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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 전집(3)] 돌아온 그림자

작성자
coolyule
작성일
2024-10-09 17:52
조회
83

『안데르센 동화전집』(3) / 동화 인류 연구회 2024-10-9 김유리

 

돌아온 그림자

 

 

주제 : 그림자를 잃어버린 사람은 그림자의 그림자가 된다.

취지 : ‘그림자를 잃어버린 사람’ 모티프에서 도플갱어 개념 검토하기

 

도플갱어

  ‘도플갱어’는 민담이나 동화에 등장하는 소재다. 똑같이 생긴 허깨비가 자기 행세를 하기도 하고, 그림자가 제멋대로 굴기도 한다. 자기와 똑같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친숙하면서도 오싹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요새 인간 모습을 한 인공지능 로봇에게서 느껴진다고 하는 ‘언캐니’한 감정이다. 도플갱어(double + goer)는 자기 모습을 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또 하나의 나를 뜻하는 말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그림자”는 어느 학자가 여행지에서 그림자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그림자를 잃어버린 것만으로도 불길하고 소문도 걱정되는 판인데,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던 옛 그림자가 고향 집으로 찾아오는 것도 문제다.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찾아온 걸까? 모르는 사이 무슨 일을 겪었을까? 나와는 얼마나 다른 존재가 되었을까?

 

학자와 그림자의 차이

  그림자는 학자와 떨어져 있는 사이 비슷한 듯 달라진다. 이들은 둘 다 지식을 쌓고 세상을 경험하고 글을 쓴다. 학자는 세상의 진실, 선함, 아름다움에 관한 책을 쓰지만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아 가난해졌다. 그림자는 세상의 슬픔, 불행, 악행을 목격하고,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협박하는 글을 써서 부자가 된다.

  그림자는 학자처럼 아는 것이 많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자기보다 모른다는 듯, 학자에게 여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여행을 하려면 경비가 든다. 그래서 그림자는 경비를 대줄 테니 자기 그림자가 되어 동행해달라고 제안한다. 지식과 경험과 부의 우위에 이어 권력에도 차등이 발생해 점점 하인처럼 취급한다.

 

그림자가 원하는 것

  그림자는 학자의 ‘최신판’ 자아 같다. 그림자는 요즘 세상을 여행했고 자신의 “내적 존재”를 깨달았으며 “성숙”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뒤쳐진 학자에게 자기를 따라다닐 것을 요구한다. 차이와 차등에도 불구하고 서로 독립적인 자유인으로 살아가면 그 뿐일지 모르지만, 그림자는 재결합을 원한다.

  그림자가 재결합을 원하는 이유는 학자의 도플갱어로서 학자와 동일한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즉, 그림자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한다. 도플갱어가 오싹함을 일으키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인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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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생각해 볼 내용

 

#아이러니, 또는 언어의 오염

  학자와 그림자는 언어와 관계하는 사람들로 설정되어 있다. 이들이 경외하는 ‘시의 여신’이 세상을 등지고 살아간다는 상황을 설정해, 동화는 말과 글이 오용되는 시대를 보여준다.

  아이러니는 원래 하려는 말과 반대되는 말을 사용하여 효과를 내는 반어적 표현법이다. ‘학자’가 어리숙하고 잘 속는 자로 그려지는 것이 아이러니다. 그리고 여행지인 온천장에서 만나는 공주와 관련하여 아이러니가 많이 사용된다. 공주는 통찰력으로 유명했는데 사람들은 그 능력을 ‘병’이라고 부른다. 공주가 가졌다는 ‘꿰뚫어 보는’ 눈은 그림자와 학자의 실상을 알아보지 못했다. 남편감의 자격을 ‘똑똑함’으로 여기고 ‘기초 지식’을 ‘시험’하는 질문을 던져 확인하고자 하지만, 진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공주는 학자를 그림자로 착각하고 그림자와 결혼하면서 학자를 사형시킨다. 이때 그녀는 사형을 삶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식,’ ‘병,’ ‘시험,’ ‘해방’이라는 말이 모두 본래 뜻과 연결되지 않는다. 아이러니를 활용해 이성, 합리, 지식에 대한 의심을 표현한 것이다.

#낭만주의의 소재들

  독일에서 시작된 낭만주의 사조는 합리주의에 대한 반발로 나타났다. 낭만주의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포함한 당대 덴마크 문화와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 낭만주의적인 소재들이 이 동화에서도 발견된다. 낯선 여행지 풍광과 풍습의 묘사, 여행의 기능의 강조, 내적 자아의 높아진 위상, 지식과 이성의 한계 비판 등이 그것이다. 낭만주의 풍경화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드넓은 풍경을 소재로 한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보는 풍경은 깊이를 발생시키고 내다보는 사람의 깊은 내면을 표현한다. 이러한 소재들을 다루는 사조가 당대의 이성 중심의 합리주의를 비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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