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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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초밥 요리사]문화는 생존 환경이다
프란스 드발,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문화는 생존 환경이다
2024.9.30. 최수정
“진화는 같은 목적에 도달하는 복수의 수단을 만들어왔다.”(『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프란스 드발 지음, 박성규 옮김, 수희재, 39쪽)
생명 진화의 목적은 같다. 어떻게 살아남아 개체와 종을 존속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생명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진화한다. 종(種)이나 집단 간 경쟁을 피하기 위해 먹이와 서식지를 차별화한다. 이를 위해 자신들의 습관과 ‘문화’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 저자는 이 과정이 타자를 관찰하는 ‘사회적 학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먼 옛날 인류와 유인원에서 분기하던 시기 인류와 생존 경쟁하는 유인원을 생각해 본다. 유인원 또한 수백만 년 동안 인간과 먹이, 서식지 경쟁을 했을 것이다. 인간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과 구별되는 생활양식을 만들고 생태환경을 다르게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까?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했을 때 침팬지와 보노보, 원숭이는 살아남았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회 속의 개체
동양의 과학자들은 모든 것이 사회를 축으로 하여 회전하고 있고 그 안에 개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생각의 근저에 있는 핵심어는 ‘관계’였다. 인간을 포함하여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관계’,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의 관계가 중요했다.(214쪽)라고 할 때 저자가 말하고 있는 ‘사회’개념은 인간 사회를 넘는 자연 전체를 말하고 있다. 영장류를 보면서 인간과 가까운 종에 대해 품는 겸허함으로 인간과 영장류가 ‘역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떠올린다. ‘사회’라는 말 자체에 포함되어있는 ‘연합’, ‘동료’, ‘교류’, ‘소통’의 범위를 확대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구성원들과 관계가 중요함을 언급한다.
인간이 관찰하고 배우고 따르는 사회 학습을 자연 전체로 확장하면서 공동체의 범위를 넓힌다. 인간의 문화가 타자를 관찰함으로써 전해진다고 할 때 그 ‘타자’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된다.
순응 욕망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관계에 순응하며 개별적 문화를 만들어가는 집단에 의해 문화의 차별성이 생긴다. 영장류의 사회 학습은 순응 욕망–사회에 속하고, 적응하고 싶다는 충동–에서 비롯된다. ‘모두처럼 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258쪽) 일명 ‘사회 지향성’에 의해 흉내를 내고 친근감을 표현한다. 사회적 순응이 개체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한 그 경향은 선택된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회의 타자를 모방하고, 그들처럼 되고 싶은 욕구가 동일시의 문화를 만든다. 이와 관련해 ‘유인원의 다과회’를 다시 생각해 본다면 유인원들이 인간을 흉내 내고 잘 따라 한 이유는 그들이 인간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동일시하며 배우려는 사회 학습의 결과다. ‘문화’가 사회적 수단을 통해 다양한 습관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200쪽)이라고 할 때, 오히려 이것은 유인원의 문화 욕구가 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문화는 진보하지 않는다
“가장 널리 퍼져 있는 편견의 하나는 문화가 진보한다고 단정하는 것이다.”(262쪽)
어느 날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다고 그것을 원숭이 문화의 ‘진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문화는 원숭이가 고구마와 물의 연결 관계를 새롭게 시도해 본 것처럼,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 결과일 수 있다. 평소 자신이 물과 맺은 관계를 고구마와 연결해 봄으로써 새로운 효과를 발견한 것이다.
문화는 대개는 구세대로부터 습득하는 지식과 습관으로 타자로부터의 학습을 의미한다고 할 때 어떤 동물보다 복잡한 인간 문화는 수많은 다른 타자가 ‘되고 싶은 욕구’의 반영처럼 느껴진다. 자연이라는 거대하고 광범위한 사회를 관찰하고 따라 함으로써 복잡도를 늘려간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