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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미즘

만물에 깃든 영을 보다 

 

[제주신화와 해양문화] 제주 굿 애니미즘 (시원 선생님, 5시26분)

작성자
coolyule
작성일
2025-10-19 18:14
조회
38

인문세/화산섬 애니미즘 세미나/『제주신화와 해양문화』/박정복/2025 10 19 

 

제주 굿 애니미즘 

그리스와 로마 신화는 책 속에만 있다. 그러나 제주신화는 현장에 살아 있다. (35쪽) 기록이 빈약한 것이 불운이지만 구비전승이 풍부한 것은 행운이다. (88쪽) 문화적 전통이 지역의 공동체성에서 비롯되는데 제주는 마을 공동체를 잘 지켜온 덕분에 주체적 문화의 세계화도 확실히 가능한 지역이다. 그 공동체성은 마을신앙인 굿과 신화에서 비롯된다. (52쪽) 파탄 난 근대문명을 치유할 해답이 제주의 본풀이 속에 있을 것이다.(89쪽) 산과 숲, 내와 못, 언덕과 평지, 나무와 돌등 자연물에 대한 신앙을 여실히 보여준다. 애니미즘적 현장을 그대로 적시하고 있어 놀랍다. (93쪽) 

 

  우리가 책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매우 오래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기원 전에 기록할 당시에도 이미 유실된 것이 많아 지극히 제한된 분량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정도로 신화의 역사는 오래다. 나카자와 신이치에 의하면 후기 구석기 새대 인류 뇌의 변화에 따라 신화적 사고가 탄생했다고 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리스에는 신전이 남아있지만 아직도 제의를 지내거나 신화를 구연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제주에는 신전이 없고 나무나 냇가등 자연물 그대로를 숭배한다. 

 제주신화는 60년대까지는 꾸준히 구비전승되어왔다. 어릴 때 밤이면 멀리서 들려오는 굿거리 장단의 그 음산한 가락을 종종 들었다. 제주에선 마을마다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당(堂)이 있다. 같은 마을이어도 웃동네, 알동네마다 당이 있다. 당이 클 경우에는 ‘매인 심방(그 당에 매여서 그 마을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심방)’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거기 가서 출생신고를 하고 일생의 안녕을 빈다. 한 달에 한 두 번은 공동으로 제(굿)를 지낸다. 이때 그 수호신을 청하는 의례가 초감제인데 그 때 우주와 이 마을의 탄생을 먼저 읊고 그 신이 어떻게 신이 되어서 이 마을에 좌정하게 되었는지 그 살아온 내력을 읇어내는 게 본풀이다. 신들은 대부분 부모에게 버림을 받아 이 셰계를 떠돌다가 힘을 길러 다시 돌아와 이 마을의 신이 되었다는 내용인데 그 서사가 극적이고 애절하여 모두 집중하며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고 절을 하며 공경을 표한다. 심방이 목소리가 좋고 구성지면 더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집안에 우환이 있을 때 집에서도 한다. 병에 따라 큰 굿을 할 때는 굿의 이같은 절차를 모두 따른다. 우리 집에는 이십대였던, 외아들이자 큰아들인 오빠가 오래 병석에 있어서 큰 굿을 세 번이나 했었다. 동네에 생긴지 얼마 안되는 교회와 파출소에서 와서 굿판을 엎었던 기억이 있다. 소소한 우환에는 절차 없이 정성만으로도 충분하다. 아흔이 다 되어가는 우리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우리 마을 당에 가본 적이 있다. 옛날 우리마을 여인들로부터 받았던 섬김의 영광은 간데 없고 냇가에 여러 나무들 중에 한 그루의 나무였는데 어르신들은 그 나무를 가리키며 저기 앉아계신 할마님이 몇 십년만에 찾아온 자신들을 보며 ‘아이구 이제 너도 늙었구나’ 하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저기 좌정해도 팔만대천세계 일을 모두 아신다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아들 딸들이 위험한 고비가 여럿 있었는데 이러케 저러케 구완해주었다고 하고 새해, 추석 명절에도 여기에 새벽에 먼저 와서 제를 지냈노라고 한다. 물이 귀한 이 동네에서 새벽에 샘물을 긷기 위해 호롱불을 들고 이 험한 계곡을 더듬으며 찾아갔던 일도.  

  어느 해인가는 바람이 유독 많이 불어 쇠막(소 마굿간)의 마른 거름들이 날려 쇠막 도(입구)를 막아버렸기 때문 동티가 났다고 심방이 말해주어 그 때 매우 말조심을 했고 도가 막히지 않도록 조심해서 죽을 뻔 했던 아들이 나았다고 했다. 도를 막는 것, 즉 소통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문제인가를 우리에게 자연은 말해준다. 바람부는 걸 어떡하냐고? 그렇다. 사람은 그 해의 운기도 살펴야하고 그 해의 리듬에 맞춰 살아야 한다. 우주와 하나 되는 것. 할마님은 그걸 동티를 통해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구비전승의 시대는 끝났다. 전문적으로 전승해온 소수의 심방사제들만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기록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몇몇 행사 때만 구연한다. 이제 우리는 기록으로 제주 신화에서 바람, 나무, 냇가등 우주자연을 섬겼던 애니미즘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전체 1

  • 2025-10-20 11:49

    구비전승과 애니미즘의 관계를 오늘 토론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