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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미즘

만물에 깃든 영을 보다 

 

[제주신화와 해양문화(1)] 본풀이 속 탐라 이야기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5-10-19 17:55
조회
32

인간과 자연과 우주가 하나의 운명체로 결합되어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제주의 본풀이에 있다. 이것은 인간의 보편성을 상기시키기도 하여, 인간이 소중하게 지니던 원시·고대의 문명을 재구성할 수도 있다.”(허남춘, 제주신화와 해양문화(보고사), 95)

 

우리나라 남단에 위치한 제주도는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나에게는 따뜻한 휴양의 장소, 화산섬 이나 용암동굴 등 특별한 지리적 형세를 가진 관광의 장소로 여겨지는 곳이다. 오늘날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일부이지만, 과거 천년이라는 세월 동안 탐라라는 이름의 자립적 국가로 존재했었다.

건국신화는 일반적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가 땅을 다스리는 정당성을 확보하는 내용이 많지만, 탐라국의 신화는 이와 다르게 주인공들이 하늘이 아닌 땅에서 솟아난다. 이에 제주신화와 해양문화의 저자 허남춘 선생님은 이러한 차이가 탐라 사람들이 바다를 중심으로 살아온 해양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탐라국 건국신화에서 수렵을 하던 토착집단에 농경을 위주로 하는 이주 집단이 경합하는 양상이 드러난다고 해석한다.

허남춘 선생님은 건국신화의 여신의 도래에 대해서 주목하는데. 그중 바다를 건너온 3여신이 오곡종자와 송아지, 망아지를 가져왔다는 이야기에서 철기문화, 직조문화, 농경문화가 전해졌음을 의미한다. 해양국가 탐라는 바다 바깥의 문명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서사는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경목축 사회로 전환을 뜻하지만, 제주는 한동안 수렵과 농경이 병존하며 과도기를 겪었다. 이 시기의 긴장이 신화(제주도 일렛당 계열의 본풀이) 속 미식(米食)파와 육식(肉食)파의 갈등에서 알 수 있다.

 본풀이는 신들의 서사를 노래로 전하는 구비서사시로, 사람들이 자연, 바다, 공동체와 맺어 온 관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고대국가 건국 이전의 것을 원시서사시, 고대국가 건국 시기의 영웅들의 서사를 고대서사시라 한다. 원시서사시에는 신앙서사시와 창세서사시가 있는데, 신앙서사시에는 사냥하던 시절의 수렵신에 대한 이야기와 창세의 이야기가 겹쳐 있다. 창세서사시에는 우주 형성원리가 차례로 서술되고 땅에서 솟아난 영웅의 이야기가 겹쳐 있다. 그 후 고대 영웅서사시에는 창세적 요소와 영웅적 요소가 함께 나타난다. 본풀이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일은 탐라의 역사와 정체성 이해를 위한 통로가 될 것이다.

 

 

 

서귀본향당(https://jpn.clubrichtour.co.kr/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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