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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경계가 허물어지는 곳

작성자
유나
작성일
2024-08-07 13:00
조회
110



미야자와 겐지(2)/20240807/손유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곳

 

정말로 그 물의 탁함은 굉장히 고상한 것이었습니다.” (206)

 

이기리스 해안은 사물의 경계가 허물어져 혼탁하게 섞이고, 사물의 식별이 불분명해지는 해안이다. 이기리스의 해안에 대한 첫 문단의 묘사가 그러한 인상을 준다. 해안처럼 생겼으나 사실은 강이라는 설명에서, 보이는 것과 본질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동쪽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산악지대를 가로질러 해안가로 보이는 곳에 다다르고, 사루가이시 강과 기타카미 강, 두 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약간 하류에 있는 곳이라는 설명. 게다가 주인공은 이 기타카미 강의 상류에서 살다 여름방학의 농장실습 기간에 하류에 있는 이기리스의 해안에 방문하면서 대척점에 있는 것들이 서로 섞였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1백만 년 전 먼 옛날 신생대 제3기쯤에는 아마 정말로 바다였을 거라고 추정되니 해안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름 타당하기도 하며, 현재에도 드물기는 하지만, 강물이 마치 커다란 호숫가처럼 밀려왔다 밀려간다는 점은 바다의 밀물과 썰물처럼 보이니 해안이라고 불러도 무방해 보인다. 주인공은 영국을 칭하는 이기리스라는 말답게 정말로 영국의 백악 해안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하는데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현실 앞에서 호수와 바다의 정의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 강을 배경으로 나오는 일화도 하나 같이 불분명하고 보통의 생각과 다르다. 말을 탄 군인들이 강을 건너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군인들은 오지 않았고, 수상쩍은 사람으로 보였던 사람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도와주려고 다른 용무가 있는 척하고 와준 속 깊은 사람이었다. 하얀 화산재층에 크기 5척이나 되는 무언가의 발자국이 발견되고, 바위를 낫으로 베려는 학생들이 나오는 등 주인공이 모르는 것투성이다.

하지만 혼탁한 와중에도 주인공은 시험을 치루고, 양잠하고, 보리타작을 하면서 현실로 다시 돌아오고, 자기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분별력을 갖추게 된다. 이 이야기는 좋고 나쁜 것의 경계가 불분명한 세상이니 자신의 기준으로만 판단하지 않고, 다른 측면을 두루 살피는 분별력을 갖춰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이기리스 해안이, 해안처럼 보이지만 해안이 아닌 것처럼, 하지만 사실은 먼 과거에는 해안이었으니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사실처럼, 수상쩍은 사람이 사실은 속 싶은 사람이었다는 진실처럼 말이다.

 

– 요즘 너무 바빠서(이사했어요)  날짜 지나는 걸 깜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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