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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기술 인류학] 감각을 잃어버린 세계

작성자
미자
작성일
2024-10-09 12:12
조회
97


인문공간세종, 2024 기술인류학, 전쟁과 농업(1), 2024.10.10. 미자

 

 감각을 잃어버린 세계

 

 올해 토요글쓰기 학교에는 영동에서 공부하러 오시는 선생님이 있다. 그 선생님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2학기에 스마트팜으로 글을 썼다. 스마트팜은 수경재배하는 농업 기법으로 정부에서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전쟁과 농업에서는 식물 공장이라고 표현했다. 스마트팜은 햇빛 관리나 작물에 영양을 주는 것 등 모든 것이 전자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식물은 햇빛을 보면서 자라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조명회사에 다니는 도반이 조명이 햇빛과 같은 조도라서 거칠게 말해 조명으로도 식물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해 놀랬다.


 이렇게 스마트팜에서 생산되는 작물들은 모양도 일정하고 색깔이나 맛도 차이가 없이 동일할 것이다. 상품으로 파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다. 전쟁과 농업의 저자는 스마트팜에서는 위생을 엄중히 관리하므로 병에 걸린 양상추를 마주할 일이 없다(p.82)고 말한다. 그렇구나. 우리는 찌그러지고 못나고 부패한 작물을 볼 수가 없구나.


 예전에는 손으로 직접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던 방식이 이제는 트택터와 같은 기계가 대신한다. 이렇게 트랙터를 사용하면 토양의 온기와 땅 속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에 대해 우리는 느낄 수 없다. 탱크와 드론의 사용은 전쟁에서 썩어가는 시체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된다. 농약을 대량으로 뿌리는 행위도 해충 뿐만 아니라 다른 익충도 죽일지 모르는데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된다.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고 여겨지는 미생물, 곤충, 동식물 등에 대한 감각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 감각은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을 죽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기술의 사용이 우리를 그렇게 내몰고 있다.

기계의 사용에 의한 대량생산으로 나는 지금처럼 먹을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그것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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