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스웨덴 특파원이 들려주는 슬기로운 외국살이
[슬기로운 tOkyO살이] 지진 이야기: 규모와 진도
일본 생활에서 지진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평생 지진이 없는 나라에서 살다 지진이 잦은 나라에 오니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일본 생활 1~2개월 쯤 되었을 때였을까? 연구실에서 책장이 살짝 흔들리는 정도의 지진에 너무 놀라 으아아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옆에 앉아 있던 일본 학생들은 놀란 나를 보고 웃으며 이 정도로 죽지 않는다고 농담을 던지는데, 그 소리가 더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잘 때 지진이 와도 ‘아, 3!, 3.5 되겠는데 좀 씨게 왔네’하고 잠들고 말 정도로 지진에 무디어졌지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크게 나는 지진은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일본 지진에 관한 뉴스가 나오면 가족들 친구들 연락으로 카톡이 난리가 난다. 괜찮냐? 지진 7이 났다는데, 6이 넘는다는데, 그곳은 정말 괜찮은 거냐? 정작 일본에 살고 있는 나는 뉴스를 매일 챙겨 보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경우 알지도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7이면 엄청나게 크게 지진이 난 건데 왜 나는 알지도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까?
오늘은 지진 관련 용어들을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지진을 설명할 때 자주 쓰는 용어 중에 ‘지진의 규모(Magnitude)‘와 ’진도(Intensity)‘가 있다.
지진의 규모(Magnitude)는 지진 에너지의 크기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리히터 규모’라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서 리히터 규모 4의 지진은 리히터 규모 3의 지진보다 32배(30배라고도 이야기함) 큰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런 지진의 규모를 측정할 때는 지진이 발생한 지점(진원지)의 에너지를 측정하게 된다.
「일본 지바현 동쪽 앞바다 규모 6.2 지진…“쓰나미 우려 없어” – XXX 뉴스」
이와 같은 뉴스가 뜨면 가족들과 친구들은 어김없이 메시지가 온다. ‘동경 옆 지바에 6.2 지진이 났다는데, 괜찮냐?’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이 말은 땅속 깊은 ‘진원’에서 ‘규모 6.2’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바다 얼마나 깊은 곳에서 났는지, 육지와 얼마나 떨어진 곳인지에 따라서 규모 6.2의 지진에 대한 느낌은 하늘과 땅 차이일 수가 있다.
지진의 진도(Intensity)는 내가 있는 곳에서 얼마나 강한 지진을 느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지진이 일어난 위치에 따라서 느끼는 강도가 다른데, 진원이 지표에 가까운 곳이라면 지진을 크게 느낄 것이고 지표에서 먼 깊은 곳에서 났다면 지진을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다.
출처 : 국가재난안전연구원, 지진방재 콘텐츠 공유포털
(https://eq.ndmi.go.kr/main/knowledge/knowledge_02.do)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은 지진의 규모는 9.0이었는데, 내가 살던 도쿄 타마지역에서는 진도 5.5였다. 서 있기 어려울 정도로 흔들렸지만 벽에 대충 고정시켜둔 벽시계가 바닥으로 떨어졌을 뿐, 다행히 가구가 넘어지거나 그릇이 깨지지는 않았다. 이 지진의 최대 진도는 7이었다고 한다.
큰 지진 소식이 들릴 때 마다 내가 여기 계속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일상을 사느라 금방 그런 생각들을 잊어버리고 만다. 생각난 김에 지진 대비 가방이나 다시 챙겨봐야겠다.
규모와 강도 문제가 있군요? @.@ 깨알같은 자연과학 공부다요!
“내가 여기 계속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이, , 열도에서도 반도에서도 묵직하게 차오를 것 같습니다. 내가 서 있는 땅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되는 지진 이야기군요. 선생님. 퐈이야! ^^
땅도 하늘도 살아 있습니다. 요즘은 그 사실이 공포로 다가 올 때가 많습니다.ㅠ
정리하자면 규모는 강도, 진도는 규모에 진앙지와의 거리를 고려한 실질 강도인 셈인가요. 귀에 쏙쏙.
결국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니 진도가 핵심이 되겠네요.
누워서 몸으로 진도를 측정하는 토토로 샘을 떠올려봅니다.
아 지금 3.5구나하고 다시 스르르 잠이 드는 토토로샘.
꿀잼 연재네요.
쌤, 역쉬, 정리 짱이셔요!
ㅎㅎㅎ몸으로 측정하고 꼭 확인해 봅니다. 맞았나 틀렸나.
처음 일본에서 지진을 느끼고 놀라셨을 토토로쌤과 그걸 바라보며 재밌어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려집니다. 그때 느꼈던 섬뜩함! ㅎㅎ
이제는 일상이 되버린 지진. 이번 지진과 태풍에도 오히려 덤덤하신 선생님 ㅎㅎ
깨알같은 일본 도쿄살이가 흥미진진합니다.
뭘 이런 걸로? 이런 느낌이었답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