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돌(아보기) 코너>에서는 허남린 선생님께서 최근 푸~욱 빠져계시는 임진왜란 연구의 경험, 쟁점, 즐거움 등에 대한 산문을 격월로 게재합니다. 허남린 선생님은 캐나다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아시아학과에서 일본사를 가르치고 계시며, 현재 인문세에서 일본 철학과 조선 연행사 세미나를 이끌어주시고 계십니다. 쓰신 책으로는 『조선시대 속의 일본』, 『처음 읽는 정유재란 1597』, 『두 조선의 여성:신체·언어·심성』, 『Prayer and Play in Late Tokugawa Japan』, 『Death and Social Order in Tokugawa Japan』이 있습니다.
임돌이 코너 시작하며
임돌이 코너 시작하며
허남린 선생님(캐나다 UBC 아시아학과 교수)
왜 임진왜란을 연구하냐고 질문을 받는 적이 종종 있다. 전쟁은 잔인하고 추한 것이다. 왜 하필이면 그런 못생긴 놈을 들여다 보고 있느냐는 핀잔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도 많다. 재미있는 것도 많고 신다는 것도 많다. 그런데 무엇이 좋아 그런 흉물을 궁구하고 있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는 뜻일 것이다.
나의 대답은 언제나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한 발이 빠졌는데, 이제는 전신이 깊이 빠지고 말아 쉽게 헤어날 수 없다고. 그러나 애초부터 빠지기로 작정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사를 가르치기 시작하던 때였다. 어느 날, 그리고 그 이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신 선배 선생님께서 한 말씀 던지셨다. 허남린! 한국하고 관계있는 것도 한 번 해보면 어때? 그 때 휙 하고 머릿속을 지나가는 무엇이 있었다. 이순신이었다.
광화문 네거리의 중앙에 이순신 동상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서 있었다. 광화문은 서울의 중심지였고, 그 중심지는 이순신 장군이 장악하고 있었다. Why not? 그렇게 해서, 임진왜란에 관해 연구를 하겠다고 하고, 어떤 모임에서 무언가 처음 발표를 한 것이 1996년이었다. 발표문의 제목은 기록을 뒤져보니 다음과 같았다. “Why did Toyotomi Hideyoshi Invade Korea in 1592?” 그 때 무엇이라고 결론을 내렸는지 찾아보기는 두렵다. 왜냐하면, 이 질문에 대해 이제서야 나름의 답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2024년이다.
나의 임진왜란 연구는 이처럼 간단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데 30년 가까이 소요되었다. 한 가지 질문을 30년씩이나 붙잡고 있으면서 이제야 답을 찾았다고? What a lazy man!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지만, 처음에 겁도 없이 던지고 겁도 없이 답하고자 했던 그 질문은 실은 19세기 말부터 역사학계에서 진지하게 탐구하기 시작했고, 100년 하고도 30년이 더 넘게 지났는데도, 아직도 뜨거운 논쟁 한 가운데 있다. 임진왜란 (다른 나라에서는 다르게 부르지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맨 먼저 묻는 질문이다. 아니, 왜 그 미친 놈이 남의 나라를 쳤어 하면서. 그 놈이 진짜로 미친 것은 사실인 것 같은데, 깊이 파고들수록 땅콩 넝쿨처럼 엉켜서 같이 돌아가는 질문이 너무 많음을 알게 되었다.
질문이 있으면 답을 찾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쉽게 찾아지지 않으면 자존심을 자극하고, 상한 자존심은 결의를 다지게 만든다. 반드시 찾아 내고야 말겠다고 한 세월은 그러나 행복했다. 할 거리를 끊임없이 안겨다 주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그저 바빠야 돼 하고 어머님은 늘 말씀하셨는데, 그 바쁨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다. 나의 “임돌이”에 대한 첫사랑은 그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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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돌이 코너 시작하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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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moonse | 2024.06.21 | 0 | 228 |
질문이 있으면 답을 찾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 . 선생님의 청년 시절이 너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식지 않는 첫사랑의 열정이란, 학문을 향한 집념이란 어떤 것인지, 매번 선생님께 배웁니다. 음성 지원되는 선생님의 글이, 공부가 잘 되지 않을 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