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데스콜라 『자연과 문화의 저편』 (1장_1/6)
거북이 잉글리쉬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의 번역입니다. 오선민 선생님, 이종은 선생님, 조재영 선생님, 최경미 선생님, 최옥현 선생님, 윤연주가 함께 번역했습니다.
Ⅰ. 눈속임하는 자연
1. 연속성의 구성
내가 자연에 대한 개념이 얼마나 자명한지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아마존 상류의 진흙으로 가득찬 강인 카파위(Kapawi)의 하류에서였다. 춤피(Chumpi)의 집은 내가 예전에 방문했던 에콰도르와 페루 사이 국경선 지역에 있는 다른 거주지들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다. 아추아르족(Achuar) 풍습 그대로, 야자수 지붕이 있는 집은 주로 마니오 식물로 덮인 개간지 한 가운데에 세워졌고, 집의 한 면은 물살이 센 강에 붙어있었다. 정원을 가로질러 몇 걸음만 가면 바나나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높은 나무들이 어두운 벽을 이루고 있는 숲의 가장자리에 이르렀다. 카파위 강은 지평선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원형 공간으로부터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것은 구불구불한 끝없는 길이었고, 그의 가까운 이웃들이 살고 있는 개간지에서 춤피의 집에 도착하는데 하루의 여정이 걸렸다. 이웃과 춤피의 집 사이에는 수만 헥타르의 나무, 이끼, 고사리와 수천만 마리의 파리, 개미, 모기, 패커리 무리, 원숭이, 마코앵무새, 큰부리새, 그리고 한두 마리의 재규어가 있기도 했다. 요컨대, 거대한 비인간의 형태와 존재들이 그들만의 동거 법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살았다. 오후 한낮에, 춤피의 아내, 메타카시(Metekash)가 강이 내려다 보이는 덤불숲에 주방 쓰레기를 비우다가 뱀에게 물렸다. 우리를 향해 황급히 달려오면서, 그녀는 고통과 무서움에 커진 눈을 하고 비명을 질렀다. “창머리[이 뱀의 이름], 창머리! 난 죽었어, 난 죽었어!” 온 가족이 울기 시작했다. “창머리, 창머리! 그것이 그녀를 죽었어, 그녀를 죽었어!” 나는 메타카시에게 혈청을 주사했고 그녀는 그런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구축된 종류의 작은 오두막에서 안정을 취했다. 이러한 사고는 이 지역에서, 특히 나무를 벌목할 때는 드문 일이 아니었고, 아추아르족은 일종의 유한한 존재로서의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이 일을) 받아들였다. 유사하게, 창머리뱀에게도 집 근처로 모험을 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춤피는 그의 아내만큼 괴로워하는 듯 했다. 그는 매우 화나고 속상한 얼굴로 나무로 조각된 의자에 앉아, 결국엔 내가 관여하게 된 독백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니다, 뱀에 물린 메타카시의 상처는 순전히 우연의 결과는 아니었다. 그것은 숲속 동물들의 운명을 지키는 ‘사냥감(game)의 어머니들‘ 중 하나인 주리즈리(Jurijri)가 보낸 복수였다. 오랫동안 화살총으로만 사냥했던 나의 호스트는 물물교환의 힘에 의해 결국 총(shotgun)에 손을 댔는데, 그 전날 이 총으로 그는 울리멍키들을 살육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의 무기의 위력에 현혹되어, 그는 그 무리를 향해 무작위로 총을 쏴서 서너 마리의 동물을 죽이고 몇 마리를 더 다치게 했다. 그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한 마리는 큰 나무 가지의 분기에 남겨두고 세 마리만 집으로 데려왔다. 난사된 총알에 의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도망가는 원숭이들 중 일부는 지금 속수무책으로 고통받고 있거나 또는 원숭이–샤먼에게 도움을 받기도 전에 이미 사망했을 것이다. 그의 가족을 부양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동물을 제멋대로 죽임으로써, 또 그가 다치게 한 동물의 운명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음으로써, 촘피는 사냥꾼의 윤리를 어겼고, 사냥감(game)을 지켜왔던 영혼들과 아츄아르족을 연결했던 암묵적 동의를 깼다. 예상대로 즉각적인 보복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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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데스콜라 『자연과 문화의 저편』 <추천사>
inmo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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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moonse | 2024.06.04 | 0 | 233 |
화살총에서 shotgun으로 ! 그동안의 사냥꾼의 윤리, 주리즈리(사냥감의 어머니)와 아츄아르족 간의 약속이 깨지는 순간이네요.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는 동물의 운명까지 신경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