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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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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초밥 요리사](2) 후기 – 문화의 시작 그리고 관찰하기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4-10-04 17:57
조회
29

이번 주에는 문화가 무엇이고 어떻게 시작되는지 좀 더 관찰해보았다. 일본 규슈 남부 해안 작은 섬 고시마. 이곳에는 원숭이들이 고구마를 씻어 먹는 전통이 전해진다. 그렇다면 이 행동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영장류학에 문화 혁명을 일으킨 이 대발견은 이곳에 살았던 미토라는 여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라에서 원숭이를 길들이기 위한 먹이 주기정책에 참여한 미토는 어느 날 18개월의 새끼였던 이모라는 원숭이가 고구마를 들고 숲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작은 시내로 가는 것을 목격한다. 이모는 물속에서 고구마를 비벼 댔는데, 처음에는 놀이삼아 이 행동을 반복하는 것 같더니 점점 기술이 좋아져 깊은 곳으로 이동하며 진흙을 털어내는 기술을 터득했다. 원숭이 이모의 고구마 씻기는 우연한 순간 일어나 고구마를 먹을 때 이빨이 상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미토는 관찰한 내용을, 동물 문화를 연구하고 있던 이마니시라는 학자에게 보고했고, 곧바로 연구팀이 고시마 원숭이 연구에 참여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고구마 씻기가 이모로부터 시작되어 놀이친구들이 따라하고, 이후에는 다른 새끼들과 그 형제자매, 어미들도 따라하게 되었다. 5년 후에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의 4분의 3이상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이 되어, 고구마 씻기 따라하기는 이제 집단 고유의 특징으로 정착했다.

프란스 드 발은 문화가 배우는 사람이 충실하게 흉내내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어린 침팬지들은 어른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미에게서 친밀감을 느끼고 어미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어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흉내내고 친근감을 표현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따라할 역할 모델을 찾는다. 관찰함으로써 먹을거리를 찾는 방법과 먹는 기술을 배우지만, 흉내 낸다고 바로 터득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과 같은 정확성은 6~7년이 지나야 가능한 일이다. 거듭되는 자기 강화를 부추기는 것은 처음엔 어미처럼 되고 싶다는 욕구에 있고, 나중에는 조금씩 맛있는 알맹이를 먹고 싶다는 목적으로 교체된다. 프란스 드 발은 침팬지들의 모방 행동이 사회에 속하고, 적응하고 싶다는 충동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침팬지 집단의 댄스에서도 서로에게 속해서 같이 놀고 싶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처음 두 마리가 장난치고 놀다가 동작이 점점 규칙적인 형태로 변한다. 두 마리가 기둥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하면 점점 한 마리, 한 마리 가담하게 되고, 유행이 되어 기둥 둘레를 행진한다. 여기서 또 동작이 변화하고 정교화되어 패턴이 되고 곧 리듬이 생기면서 서로가 템포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스텝에 맞춰 고개를 흔들며 놀이를 즐긴다. 친해지고 싶어하는 욕망은 행동을 따라하게 만들고 놀이가 정착되며 집단의 문화가 되었다.

그렇다면 문화가 시작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어떤 특별한 행동이 어떻게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우리는 보통 튀는 행동, 안하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따라하기 보다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기존에 형성된 문화(기준)에 잘 부합하며 사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프란스 드 발과 함께 동물들의 사회를 관찰한 바에 따르면 문화의 시작은 어떤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그 조건은 관용이다. 아무도 하지 않은 행동을 용인하는 사회, 관용이 허용되는 역량이 있는 사회야말로 문화의 불씨가 피어난다고 프란스 드 발은 말한다.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관찰에 대한 다른 정의였다. 우리는 우리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동물의 관점을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을지 희망했었다. 하지만 프란스 드 발은 우리 내면에 깔려있는 인간성을 벗어나거나 선입견을 깨는 건 요원한 일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켜켜이 쌓인 내 안에 본성과 문화가 내 관점의 한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다른 문화를 바라볼 때 차이점에 사로잡혀 매력을 느끼기보다는, “문화란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을 토대로 하여 어떻게 성립하고 있는가? 문화를 생각할 때는 항상 이 같은 큰 문맥 속에서 바라보“(307)라고 말한다. 프란스 드 발이 의미하는 관찰은 무엇일까? 오선민 선생님은 조금씩 조금씩 생각의 폭을 넓혀가라는 의미라고 말씀하셨다. 두루두루 동물에 대해 알아보고 생각해보고 관찰하며 스텝을 밟다보면 관점(?)이 조금씩 확장되고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 같았다. (나는 이 부분이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숙제로 가져간다프란스 드 발은 관찰 전에 현실을 이런저런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라고 말한다. 나는 그가 말하는 준비가 우리가 보이지 않은 것을 보려고 열심히 박물관, 전시관을 찾아가고 글을 좀 써보고, 책도 찾아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음 주 동물원 답사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어떤 동물을 만나고, 그들과 어떤 눈빛, 표정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동물원 가는 일에 이렇게 설렌 적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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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7 00:04

    “켜켜이 쌓인 내 안에 본성과 문화가 내 관점의 한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입견으로 보고 있는 것을 덮어버리지 않고, 무엇인가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계속 생각해봐야겠네요.
    함께 동물원에 가서 유인원들을 만나봐요. 선입견은 있지만, 또 우리가 거는 어떤 다른 기대가 다른 것을 보게 할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