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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인류학


[환동해 문명사 에세이] 환동해, 환의 관계망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5-10-20 17:55
조회
26

해양 인류학, 환동해 문명사에세이, 251020, 보나

환동해, 환의 관계망

 

해양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영토를 중심으로 한 국가 중심의 역사관이 얼마나 편협한 관점인지 느끼게 된다. 국경과 농업, 국민국가의 수도, 인간 중심 등 하나의 척도로 세상을 재단하는 세계관은 자아를 비대하게 하거나 타자를 소외시키기 때문이다. 주강현 선생님도 이러한 역사관에 대응하고자 환동해 문명사에서 해양 중심의 역사관을 강조한다. 환동해는 국가와 대륙을 넘어 다양한 민족과 언어가 융합되고, 자연과 공생공존하며 살아갔던 고대 시베리아권의 장기지속적 문명 네트워크였다. 다만 이러한 네트워크는 근대국가의 식민 팽창주의와 함께 제국주의적 침략 네트워크로 활용되었고, 현대인은 이를 중심으로 기술된 역사관에 종속되었다. 이러한 근대적 역사관은 중국, 일본, 러시아 각국의 무절제한 제국주의적 야심에 의해 다중적 정체성이 중첩된 만주국이라는 기형 국가의 탄생으로 가시화된다. 이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여름철에 어로를 하고 겨울철에 정주를 번갈아가면서 살아가던 시베리아 문화권 소수족들의 순환적 삶의 모습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만주국과 샤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소수족들의 삶이 방식을 살펴보며 환동해 문명의 순환성을 좀 더 살펴보자.

문명의 용광로라 불리는 만주의 역사는 복잡다단하다. 19세기의 만주는 질적으로 다른 변화와 도전을 마주하게 된다. 러시아와 청, 일본이 다양한 역사적 민족 구성을 이유로 패권을 겨루며 자국의 민족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국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는 각국이 국가 중심 사관의 관점에서 만주를 바라보며 발생한 현상이기도 하다. 청은 만주를 중국 내지의 발전 수준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를 제거하기 위한 변방이자 내지화의 대상으로 여긴다. 일본은 중국 한족과 같은 황색인종이지만 혈통적, 문명적으로 서로 다른 동이북적문명론과 일본, 조선, 만주, 시베리아를 하나의 권역으로 설정해 중국 한족과는 다른 동일 혈통 민족이라는 논리를 세웠다. 청의 내지화와 일본의 동이북적문명론은 모두 각국의 민족주의를 정당화하고,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자국중심주의 논리다. 유럽 측면에서 만주는 몽골족과 함께 타타르라 불리며 정주 문화권을 괴롭히는 유라시아 기마민족이자 유목민족이라 여겨졌다. 이러한 환경에서 만주족들은 스스로 새로운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인식하며 정체성이 위축되었다. 만주국은 이러한 제국주의의 패권을 위한 야망이 끊임없이 중첩되어 만들어진 초국적 현상(transnational phenomena)이었다. 초국적 현상은 제국주의의 무절제한 팽창과 군사적 무기 체제, 인종과 신분 차별, 자원 약탈과 파괴 등 국가적 폭력과 착취가 수반된 근대의 비순환적 산물이었다.

이러한 초국적 현상과 대비되는 시베리아 문화권의 소수족들의 삶의 방식이 인상적이다. 고대의 시베리아 소수족들은 만물에 영험한 영이 있다고 여기는 샤머니즘을 토대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모색했다. 퉁구스족은 오직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때만 나무나 동물을 죽였는데, 이는 모두 자연이 허락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들은 불필요한 고통과 파괴는 잘못된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들이 사냥한 동물에도 경외심을 가졌다. 부득이하게 살생을 할 경우, 의례를 통해 정중한 속죄의식을 치루기도 했다. 태평양 연안의 아이누족은 해양 포유류를 사냥했는데, 여름철에 어로 생활을 하고 겨울철에는 정주 생활을 번갈아하는 순환적 삶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순환의 방식에는 자연과 공생공존하기 위한 절제의 미학과 만물을 공경하는 마음이 내포되어 있다. 자연의 모든 것을 자기충족적 수단으로 여기고 자원이 고갈될 때까지 무자비하게 포획하거나 착취하는 근대국가의 일방적 폭력성과 확실히 대조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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