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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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황금 울타리를 넘을 수 있을까?
프란스 드 발,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황금 울타리를 넘을 수 있을까?
2024.10.7. 최수정
“현대의 도시 생활자는 영광과 공포로 넘치는 자연의 전체상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86쪽)
동물과 가까이 생활하고 있으면 그 동물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저절로 주의를 기울이고 세심한 관찰을 한다. 동물의 사소한 행동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인은 농장에서 성장하거나 자연 가까이에서 자라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인접한 거리에서 동식물을 관찰할 기회가 적다. 자연과 동물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그들을 주의 깊게 바라볼 기회도 줄고, 상호작용하면서 배우는 공감 능력도 사라진다.
저자는 공감능력을 설명하기 위해 태국의 롭 부리(Lop Buri)에 있는 작은 동물원에서 두 마리의 중형견이 다 자란 호랑이 세 마리와 우리에 있는 장면을 소개한다. 두 마리 중 한 마리 개가 자기 새끼와 함께 호랑이를 키우고 있는 예를 들며 생명의 동기를 설명한다. 인간은 모든 생명에 분명한 목적이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으나, 현실은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없는 행동들이 많다는 것이다. 개의 모성 행위는 긴 역사를 거쳐 복잡한 심리가 형성되고, 그러한 심리가 그녀의 행동 배경에 있다. 이는 진화의 시점에서 보면 자기 새끼가 아닌 다른 것을 돌보는 ‘부적응’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심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그 종에 합치되는, 거짓되지 않은 행동이다.(360쪽)
저자는 이를 생명의 심리적인 관점에서 ‘진화가 만들어낸 다양한 결과’, ‘혹독한 도태 과정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도움 충동’, ‘타인의 행복을 보는 기쁨’이 공감 능력으로 얻는 이익이라고 설명한다. ‘부모가 자식의 눈으로 보는 법을 배우듯이, 감정 이입이 가능한 관찰자는 대상 동물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그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어떤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를 배운다.’(88쪽) 부모가 어리고 약한 생명과 가까이 있으면서 그의 필요와 욕구를 알아채고 배려하고 공감하며 특별한 기쁨과 애착을 느낀다. 이런 눈으로 동물을 보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다면 인간과 동물 사이의 거리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또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야말로 인간과 동물이 감정과 같은 어떤 느낌을 공유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하지만 현대인은 자연과 문화를 명백한 대립 관계로 보듯이, 인간과 동물의 관계도 그 대립 관계로 보고 있다. 분명한 ‘황금 울타리’(263쪽)를 쌓고 뛰어넘을 수 없는 거리를 만들었다. 인간의 문화가 다른 동물들의 문화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인간에게 동물적 욕구와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남보다 앞서려는 술책이나 남을 교묘히 조종하려는 평소의 익숙한 행동은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거의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다.’(347쪽) 인간이 어디까지 인간이고 어디까지 동물인지 분리할 수 있을까.
울타리가 없었던 과거에는 인간과 유인원은 서로에게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배우면서 살았다. 경계 없는 곳에서 함께 살며 서로를 응시하고 관점을 교환하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갔다. 그 안에서 서로 기대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그 예기치 못한 틈에서 오히려 서로의 문화가 더 풍요로워졌을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동물이 모방을 기반으로 한 학습으로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다면 가까이에 모방할 타자가 많을수록 능력이 좋아질 텐데. 모방을 통한 복합적 신체 능력이 더 다채로운 문화로 이끌 수 있을 것 같은데 인간은 왜 끈질기게 그것을 거부하는 것일까? 인간과 동물 사이에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어떤 연결 고리가 있다고 생각할 때 인간이 잃을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