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마음씨 고운 화산탄의 가르침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4-08-06 17:59
조회
109

마음씨 고운 화산탄의 가르침

 

여러분, 그동안 신세 많았습니다. 이끼야 잘 있어. 나중에 내가 알려준 노래를 한 번이라도 불러주렴. 그리고 여러분, 내가 가는 곳은 이곳처럼 밝고 즐거운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미야자와 겐지, 박정임 옮김, 미야자와 겐지 전집3(너머), 253)

 

눈뜨고 코 베인다.’라는 속담이 있는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자신의 잇속을 따지지 않고 행동하거나 남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여전히 권선징악을 강조한다거나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회적 가르침을 받는다.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사기 행위도 여전히 만연하고, 자신을 희생해서 다른 사람을 구한 선한 행위들이 칭송받는 이 시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갈피를 잡기 어려운 우리에게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속 이야기들은 또 다른 혼란을 가중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미야자와 겐지 전집3권의 마음씨 고운 화산탄의 내용과 메시지는 비교적 간결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메시지다. 사화산 기슭의 들판에 베고라는 별명을 가진 둥근 모양의 크고 검은 돌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자리 잡고 있었다. 베고는 소가 움직이지 않을 때 소가 돌이 되었다는 표현으로 쓸모없는 돌이라는 의미로 주변의 모난 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들판 주변의 모난 돌들과 떡갈나무, 여랑화, 작은 모기와 베고 위에 있는 이끼까지도 그의 쓸모없음을 조롱했지만 베고는 마음씨가 정말 착해서 화 한번 내지 않았다.

반전은 들판에 도교제국대학의 지질학자들이 베고를 발견했을 때 일어난다. 작은 이끼에게도 놀림을 당하던 크고 쓸모없던 검댕이 화산탄은 지질학자들에게 화산이 분화했을 때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완벽한 화산탄의 표본이었다. 화산탄 위에 살면서 베고를 천년만년 변하지 않을 검댕이라고 놀리던 작은 이끼들은 완벽한 화산탄 표본에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화산탄에서 떼어지게 된다. 베고는 대학교 연구실로 옮겨가는 와중에 이끼에게 그들에게 좋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 부르라고 알려준 노래를 한 번이라도 불러주라고 부탁하며 들판을 떠난다.

자신을 발판 삼아 자랐지만, 그 고마움을 모르던 이끼가 쓸모없는 존재가 되고 베고의 완벽함을 인정받는 사건에서 우리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하늘, , , 달빛, 별빛이 우리를 성장시켜 주고 있음을 잊지 말라는 교훈을 얻는다. 이는 그 고마움을 잊은 존재에게는 좋지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권선징악을 논하는 다른 동화와 유사하다. 그런데 왜 베고는 자신이 다신 없을 훌륭한 대상으로 인정받는 대학교의 연구실이 자신이 쓸모없다고 놀림을 받던 곳보다 밝고 즐거운 곳이 아니라고 하는 것일까? 완벽한 화산탄에 붙은 작은 이끼는 그것을 바로 제거하는 것으로 지질학자들의 연구실에 하등의 필요 없는 존재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상의 지루함에 놀림의 대상이 될지언정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없애버린다는 사고가 부재하는 미야자와 겐지의 숲속 세계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