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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미즘

만물에 깃든 영을 보다 

 

[제주신화와 해양문화] 탐라의 창세

작성자
coolyule
작성일
2025-10-19 17:19
조회
27

월요 동화인류학 『제주신화와 해양문화』 20251019 김유리

 

탐라의 창세

 

 

“창세는 하늘과 땅이 열린 후 하늘과 땅의 물이 합쳐져 만물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어 닭이 울어 세상이 밝아진다… 천지개벽과 도업을 그리는 데 있어, 육지에는 없고 제주에는 있는 화소가 눈에 띈다. 바로 닭이 울어 세상이 밝아진다는 ‘동성개문’ 화소다.”(허남춘, 『제주신화와 해양 문화』, 60~61)

 

탐라의 창세 신화를 살펴보자. 기원 신화는 닫힌 것이 열리고, 없는 것이 나타나는 창조적 순간을 표현한다. 창세담은 언젠가 어디선가 보았던 신화소들로 엮여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원형적인 것은 시간을 타지 않는 듯, 친숙하지만 새롭고 매력적이다.

『제주신화와 해양문화』에서 전하는 탐라의 개벽 신화는 굿판의 사설로 읊어지고 전승된 것이 기록된 것이다. 종교적 상상력은 신화와 의례를 통해 표현되고 전달된다. 신화는 ‘옛날 옛적에’ 있었던 일을 담고 있고, 의례는 그것을 현재에 경험하게 한다. 개벽 신화는 우주적 운동성을 담고 있다. 그것은 열고 닫음의 운동이다. 열리고 닫히는 것은 문이다. 우주적 문을 통해서 출현이라는 사건이 벌어진다. 문을 열고 출현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이다.

굿풀이는 비유를 즐겨 사용한다. 천지는 “떡징(떡 층)”처럼 벌어진다. 상에 올린 시루떡은 서로 붙어 있는 것 같지만 하늘과 땅이 분리될 때처럼 층이 나뉘고 분리된다. 분리와 함께 합성도 일어나는 데 이것은 물처럼 합쳐진다(“합수”). 인용문에서, 이슬이 맺히고 구름이 떠오는 것처럼 형태들이 생겨난다고 표현된다. 그리고 모든 것의 새벽을 출현시키는 힘으로 닭울음이라는 소리의 요소가 사용된다.

소리는 진동하는 에너지다. 진동은 멈춰있는 것을 흔들어 일어나게 한다. 또한 진동은 멀리까지 전달된다. 그래서 소리는 신호다. 소리란, 흔들어 일으키고 소리 나는 곳을 향하게 하는 힘이다. 소리가 울릴 때 무엇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된다. 시작이란 비유하자면 밝아오는 새벽이다. 새벽은 어둠의 지속을 중단시킨다. 어둠이 문처럼 열리고 밝음이 출현하도록 한다. 닭이 울어 밝아진다는 신화소(‘동성개문’)이란, 소리로 문을 흔들어 빗장을 여는 ‘개벽’이다.

그런데 왜 닭일까? 날개 달린 새는 하늘에 속한다. 닭은 땅 위를 걷기 때문에 땅에도 속하는 새다. 양 날개를 펴고 머리와 꼬리를 쭉 뻗은 닭은 사람이 ‘도읍’하고 거주하는 사방을 가리킬 수 있다. 닭은 인간의 마을을 소리로 진동시킨다. 닭은 이러한 양서성과 소리로 인해, 문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능력과 문 밖의 것을 불러오는 힘을 표현하는 상징물이 된다.

창세 신화는 ‘개벽(開闢)’, 즉 문을 여는 창조적 힘과 순간에 대한 종교적 상상력의 표현물이다. 신화라는 표현물은 의례를 통해 반복해서 상연되고 전승된다. 떡, 이슬과 구름, 닭과 같은 평범한 사물들은 종교적 상징물이 된다. 이러한 신화, 의례, 상징은 탐라 사람들의 종교성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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