔개로 된 것도 특이하다. 깔개는 대지의 기운을 어떤 단차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것 같다. 여성들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데 모두 검은 색 옷을 입고 같은 모양의 목걸이를 하고 어깨에는 모양과 색이 다양한 덮개를 두르고 있다. 덮개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한 장식을 하고 있다. 원 모양의 대열을 이루고 있는데 닫힌 원이 아니라 열린 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흰 바구니 쪽에 선 여인이 가장 힘이 있어 보이고, 열린 원 쪽에 있는 여인들은 (원근법을 고려하더라도) 키가 작아 보인다. 열린 원의 빈 공간은 새로 태어날 부족원들을 위한 자리일까? 그들은 땅에서 나온 것들을 기리고 있다. 신도 아니요, 문화 영웅도 아니요, 조상도 아니다.


우리나라 차례나 제사의 모습과는 좀 다르다. 우리는 앞쪽에 상을 차리고 제단을 마주 보고 항렬에 따라 줄을 서서 절을 한다. 어떤 의례를 둥그런 원 모양으로 한다는 것은 우리의 감각이 아니다. 학교의 입학과 졸업 행사, 군대의 제식 등은 모두 제사 의례와 비슷하다. 우리는 의례에서 하나의 방향을 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한 방향으로 줄 서는 것이 익숙하다. 산일데폰소족처럼 둥글게 서서 서로 다른 여러 방향을 보지 않는다. 인디언 부족들은 원의 질서에 익숙하다. 그래서 제단은 원의 가운데 위치한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게 세상을 바라본다. 북미 원주민들은 세상이 모두 동그랗고 그 안에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들이 대평원에 나무 말뚝을 박고 그 위에 들소 가죽을 덮어 세운 집, 티피는 둥근 바닥을 하고 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티피가 모인 모습은 큰 원을 이루고 있고, 그 안에서 개별 가족의 티피가 작은 원을 그린다.


그들은 과거, 현재, 미래 같은 시간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은 사람의 영혼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옆에서 함께 있다고 여겼다. 과거는 미래로 원처럼 연결되어 있다. 우리처럼 과거현재미래의 단선이 아니며 죽음이 철저한 단절이 아니다. 직조를 하는 여성들은 죽은 할머니와 엄마의 목소리와 더불어 덮개를 만들고 있다. 그들은 직조 기술을 책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옛 세대의 나바호어로 배웠다. 나바호족 직조 예술가의 어머니는 딸에게 너의 손은 아름다운 덮개를 짜려고 존재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녀의 손은 직조를 통해 전통, 가족, 공동체와 결합하고 있다. 그녀의 손은 미래로 나아가지만 전통을 끌어와 새로움을 직조한다.


산일데폰소족의 아와 치레(추수 기념 의식)의 그림을 보면 모두가 평등해 보인다. 어떤 특별한 사람만 무대 위에 올라가거나 제단 앞에 서거나 앞서서 진두지휘하지 않고 모두가 공동체의 주인공으로 함께 의례를 치르고 있다. 무대와 객석이 따로 있어서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구경을 하는 세상이 아니다. 우리에게 질서란 줄을 맞춰 한 방향으로 걷는 것인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앞서서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있다. 이 그림을 떠올리며 인디언들의 둥그런 질서를 계속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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