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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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3)] 모순되는 인간의 본성
마음 인류학 /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3) / 2024.10.07 / 손유나
모순되는 인간의 본성
인간의 본성과 선한 행동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는 오랫동안 많은 학자의 관심 주제였다. 프로이트, 스키너, 헉슬리는 인간은 이기적이고 악하게 태어나는데 외부의 강요와 상벌로 인해 도덕심이 생겨난다고 주장했고, 공자와 맹자, 웨스터마크는 인간의 본성에 도덕성이 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 역시 인간의 본성의 선함을 믿는 듯하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논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한데, 왜냐하면 인간의 마음을 구성하는 재료에는 모순된 것들이 공존하기에 어떠하다고 확정 짓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살아있는 동물 개체는 힘을 추구한다.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여 생존하기 위한 욕구이고, 이 욕구를 이기심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단독 생활을 동물은 자원을 독차지하고, 집단을 구성하는 동물은 필연적으로 집단 내 불평등을 만든다. 인간 역시 하나의 동물 개체로서 힘을 추구하고 다른 개체보다 우위에 서서 지배하고자 하는 본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다윈이 말하는 생존경쟁에는 개체의 뛰어난 우수성 외에도 상호의존 역시 중요한 생존 전략이라고 한다. 저자도 동물이 보여주는 협동성, 관용, 이타성도 생존경쟁의 결과라고 말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지 않기에 서로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그러므로 다른 개체를 위하는 이타심 또한 인간의 본성의 일부이다.
저자는 침팬지 집단에서 우위의 수컷이 약한 수컷에게 지나친 벌을 주면, 다른 침팬지들이 일제히 분노의 고함을 질러댄다는 예시를 들며 이들의 심리에서 도덕의 재료를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보기엔 이 행동이 내재한 도덕 감정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언제든 역학관계가 바뀔 가능성을 가진 약한 존재들이 생존을 위해 연합하여 만든 규칙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당하다, 너무 과하다’라는 감정이 도덕의 재료였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동물의 본성을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식으로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이타적인 행동은 출현할 수 있다. 개가 아무런 보상 없이 호랑이 새끼를 돌보고, 산파 박쥐가 다른 박쥐의 출산을 돕기도 한다. 저자는 이 사실을 동기와 기능의 분리로써 설명한다. 다른 개체를 돕는 이타적인 행위는 집단을 이루는 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데, 아마 처음 돕는다는 행위는 혈족을 대상으로, 이후 돌아올 보상을 위한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화를 거듭하며 돕고자 하는 마음이 결과와 분리되어 칭찬과 보상을 받고자 함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을 돕는 행위로 기쁨을 느끼는 구조견이 출현하기도 한다.
우물에 빠진 소년을 예로 드는 맹자의 얘기를 들으면 인간을 본디 선한 존재 같다. 하지만 수도 없이 발생하는 탐욕과 폭력은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이 양쪽에서 상황에 따라 성선설에 기울었다 다시 성악설로 향하는 시소 같이 갈팡질팡 했는데 더 이상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인간은 심리에는 개체가 가진 이기적인 지배 욕구도, 사회적 동물로서 지닌 이타적인 관용 또한 갖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