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인류학
[퇴근 후 인류학_자연의 발명1 후기] 몸으로 탐험하라
생명망, 몸으로 탐험하라
[퇴근 후 인류학]에서 연결을 주제로 공부하고 있다. 이번 책은 『자연의 발명: 잊혀진 영웅 알렌산더 폰 훔볼트』이다. 인문세의 ‘훔볼트 인문지리 답사단’의 훔볼트만 알고 있는 나를 보면 잊혀진 사람은 맞는 것 같다. 그는 무엇 때문에 영웅이 되었을까? 책 표지에 있는 문장 “세상은, 자연은,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가 열쇠이다.
기계론적 세계관 vs 생명망
훔볼트 당시 서구사회의 자연관은 기계론적 자연관이었다. 자연은 복잡한 장치처럼 기능하며, 조화롭게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하고, 신이 조화롭게 돌아가도록 개입한다고 보았다. 망원경과 현미경의 발명으로 자연의 법칙은 발견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인간이 자연법칙을 이해할 수 있는 한, 세상은 안심하고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훔볼트는 자연계를 바라보는 방법에 혁명을 가져왔다. 그는 모든 곳에서 연결성을 발견하여, “거대한 인과관계의 사슬 속에서, 각각의 팩트들을 분리하여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런 통찰력으로 생명망wed of life이라는 개념을 고안해 냈는데,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의 개념과 동일하다.(24쪽)
이런 훔볼트의 이론은 괴테에게 영향을 받았다. 괴테는 ‘동물은 기계’라는 데카르트의 이론을 부정하고, ‘생물은 여러 부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부분들은 통합된 전체로만 기능을 발휘한다.’는 생물의 유기적 시스템을 주장했다. 훔볼트는 이를 더 발전시켰다. 세계를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 해석하고, 상호작용력interactive force으로 연결을 설명한다.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자연이 아니라 상호작용 중인 전체로서 자연을 바라보았다. 부분은 통합된 전체로서만 기능을 발휘한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모든 존재는 동등하지만 다른 역할로 맞물려있다. 이를 달님은 늘 자신이 전체의 부분이라는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 다른 것과 함께하는 나를 보는 이론이라고 설명한다.
낭만주의 vs 감각하는 연결
훔볼트를 특징짓는 또 다른 하나는 그가 낭만주의에 포획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낭만주의 시대를 열었다. 개인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내면에서 일어나는 느낌·정서·감정이 중요해지고, 자신의 마음이 세계를 이해하는 기준점이 되는 시기였다. 낭만주의자들처럼 내부를 자연에 투사하는 것으로 자연에 접근할 수 없다며, 훔볼트는 “자연은 느낌을 통해 경험되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한다.
훔볼트는 자연과 감정적으로 연결하지 않았다. 그가 해발 6,400미터의 침보라소산을 오를 때처럼-입김이 얼음알갱이로 변하는 영하의 추위와 발가락에서 피가 줄줄 흐르면서도 가파른 절벽을 기어갈 때-몸의 모든 감각에서 일어나는 느낌으로 자연과 연결되었다. 자연은 예측이 가능하지 않고 조화롭지 않고 완전하지 않다. 달님은 훔볼트가 자연에서 일어나는 위험하고 아찔한 사건들에 대해, 일어나면 안 될 일로 보지 않는 태도가 참 좋았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 난거야’하는 항변이 아니라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하는 태도가.
‘자아 비대증’으로 뚱뚱해진 나에게 훔볼트의 연결 방법이 탈출구를 제시해 준다. 세상은, 자연은,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몸으로 탐험하고, 감각으로 느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