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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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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초밥요리사] 문화의 정의에서의 인간의 위치

작성자
진진
작성일
2024-09-23 17:44
조회
139

 

문화의 정의에서 인간의 위치

 

문화란 뭘까? 우리는 문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나카자와 신이치는 곰에서 왕으로(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동아시아)에서 문화를 인간을 야만과 구분해주는 어떤 것이라고 했다. 그가 정의하는 바에 의하면 인간은 압도적 힘의 우위에 있는 자연과 대칭적으로 관계 맺기 위해 문화를 형성한다. 영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는 원시문화(에드워드 버넷 타일러 지음, 유기쁨 옮김, 아카넷)에서 문화란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정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문화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문화란 무엇이라고 명시하기는 부족하지만 내가 문화를 생각했을 때 떠올린 이미지는 분명 인간과 관련된 무엇이었다. 우리는 이처럼, 문화를 말할 때 인간의 영역으로 한정짓고 있다.

원숭이와 초밥요리사(프란스 드발 지음, 박성규 옮김, 수희재)는 우리의 이러한 문화에 대한 선입견을 반박한다. 그는 이 책에서 문화를 한 집단의 구성원이 고유하는 생활양식’(43)으로 정의한다. 그에 의하면 문화란 타자로부터 학습되어 한 집단이 공유하는 것으로, 같은 종일지라도 집단이 다르면 문화는 공유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어떤 분야를 연구하느냐에 따라 또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어떤 용어를 정의하는 데에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프란스 드발이 문화를 재정의함으로써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는 그 정의를 통일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화의 본질을 재고해봄으로써 그는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간을 어디에 위치 짓는지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문화를 인간만이 가진 것으로 한정할 때 타종(他種)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나는 원숭이와 초밥요리사에서 동물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보여주는 예로 그가 꼽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아니 어쩜 저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편협하고 끝까지 인간중심적일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내가 문화를 무엇으로 생각하는지를 떠올려보면서 나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문화로 생각하는 것에는 예술, 건축, 기술, 관습 등이 있다. 이것들은 모두 인간만이 가진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예술은 인간들 중에서도 감각적으로 아주 뛰어난 사람들의 영역으로, 나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기는커녕 미술관에 가서도 정말 ~, 잘 그렸네하고 돌아 나온다. 그런데, ‘1부의 4 애니멀 아트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의 희롱>과 비둘기의 미술작품 감상력, 유인원 화가들을 통해서 본 동물의 예술은 여느 인간의 수준보다도 뛰어났다.

프란스 드발이 인간의 미적 감수성은 자연의 구조로부터 발달했’(173)다는 니콜라스 험프리(Nicholas Humphrey)의 말을 인용하여 강조했듯이 인간은 예술작품을 구성하고 만들 때 자연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는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지 않고 생각했을 때 동물은 인간보다도 자연과 가깝고 그들의 생활환경 자체가 자연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인간보다 훨씬 더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더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만드느냐는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예술을 인간만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내 생각은 여기에서 멈칫하게 되었다.

프란스 드발의 말처럼 우리는 자연과 문화를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를 문화를 가진 유일한 종으로 규정하며, 문화 덕분에 인간이 자연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18).자연을 동물의 영역으로, 문화를 인간의 영역으로 말이다. 하지만 동물들이 집단의 동료들로부터 행동양식을 배우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동물들의 어떤 행위가 의도야 어쨌든 인간의 예술과 공통된 측면을 갖고 있고,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여러 예술작품들을 보면 과연 문화가 자연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영역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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