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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화 답사

아시아 Asia

 

[죽음과 오른손(2) 발제] 인간 정신의 원시적인 특성

작성자
유나
작성일
2024-08-19 13:35
조회
90

조몬 답사 / 죽음과 오른손(2) / 2024.08.19 / 손유나

 

인간 정신의 원시적인 특성

 

인간은 세계를 이원론적 대립항으로 인식하는 데 익숙하다. 빛과 어둠, 위와 아래, 동과 서, 왼쪽과 오른쪽, 남성과 여성. 그리고 이 대립 항에는 우열 관계가 들어온다. 어떤 민족은 다른 민족보다, 남성은 여성보다 뛰어나고, 마찬가지로 오른손은 왼손보다 우월하다. 사람들은 이 우열을 사물의 본성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재능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인다고 해도, 이는 본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사회의 억압이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적절히 사용하도록 훈련받는다면 야만족도, 여성도, 왼손도 다른 반대쪽과 동등한 재능과 기교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는 왼쪽을, 왼쪽에 속한 것을 철저하게 억압했다.

오른쪽은 규칙적이고, 성스럽고, 선하고, 유익하고, 합법적인 모든 것의 근원이다. 반면 왼쪽에는 속되고, 불순하고, 허약하고, 무능하며, 해롭고 두려움을 주는 존재의 표상이다. 좌우는 공간과도 연결되어 높은 곳, 상층세계, 하늘, 동쪽과 남쪽을 가리키고, 왼쪽은 아래쪽, 지하세계, , 서쪽과 북쪽을 가리킨다. 오른쪽은 남성이고 왼쪽은 여성이다. 그래서 남성은 강하고, 활동적이고 능동적이지만, 여성은 허약하고 불안정하고, 수동적이고, 종속적으로 운명지어졌다.

이러한 대립구조는 인간 정신의 원시적인 면모를 반영한다. 이원론은 미개인의 모든 사고에 각인되어 있어 모든 종교의식, 사회조직, 인간의 몸, 그리고 우주의 모든 존재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종교에서 성과 속이, 같은 초자연적 힘이라고 하더라도 신성한 힘과 불길한 힘 사이가 엄격히 구분되어 있어 둘이 섞이는 걸 막기 위해 수많은 금기와 터부가 생겨났다. 부족 또한 두 개의 반쪽이 있다. 내 씨족에게 속한 것은 성스러운 것으로 많은 금기가 부여되기 때문에 대립하면서도 보완적인다른 반쪽 집단이 필수적이다. 이 대립은 인간의 정신이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른손과 왼손을 구별하고 것 또한 필연적이다. 로베르 예이츠는 만약 인간 유기체만이 대칭적이라면, 그런 예외는 설명할 수 없는 예외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정신적 세계의 모든 관계까지 붕괴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창조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유기체에 비대칭성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만들어내야 했을 것이다.”(82)

정신분석에서 동물, 원시인, 유아의 정신구조는 동일하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측면에서 같다고 하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이 다소 해소되었다. 유아의 정신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열시킨다. 유아가 성장하면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공존함을 인식하는 통합적 사고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인류학은 이원론적인 사고를 하는 문화를 미개한, 원시적인 문화라고 불렀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원론적 대립이 상당히 힘을 잃은 듯 보인다. 최소한 공공연히 다른 문화를 비하하지 않고, 여성을 열등하다 치부하지 않으며, 왼손잡이를 차별하지도 않는다. 겉보기에는 그렇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종종 어떤 현상을 좋은 것과 나쁜 것이라는 분열적인 구조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종종 본다. 게다가 인간의 정신과 문화는 어려운 일이 닥치면 언제든 퇴행을 할 수 있다. 원시성은 인간 정신의 한 특성으로,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영구적으로 극복하여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 원시적인 이원론적 사고방식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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