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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전집](3) 불멸을 꿈꾼 안데르센

작성자
최수정
작성일
2024-10-09 17:34
조회
92

안데르센 동화전집

 

2024.10.9. 최수정

 

불멸을 꿈꾼 안데르센

주제문 : 안데르센은 동화를 쓰며 불멸의 영혼을 꿈꾼다. 

   

안데르센 동화에는 기독교적 색채가 강하게 드러난다. 하느님이 있는 하늘나라는 속된 것이 없고 어린이처럼 순수함으로만 가득 찬 영광스런 나라. 이 영광의 나라는 불멸의 세계다. 우리가 앞서 <인어공주>에서도 보았듯이 안데르센에게 영혼 불멸은 중요한 주제다. 그래서 <불사조>와 같은 제목의 이야기가 전면적으로 등장한다. <불사조>는 이브가 지혜의 나무에서 사과를 따서 아담과 함께 낙원에서 쫓겨나게 되었을 때 그들을 쫓아내던 천사의 불칼에서 불꽃이 떨어져 새의 둥지를 태웠다. 새는 불에 타죽었지만 붉게 달궈진 새의 알에서 새로운 새 한 마리가 태어났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불사조다. 하느님이 입을 맞추고 이름을 주신 시()라는 불사조다. 안데르센은 시, 노래, 예술을 영원한 생명을 얻는 통로로 생각했다. <나이팅게일>의 노래가 그랬듯이 예술은 영혼을 죽음에서 구원해 주고, 삶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다.

 

영혼과 발의 연관

안데르센 동화에서는 에 대한 모티브가 자주 등장한다. <인어공주>는 발을 얻기 위해 목소리를 내놓았다. <꿋꿋한 장난감 병정>에 등장하는 외다리 병정과 한 발로 서 있는 무희 이야기가 있다. <눈의 여왕>에서 게르다는 새로 산 빨간 신을 강물에 띄어보내고 신발도 장갑도 없이얼음으로 뒤덮인 땅을 가로질러 영원이라는 글자의 수수께끼를 풀고 카이의 영혼을 구한다.

<빨간 구두>의 주인공 카렌은 엄마의 장례식 날 빨간 신을 받았다. 달리 신을 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 신을 싣고 초라한 관을 따라갔다. 고아가 된 카렌을 노부인이 맡아 키우면서 더 예쁜 빨간 신을 갖게 되었다. 카렌은 그 신을 신고 교회에 갔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빨간 신을 뚫어지게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 찬송가도 들리지 않는다. 다음 주 일요일 교회 앞에서 병든 군인이 목발을 짚고 서서 그녀에게 예쁜 무용신이라며 춤을 출 때 꼭 신으라고 한다. 그리고 교회를 나올 때 다시 늙은 군인이 춤추기에 딱 맞는 신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자 카렌은 춤을 추어본다. 그런데 일단 춤을 추기 시작한 발이 멈출 줄을 모른다. 마치 신의 명령을 받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신은 잘못 신은 빨간 구두가 카렌의 영혼을 타락시켰다고 여기는 것 같다. 결국 발을 잘라 춤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카렌은 교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하느님께 도움을 청한 뒤 영혼이 구원받는다.

<성냥팔이 소녀>는 추운 겨울 맨발에 모자도 쓰지 않고 거리를 서성거리고 있다. 집을 나설 때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으나 소녀에게 너무 컸기 때문에 마차를 피하려고 서둘러 길을 건너다 그만 벗겨져 잃어버렸다. 추위를 참을 수 없었던 성냥팔이 소녀의 영혼은 성냥개비를 그으면서 추위를 견딘다. 그러자 꿈속에서 돌아가신 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와 함께 추위도 배고픔도 고통도 없는 하느님 곁으로 간다. 황량한 이 땅에서 맨발이었던 소녀의 시린 영혼은 따뜻한 하늘나라에서 안식을 취한다.

인생의 모든 날 가운데 가장 성스러운 날은 우리가 죽는 날이다. 그날은 변화와 변신을 겪는 성스러운 날이다.’(437)로 시작하는 <최후의 날>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런 문장에서 나는 안데르센이 죽음 예찬론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이야기에서도 죽음은 얼음처럼 차디찬 손으로 삶의 시간이 다 된 사람의 두 발을 먼저 만진다. 그리고 이마와 심장을 만지고, 심장이 멈추자 그의 영혼은 죽음의 천사를 따라가게 된다. 마치 땅을 딛고 있는 발을 죽음의 손이 떼어내는 것 같다.

안데르센 동화에서 발은 영혼이 머무를 가장 첫 번째 장소처럼 보인다. 발가벗은 발, 잘린 발, 외발로 서 있는 발, 욕망하는 발 모두 인간의 다양한 영혼의 모습이다. 안데르센은 평생 여행을 좋아했다고 한다. 새로운 나라에 도착할 때마다 그의 감수성이 고양되고 변화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망각하고, 자기 안에서 완전히 다른 영혼을 발견하는 일을 좋아했다. 자신의 두 발로 떠날 때마다 얻는 새로운 힘과 통찰력으로 새로운 동화를 썼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시나 전설이 되어 자신의 영혼을 영원히 살게 할 것이라 생각했다. 안데르센에게 발은 영혼 불멸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순수한 상징처럼 보인다.

 

<오래된 묘비>에서 안데르센은 천사의 입을 빌려 자신의 소망을 말한다. “이 작은 씨앗이 여물 때까지 잘 보관하거라. 아가야, 너는 저 오래된 묘비에 쓰여진 바랜 비문을 다시 쓰게 될 거란다. 다음 세대가 읽을 수 있도록 분명하게 말야. 노부부는 다시 발그레하게 뺨을 물들이며 미소 띤 얼굴로 거리를 걷게 된단다. 그들은 작은 벤치에 앉아 가난하든 부유하든 지나가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겠지. 오늘 밤에 네 영혼에 심은 씨앗은 세월이 지나 자라면서 아름다운 시로 꽃피우게 될 거야.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선한 것과 아름다운 것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전설이나 노래 속에 살아 있게 된단다.”(42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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