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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인류학


[제주기행](2) 궨당, 긍정과 부정의 이중성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5-11-03 14:34
조회
26

해양 인류학, 제주기행(2), 251103, 보나

궨당, 긍정과 부정의 이중성

 

부계친과 모계친, 그리고 처계친을 망라한 제주섬 특유의 확대 친인척 관계망이 바로 권당(捲堂)이지만, 부자중심가족의 유교씨족사회에는 있을 수 없는 궨당문화의 정립은 곧 명실상부한 제주인의 통합과 아이덴티티 확립의 완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양성 속의 통일, 통일 속의 다양성을 기할 수 있는 것이 본향당을 중심한 궨당문화이기 때문에 제주섬의 모든 축제, 의식은 성역화된 여기서부터 시작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연줄이 아닌 망의 세계관을 갖기에 유리한 궨당문화의 사회는 맥락이 있는 것 같으면서 맥락이 없고, 맥락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맥락이 있는 구조를 갖는다.”(주강현 지음, 제주기행, 도서출판 각, 370; 재인용)

 

제주의 변화무쌍하고 거친 풍토는 제주도민의 공동체성을 강화시켰다. 악조건의 야생에서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존전략이 그들 고유의 자산이 된 것이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동네 사람을 모두 궨당으로 여기고, 겹사돈도 마다하지 않는 제주의 친족 관계는 이러한 공동체성을 잘 보여준다. 평소에는 테우리를 고용해 우마를 키우다가, 우마 방목기에 이웃끼리 순번을 정해서 우마를 관리하는 번쉐나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바치는 돗제, 마을 사람들이 대동으로 돼지를 잡아 각 집에 배분하는 돗추렴 또한 제주의 공동체성이 잘 드러난다. 제주 문화는 제주도민들의 생존법으로 자연을 타자화시키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포괄적이며 생태적이다. 제주 문화는 자연과 불가분의 관계에서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궁구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제주의 권당문화는 부계와 모계를 모두 포괄한다는 점에서 장자중심의 셔열화를 강조하는 육지 중심의 가부장문화에 비해 진보적이다. 제주에서는 세대별 구별이 뚜렷한데 비해 부모세대의 모든 친족원을 삼촌으로 칭하며 유대감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척박하고 가난한 살림에 친족과 마을 사람들이 모두 서로 돕고 살아가는 문화가 있었으니 각박한 마음에 많은 위안이 되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유대감이 좋기만 한 일일까? 주경철 선생님은 섬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얽히고 설킨 궨당의 힘을 미래의 자충수라고 말한다. 섬이란 특수 조건과 마을 내혼이라는 혼인 관행, 지나친 궨당화가 개인적 삶을 옥죄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상갓집에 부조하는 것 이외에 상주 여려 명에게 부조를 하는 겹부조라는 풍습이 있다. 육지에서는 상주에게만 부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나 아직까지 겹부조 관습이 남아있는 제주에서는 눈치 보이는 행동이 될 수 있다. 개인의 특수성(경제적 차이와 행위)이 고려되지 못한 관습화된 풍습이 부른 자기모순의 경우다.

제주의 공동체적 문화는 분명 파편화된 현대인들에게 유대감과 연결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배움의 기회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에 절대적 옳음과 그름을 논할 수 없듯이 제주 문화가 가진 특색에도 긍정과 부정이 모두 내포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다양성 속에 통일을 기하고, 통일 속에 다양성을 기할 수 있는 문화 구현 방식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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