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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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문화는 타자로부터 배우는데서 시작된다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문화는 타자로부터 배우는데서 시작된다
2024.9.23. 최수정
“문화는 우리가 스스로를 만들어내는 환경이다. 따라서 문화와 자연을 동렬로 취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20쪽)
프란스 드발의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과학자가 동물과 관련하여 ‘문화’라는 말을 쓸 때, 문화는 타자로부터 얻는, 반드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개는 구세대로부터 습득하는 지식과 습관을 의미한다. 문화는 타자로부터의 학습을 의미하므로, 각 개인이 혼자서 획득한 특질에 대해서는 그것을 문화라고 부르지 않는다.(19쪽)
동물의 중요한 반응체계는 타자를 ‘관찰’함으로써 전해진다. ‘관찰의 비결은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것임’이다. 관찰에는 원인과 기능, 결과들 간의 연결에 대한 추측이 수반되어야 한다. (108쪽)
인간도 동물이다. 따라서 인간의 문화도 ‘타자로부터 학습’이 될 것이고, 그것은 타자에게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관찰을 통해서 일 것이다. 인간의 문화가 다른 동물이 따라올 수 없는 진보를 이루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다른 동물의 문화를 부정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또한 인간이 인간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타자를 잘 관찰해서 그 타자로부터 어떤 것을 학습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를 창조할 뿐 아니라 창조한 문화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우리의 모든 행동에 피드백하여 존재의 핵심마저 변모시키는(42쪽)문화를 가진 인간이 동물의 문화를 부정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인간의 더 높은 문화를 위해서는 ‘타자’, 즉 동물로부터 배우는 일이 중요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말하는 ‘동물 중심 의인화’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공통 특징을 전제로 하는 사고 체계다. 그것은 동물에게도 감정과 판단이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그들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고 바라는지 관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물이 태어날 때는 ‘어머니 자연의 필적이 빽빽이 적혀 있다.’(110쪽) 이는 한 생명이 가리키는 수많은 관계의 지시가 적혀 있고, 구세대로부터 전해져오는 지식과 습관이 백과사전처럼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새는 소리가 들리면 음악가처럼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 그들이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은 서로로부터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새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노래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숲과 초원에서 그들이 무료로 들려주는 교향악은 문화로서 익힌 것이다.(174쪽)
문화란 구세대에서 물려받은 것과 자기가 문화로서 익힌 것을 조합해서 부흥한다. 인간과 동물은 모차르트와 찌르레기의 예처럼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존재로서 인간 문화를 더 다양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인간은 끈질기게 인간과 동물을 유사성을 부인하고 서로에게 배우는 존재라는 사실을 거부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