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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전집(1)] 구멍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라구

작성자
coolyule
작성일
2024-09-18 17:48
조회
54





『안데르센 동화전집』(1) / 동화 인류 연구회 2024-9-18 김유리

 

뒤죽박죽 동화 탐구: ‘구멍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라구’

 

 

  안데르센은 동화(fairy tales)에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으며,”(11) 의미를 모르는 아이들도 흥미롭게 줄거리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사건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 자체로 즐거운 일이며, 다 듣고 난 이야기에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지는 풀어야 할 신비로 남겨진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 사물들에 숨은 뜻이 담겨 있었음을 깨닫는 것이 추리의 묘미다. 안데르센이 어린 시절 들은 이야기를 썼다는 “부싯깃 통”에 갖춰진 의미들을 털어 보자.

  “부싯깃 통”의 주인공은 배낭을 지고 옆구리에 칼을 차고 전쟁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병사다. 길에서 만난 마녀의 요청으로 큰 나무 속으로 들어가서 세 개의 방에서 세 마리의 개를 피해 금은동화와 낡은 부싯깃 통을 꺼내 온다. 마녀의 개입으로 귀환병은 옆길로 샌다. 마녀가 그토록 원하는 부싯깃 통을, 병사는 어떻게 쓰는 건지도 모르면서 빼앗는다.

  마녀는 병사에게 부싯깃 통을 전해주기 위해 등장한 캐릭터다. 마녀는 병사가 못 보고 지나칠 뻔한 큰 나무를 보여주고, 나무 속으로 다른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들어갔다 나올 수 있게 밧줄로 끌어낸다. 흉측한 외모를 하고 외딴 곳에 혼자 살면서, 오래된 전통에 이어져 있고, 큰 나무를 지키고, 비밀을 간직하고, 청년에게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원래 세계로 돌아오게 한다. 마녀의 마법 도구 중에 푸른 바둑판무늬 앞치마는 보물을 지키는 사나운 괴물 개들을 얌전하게 만든다. 동화 속 직물들은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요술 식탁보, 마법의 융단. 《오즈의 마법사》 영화 속 도로시도 푸른 체크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

  부자가 된 병사는 큰 도시로 가서 좋은 옷과 신을 사고 좋은 여관방에서 친구들에 둘러싸여 지내다가 돈을 탕진한다. 도로 가난해진 병사는 좁은 다락방에서 외롭게 지내던 어느 어두운 밤 부싯깃 통을 떠올린다. 부싯돌을 꺼내 금속에 문지르니 왕눈이 개들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나타난다. 병사는 “그때서야 비로소 부싯깃 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17)”

  조금씩 진정한 가치에 눈을 떠가는 병사는 높은 탑에 갇힌 공주를 잠깐이라도 볼 수 있기를 소원한다. 부싯깃 통 마법으로 공주를 만나기는 하는데 공주는 자고 있다. 어떻게 하면 공주를 깨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소망을 현실로 바꿀 수 있을까? 왕비가 그토록 지키려고 하는 공주를 어떻게 빼앗을 수 있을까? 

  병사는 잠자는 공주를 몰래 만나다가 영리한 왕비에게 들켜 감옥에 갇힌다. 교수대에 올라 처형을 앞두고, 되찾은 부싯깃 통으로 개들을 불러내 왕과 왕비를 처치한다. 병사는 또 한번 밧줄에 묶여 교수대 나무에 매달릴 판이었지만, 이번에도 무사히 살아 돌아온다. 병사도 공주도 각자 갇혔던 곳에서 풀려났다. 개 세 마리처럼 “눈을 크게 뜨고” 병사와 공주는 서로를 바라 볼 수 있게 되고 결혼 잔치를 연다.

  이야기는 어둠 속에서 불을 켜고,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갇혔다가 풀려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병사의 모험은 나무에 매달렸던 자의 경험이다. 그 시작은 나무 구멍 속으로 들어가 보라는 제안에 응한 것이었다. 깊은 곳으로 내려가 보니 밝고 넓은 복도가 나오고, 방이 여러 개 있고, 방 마다 보물 상자가 있다. 상자에는 자물쇠가 달려 있지만 자물쇠에는 처음부터 열쇠가 꽂혀 있다. 누군가 찾아와 열리기를 기다리는 비밀의 방 보물 상자를 들을 사람을 기다리는 동화에 비유해도 될까?




닮은 꼴 찾기 연습

-반복되는 것들의 기능은 뭘까?

 

〇병사와 공주 : 다락방과 탑에 갇힘. 무지와 잠. 풀려나고 깨어나는 과정. 온전해지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함?

〇세 마리 개 : 가정의 찻잔, 마을의 물레바퀴, 도시의 둥근 탑처럼 생긴 큰 눈이 특징이다. 가치 있는 것을 지키는 힘과 역할. 가장 강력. 소원을 현실화하는 힘. 방향 설정할 주인이 필요함. 부시깃 통처럼 사소하고 낡은 것에 감추어져 있음.

〇마녀와 왕비 : 천을 다룬다(푸른 체크무니 앞치마와 비단 주머니).

※비교 : 마녀는 숲의 나무를 지킨다. 선대에 잃어버린 힘(부싯깃 통)을 되찾기를 바란다. 왕비는 밭작물인 메밀과 누에를 쳐서 얻은 비단(동물성)과 금속성 가위을 다룬다.

〇큰 나무와 교수대 : 무지한 젊은이를 매달아 지혜롭게 바꿈.

〇숫자 3 : 세 개의 방, 세 개의 돈 상자, 세 마리 개

〇신발 : 병사와 시녀의 장화, 견습공 소년의 슬리퍼(신발 한 짝 벗겨짐, 다른 차원으로 연결)

〇부싯깃 통을 가져와 달라고 젊은 세대에게 요청(마녀-병사, 병사-소년)

 

 

『안데르센 동화전집』(현대지성 2024년 2판8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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