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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미즘

만물에 깃든 영을 보다 

 

[제주신화와 해양문화] 땅에서 솟아난 사람들

작성자
진진
작성일
2025-10-19 17:54
조회
26

     그 이유는 땅에서 솟아난탐라의 고유한 신화소 때문이고 이런 화소는 전 세계에서 제주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어느 쪽을 보더라도 탐라국 역사를 본토의

       역사에 종속시켜 이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에 동의한다.”(71)

 

고대국가는 선주민과 이주민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대부분의 신화를 통해 살피면 강력한 청동기 혹은 철기문명을 가진 이주민이 선주민을 지배하고 나라를 세운다. 그 신화들은 대부분 천강신화다. 그런데 제주는 땅에서 솟아난 주인공이 나라를 세운다. 탐라국 건국신화가 다른 고대국가의 신화와 대등한 구조를 지니고 보편성도 지니지만 독자성을 더욱 드러낸다.(86)

 

제주 신화는 크게 고대국가 건국 이전의 원시서사시와 건국시기 영웅들의 고대서사시로 구분된다. 원시서사시는 또다시 구석기에서 신석기 사이 선주민의 삶과 관련된 신앙서사시와 원시에서 고대로 넘어가는 시기 이주민의 삶과 관련된 창세서사시로 나뉜다. 쉽게 말해 처음 제주 섬에 들어와 살게 된 선주민의 이야기(신앙서사시), 이후 다른 곳에서 제주 섬으로 들어오게 된 이들의 이야기(창세서사시), 또 그 이후 탐라국 건국과 관련된 이야기(고대서사시)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화가 기원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했을 때 우리는 이야기 속의 여러 요소들을 통해 그들이 누구이며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나는 제주 신화에 타 지역과 다른 신화적 요소가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바로 신화의 주인공이 하늘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땅으로부터 솟아났으며, 통상의 역사와 달리 강력한 문명을 가진 이주민이 아닌 선주민이 나라를 세웠다는 점이다. 제주 신화에 의하면 선주민은 수렵 생활을 했다. 이주민은 바다 건너 이곳에 망아지, 송아지, 오곡 종자로 대표되는 목축, 가축, 농업 기술을 가져왔다. 하지만 탐라 건국과 관련된 신화들을 통해 우리는 나라를 세운 이들이 땅에서 솟아난’ ‘선주민임을 알 수 있다.

허남춘 선생님도 이야기하듯이 대부분의 국가들의 초기 모습은 청동기나 철기와 같은 강력한 문명을 가진 이주민들이 세우고 선주민들 지배하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기술과 문명과 같이 강한 힘을 상징하는 것들을 취해야만 속박당하지 않는 것일까 생각하곤 했다. 제주의 신화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심지어 제주 신화는 선주민과 이주민과 서로 대결하고 갈등하는 긴장 속에서 화합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만의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

제주는 신화의 섬이고, 그 신화에는 제주가 바라보는 우주가 담겨 있다. 불려지고 전해지는 제주 이야기에는 자연을 신성하게 여기고 그 질서의 부분으로 소박하게 자신을 가져가는 세계관이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이들이 제주를 사랑하고 찾는 데에는, 이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 우주관이 제주에 고스란히 스며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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